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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 용추계곡으로 떠나는 주말여행

여행데스크
입력 2014.08.15 08:38 수정 2014.08.15 08:42

[Wanna Be There]가평 용추계곡으로 떠나는 미니 여름휴가

ⓒ Get About 트래블웹진 ⓒ Get About 트래블웹진

어느 더운 여름 날,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일하던 남편이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스위스 뇌샤텔 호숫가에서 자라서, 여름이면 매일같이 호수에서 수영을 하곤 했던 남편은 한국에 온 뒤로 여름만 되면 수영 여건에 대한 불만이 극에 달한다.

집 근처에서 몸을 푹 담그고 물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한국의 수영장들은 대부분 강습이 있어서 자유수영 시간이 제한되고, 그나마 자유수영 시간에도 다들 열심히 수영을 해서, 그냥 물에 담그고 여유를 즐기기엔 부담되는 공간이다. 그렇다고 스위스의 호수에서 하던 대로 한강에 뛰어들 수도 없고, 한강 수영장은 물보다 사람이 더 많고, 아이들처럼 동네 분수대에 뛰어들 수도 없고.

결국 올해는 서울을 벗어나 경기도의 계곡을 공략했다. 이곳저곳 탐색하던 중 가평의 용추계곡이 사람 손을 별로 타지 않았다는 소문을 접하고, 이곳으로 결정.

ⓒ Get About 트래블웹진 ⓒ Get About 트래블웹진

가평 근처로 오니 벌써 연녹색의 싱그러운 숲이 두 팔을 벌려 맞아준다. 벌써 이것만으로 더위가 절반은 물러간 듯. 유명한 계곡들은 상류까지 음식점들이 계곡 가를 차지하고 있어서, 뭔가 지저분한 느낌을 주는데, 이곳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물론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주변에 유흥시설이 없는 곳을 좋아하는 우리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

이곳 하류에는 펜션과 음식점들이 평상을 펼쳐 놓고 있기는 한데, 조금만 올라가면 그새 숲 속의 조용한 계곡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계곡 가를 따라 산책로도 나 있는데, 우리는 시원한 물길을 따라 걸었다. 발끝에 닫는 물 덕분에 등산을 하는데도, 땀이 나기는커녕 오싹 오싹 닭살이 돋았다.

상류로 오르다 보면 가끔 이렇게 물이 넓어지는 곳이 있다. 오이군이 원하는 대로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물속에서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말이다. 꽤 마음에 드는 곳이어서 이곳에 머무를까 했는데, 아무래도 우리 뒤에 걷던 단체 등산객들이 이 주변에 진을 칠 것 같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용히 놀고 싶어서 조금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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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도 꽤 되는 소가 종종 있어서, 키 큰 사람도 훌쩍 뛰어들만하다. 근데, 이거 서울과는 판이하게 기온이 다른데? 추워서 어디 수영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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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높은 상류가 궁금해서 오르던 중, 계곡가의 고인 물을 보니 요런 두꺼비들이 살고 있다. 썩은 물에 살고 있는 이 녀석들, 개구린지 두꺼빈지 어딘지 독이 있을 것만 같은 외모. 그런데, 한편으론 얼굴이 둥글둥글한 것이 귀엽기도 하다. 누가 그 더러운 물에 있는 자신들을 건드릴까, 우리를 보더니 허둥지둥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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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10분쯤 더 걸었을까?

드디어 우리가 원하던 장소가 나타났다. 등산로를 만드느라 계곡에 나지막한 둑을 쌓아 놓아서 물이 살짝 깊게 고여 있고, 드러누워 하늘을 볼 만한 넓적한 바위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이곳의 매력에 빠져든 이유는 바로 나비들의 마법 때문이었다.

물길을 따라 걸어 올라가는데, 갑자기 검은 바탕에 신비한 푸른빛을 띠는 제비나비 30-40마리가 우리 주변을 에워싼 것이다. 내 평생 자연 상태에서 이렇게 많은 나비를 한 번에 보기는 처음이었다. 그것도 커다랗고 아름다운 제비나비들이 말이다(나방이었다면 경악할 일). 갑자기 판타지 영화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 들어, 이곳을 오늘의 장소로 정하고 자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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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부스럭 거리며 자리를 잡자 나비들은 팔랑팔랑 상류 쪽으로 천천히 옮겨간다. 자리를 빼앗은 건가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 몇몇 친근한 나비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머물며 조용한 숲 속에서 동료가 되어 주었다. 검푸른 빛의 제비나비는 민감해서 조금만 다가가도 훨훨 날아가 버리는데, 호랑나비들은 그다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다.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면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동그란 눈으로 초롱초롱 바라보는 것 같다.

