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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과 바람, 빛과 시간이 빚어낸 지구의 명작

여행데스크
입력 2014.06.11 15:15 수정 2014.06.13 21:46

[Wanna Be There]나바호 인디언과 함께하는 앤틸롭 캐년 투어

미국 서부 여행을 준비해 본 사람이라면 그랜드 서클(The Grand Circle)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을 것이다.

그랜드 서클은 미국 서남부의 다섯 개 주 아리조나, 뉴 멕시코, 콜로라도, 유타, 네바다에 걸쳐 펼쳐진 놀라운 경치를 자랑하는 지역을 일컫는다. 그랜드 캐년(Grand Canyon), 지온 국립공원(Zion National Park), 브라이스 캐년(Bryce Canyon), 파웰 호수(Lake Powell) 등이 그랜드 서클에 자리한 대표적인 관광지다.

하지만 그랜드 서클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앞서 언급한 곳뿐만이 아니다. 그랜드 서클에 자리한 또 하나의 보석, 앤틸롭 캐년(Antelope Canyon)으로 간다.


앤틸롭 캐년 투어의 시작

ⓒ Get About 트래블웹진 ⓒ Get About 트래블웹진

나바호족(The Navajo)은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6퍼센트를 차지하는 아메리카 원주민인 인디언 부족 중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부족 중 하나다(2008년 미국 인구통계조사 결과 기준).

이들은 미국 남서부의 유타주와 아리조나주, 뉴 멕시코주에 걸쳐 형성된 나바호국(The Navajo Nation)에 주로 거주하는데 오늘 우리가 방문할 앤틸롭 캐년(Antelope Canyon)도 말하자면 나바호족의 안마당인 셈이다.

우리 일행은 로워 앤틸롭 캐년(Lower Antelope Canyon)과 어퍼 앤틸롭 캐년(Upper Antelope Canyon) 중에서 나바호족과 함께 캐년을 둘러볼 수 있는 어퍼 앤틸롭 캐년을 방문하기로 했다.

ⓒ Get About 트래블웹진 ⓒ Get About 트래블웹진

어퍼 앤틸롭 캐년은 나바호족이 운영하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다.

참고로, 나바호족이 운영하는 웹사이트(http://navajotours.com)에서 투어 예약을 할 수도 있고 캐년 근처에 위치한 도시, 페이지 시내에 있는 여행사를 통해 투어를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페이지 시내에서 투어를 예약할 경우 아예 그곳에서부터 투어용 차량을 타고 출발하게 되는데, 좀 더 편안하게 이동하고 시간을 넉넉하게 사용하고 싶다면 인터넷으로 예약을 한 후 어퍼 앤틸롭 캐년 투어가 시작되는 곳까지 직접 차로 이동해 그곳에서부터 투어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문제는 98번 도로 근처 허허벌판에서 투어용 트럭이 출발하는 주차장까지 가는 길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것. 가기 전에 지도에서 투어 시작 장소까지 가는 길을 미리 꼼꼼하게 확인하는 게 좋고 98번 도로 길가 아무것도 없을 것처럼 보이는 곳에 웬 매표소와 주차장이 덩그러니 있다면 그곳이 바로 어퍼 앤틸롭 캐년 투어의 출발지이니 주저 말고 들어가시라. 물론 예약을 하지 않고 일단 투어 출발지로 가서 그곳에서 직접 표를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간마다 한정된 인원만 방문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고 갈 것을 추천한다.

참고로 투어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 시간 출발하며 1시간 반 가량 진행된다. 단, 사진을 찍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하는 포토투어는 2시간 동안 진행되며 삼각대는 포토 투어 시에만 사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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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비를 지불한 후 투어 회사에서 제공하는 트럭을 타고 주차장에서부터 10분 이상 달려야 비로소 어퍼 앤틸롭 캐년이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투어 트럭은 나바호족 공인 가이드가 운전하는데 우리 일행을 책임진 청년은 자신을 '앤틸롭 캐년을 발견한 할머니의 손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곤 임신을 해서 배가 불룩해진 내가 다른 승객들과 함께 트럭 뒷좌석에 오르려는 것을 보더니 "임산부 특별석으로 안내해 주겠다."며 나를 차 내부, 운전석 바로 뒤쪽 좌석으로 안내하는 세심함을 보였다. 덕분에 풀풀 날리는 먼지를 맞으며 십여 분을 달려 캐년 입구까지 가는 수고를 하지 않아도 되었으니 캐년을 둘려보기 전부터 이곳이 마음에 든 것은 당연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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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길을 십여 분 달려 어퍼 앤틸롭 캐년 입구로 간다.