- 금강산도 식후경.

예쁜 풍경은 마음을 채워주지만, 배는 채워주지 않기에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냈다. 도시락이기보다는 랩 재료를 주섬주섬 꺼내 둘둘 말았다. 이게 참 간편하고, 좋은 게 취사가 금지되어 있는 국립, 도립공원에서도 부담 없이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미리 싸온 것이 아니기에 신선한 맛도 살아있다. 지저분하게 음식물 쓰레기가 남지 않고, 동네방네 음식 냄새를 풍겨서 다른 이들의 휴식을 방해하지 않는다. 일회용품을 잔뜩 들고 올 필요도 없어서 돌아가는 길에 손에 쓰레기가 잔뜩 들리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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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음료수가 빠져서야 되겠는가. 가방에서 미지근하게 데워진 음료도 시린 계곡물에 30분만 담가두면, 시원한 숲 속의 샘물로 둔갑을 한다.

단, 건강한 자연 속에서 과한 음주로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가지는 말자. 시원한 맥주 한 병 들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낙원이 따로 없다. 본격적인 물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소화도 시킬 겸, 졸졸졸 배경음악을 들으며 누워 휴식을 취했다.

하늘은 푸르고, 물은 얼음처럼 차갑고. 주변의 소음이라고는 물소리, 새소리, 매미 소리가 전부이다. 온산에 마치 우리만 있는 듯 고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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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실, 산속에서 절대 혼자일 수는 없다. 색색의 나비들과 귀여운 물고기들, 15cm에 육박하는 대형 애벌레들 그리고 다람쥐들이 쉴 틈 없이 우리 주변을 맴돌기 때문이다.

- 계곡에는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무더운 한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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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남편이 노래하던, 자연 속의 수영장. 드디어 왔다.

그런데 아침부터 해가 구름 속으로 들락날락하는 바람에 오늘따라 날씨가 그렇게 덥지가 않다. 게다가 숲 속엔 도심처럼 기온이 높지도 않다. 수영이 목적이었던 남편은 아까부터 계속 나뭇가지로 물을 찔러가며 간만 보고 있다. 발만 담가도 오싹 닭살이 돋는 바람에 나는 과감하게 수영 포기.

그러나 그는 수영장을 가겠다며 며칠을 별렀던가.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 수영을 해야 한다.

들어가기 전에 준비 운동. 푸쉬 업 300개는 아니고, 3개!

용감하게 첨벙 뛰어들었으나 차가운 물에 얼굴 표정 찌그러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옆에서 깔깔거리는 내가 못마땅했는지, 계속해서 끌고 들어가려고, 물귀신처럼 이리 당기고, 저리 당기고.

- 지구를 지켜라!

꿈쩍하지 않는 마누라는 포기하고, 남편은 또 다른 놀이를 찾아내었다. 바로 쓰레기 줍기. 물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더니 불쑥 잠수를 한다. 왜 저러나? 금덩이라도 발견?

잠시 후 우아하게 머리를 흔들며 물위로 올라온 그의 손에는 페트병 반쪽이 들려 있었다. 이렇게 예쁘고 좋은 곳에 왜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지 잘 모르겠다며.

사실 나도 아까부터 주변에 툭툭 눈에 띄는 쓰레기들이 거슬리던 참이었다. 맑은 물에 연녹색 숲이 깨끗해 보여서 자연 그대로 인듯한데, 사실 조금만 둘러보면 쓰레기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거슬리고 끝나지만, 그는 행동으로 옮긴다. 한국인도 아닌 외국인이 매번 우리나라의 쓰레기를 주워주니 미안하기 짝이 없다. 나도 자진 납세. 아까부터 거슬리던 주변의 쓰레기들을 주워 담았다. 봉투를 따로 준비해 갈 필요도 없다. 꼭 커다란 봉투가 어딘가에 버려져 있기 때문에 그냥 그걸 주워서 거기에 담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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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남편은 마치 생태 보호 파견 나온 요원같다. 쓰레기를 줍다가 물에 빠져 익사한 애벌레도 한 마리 구해 주었다. 아마도 주변에 엄청 많던 나비들의 애벌레 인듯. 물가에 많았던 이 커다란 애벌레들이 물의 얕은 부분을 건너려고 애를 썼는데, 간혹 이렇게 빠져 죽는 녀석들이 있었던 것이다. 아까 주운 페트병으로 조심스레 건져 마른 바위에 잘 올려두었다.

정신 차려봐, 얘야.

벌레하고 마…말도 한다. 곧 인공호흡도 할 기세.

그런데 정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물에 빠져 완전히 익사한 줄로만 알았던 애벌레가 구조 40분 만에 진짜로 깨어난 것이다. 조금씩 배설물 같은 것을 빼내더니 움찔움찔 하기 시작한다. 놀란 우리가 호호 불어 털도 말려 줬더니 몸을 툭 뒤집어 바로 서기까지 했다. 잠시 후 꿈들 하는 애벌레 특유의 동작으로 미미한 이동도 했다. 아~정말로 애벌레를 구했구나!

- 붉은 딸기가 주렁주렁, 숲속의 오솔길

물장구도 치고, 쓰레기도 주워가며 놀고 있는데, 옆을 지나가던 등산객이 한마디 한다. 그 키 큰 타잔은 여기 물 너무 얕지 않아요? 저 위에 올라가면 좀 깊은데 있어요.

솔깃해진 우리는 주섬주섬 가방을 챙겨들고, 조금 더 상류로 향했다. 곧 해가 질까 싶어 빨리 가려고 산길을 택했는데, 가는 길엔 꽃이 만발하고, 사방에 뱀 딸기가 열려 있었다. 그 위로 나비들이 맴돌고, 정말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예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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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가 거긴가?

그 등산객이 정확히 어디를 말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꽤 깊어서 물이 검푸르게 보이는 귀유연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내려가기 복잡해 보여서 쳐다보고 있는데, 어느새 타잔 남편이 슬금슬금 물가에 다다랐다.

잠시 계곡이 깊게 이어져서 드디어 물놀이 다운 물놀이를 즐기며 기쁨의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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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천어 낚시, 어망 투척 절대 금지 구역이라 떡 하니 쓰여 있건만, 아랑곳하지 않고 낚시를 하던 아저씨 옆에서는 더 요란한 동작으로 물장구도 쳐 주었다.

하지 말라잖아요, 아저씨. 가뭄이라 계곡물이 줄어서 그렇게까지 깊어 보이지는 않았는데, 사실 귀유연에는 전설이 하나 내려오고 있다.

옥황상제를 모시던 거북이가 이 깊고 푸른 물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몰래 땅 위로 내려와 이곳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내려가도 그 바닥에 다다를 수가 없어서 결국 다시 올라와 물가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그때 하늘의 법을 어기고 지상으로 내려간 거북이를 벌하고자, 옥황상제가 그를 바위로 만들었다고 한다. 물 가운데의 바위가 쉬는 듯한 모습의 거북이를 닮아서 이런 설화가 생겼다고 하는데, 음 상상력이 조금 많이 필요하겠다.

소원대로 마음껏 수영을 하고, 쓰레기를 주우며, 온통 푸른 용추계곡의 녹음에 취해 산을 내려왔다.

오랜만에 한국의 계곡을 찾고 느낀 것은, 정말 아름다운 우리나라라는 표현이 맞다는 것이다. 싱그러운 대자연, 투명한 맑은 물. 그런 것을 찾아 해외로 나갈 필요가 없다. 가까운 곳에 모든 게 다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곳곳에 떨어진 쓰레기와 하지 말라는 낚시를 하는 사람들과 취사금지인 도립공원에서 열심히 불때가며 무언가를 끓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참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다들 조금씩 양보해서 하지 말라는 건 하지 말고, 내 쓰레기는 내 집으로 가져와 준다면, 이 멋진 곳이 내년에도, 또 십 년 뒤에도 계속해서 똑같이 아니, 더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맞아주지 않을까?/글·사진-토종감자

데일리안과 하나투어GetAbout(getabout.hanatour.com)의 제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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