물과 바람이 빚어낸 미국 남서부 최고의 슬롯 캐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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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사람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곡 사이가 좁은 캐년을 슬롯 캐년(Slot Canyon)이라고 하는데 앤틸롭 캐년도 슬롯 캐년이다. 캐년 입구는 위의 사진에서처럼 비교적 공간이 넓어 여러 명이 모여 서 있는 것도 가능하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길이 점점 좁아져 한두 명씩 조심조심 빠져나가야 한다. 공간이 좁은 탓인지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한 번에 두 세 팀 정도씩만 캐년 안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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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 동안 사암이 물과 바람에 침식되어 만들어진 이곳. 마치 방금 전 협곡을 스치고 간 부드러운 물결의 자취가 남아있는 듯한 이 공간은 두 눈으로 직접 보지 않고서는 그 아름다움을 표현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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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캐년 위쪽에서부터 쏟아져 내려오는 햇살이 협곡의 물결무늬를 쓰다듬는 광경은 매분, 매초 달라지기 때문에 일 년 중 어느 계절, 하루 중 언제 이곳을 찾느냐에 따라 그 감동이 달라진다고 한다. 특히 해가 높이 뜨는 여름이면 빛이 더욱 찬란하게 쏟아져 들어온다니 앤틸롭 캐년 여행을 계획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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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바호족 청년 가이드는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 이곳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고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지점까지 알려주며 우리가 앤틸롭 캐년을 200%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어떤 가이드의 안내를 받게 될지는 복불복이지만 캐년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고 친절하기까지 했던 가이드 청년을 만났던 건 우리 일행의 행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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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둘러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누르게 되는 순간이 많은데 알고 보니 앤틸롭 캐년은 미국 서남부에 있는 캐년 중에서 가장 사진발을 잘 받기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참고로 캐년 내부에서 사진을 찍기 가장 좋은 시간대는 오전 시간대라고. 실제로 오전 10시, 11시, 12시 투어 참가비가 다른 시간대 참가비보다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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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틸롭 캐년을 둘러보는 또 다른 재미는 물과 바람과 바위가 만들어낸 형상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 위의 사진에 있는 바위는 마치 누군가의 옆모습처럼 보여 보자마자 환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캐년 입구에서 반대쪽 출구까지는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이동하지만 다시 입구쪽으로 돌아올 때는 자유시간을 즐길 수 있다. 이 때, 들어가면서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살펴보거나 미처 못 찍은 사진을 마저 찍으면서 캐년 입구로 되돌아 나오면 된다.


여행자의 에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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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우와-우와-우와!" 감탄사를 내지르다보니 어느덧 투어를 끝내고 돌아갈 시간이다. 들어갈 때는 못봤는데 나오다 보니 캐년 입구에 암벽 등반 금지(No Rock Climbing)라는 표지판이 선명하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가 캐년 바깥벽에 낙서를 해 놓은 것도 간간히 보인다.

가이드 청년의 말에 따르면 원래 어퍼 앤틸롭 캐년은 나바호족 가이드 없이 방문할 수 있는 곳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OO년 O월 O일, 나 여기 다녀가오"와 같은 낙서를 남기고 가는 사람도 많았고, 캐년에 기어오르는 등의 행동을 하는 사람도 많아 이곳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어쩔 수 없이 나바호 공인 가이드와 함께하는 투어를 통해서만 방문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에 감사하는 마음을 지닌 방문자라면 그것을 우리 후손들까지 즐길 수 있도록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아쉬움 가득 담긴 발걸음을 떼어 본다./글·사진-상상

데일리안과 하나투어GetAbout(getabout.hanatour.com)의 제휴 글임을 밝힙니다.

하나투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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