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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6월의 가볼만한 곳④

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입력 2014.06.04 12:37 수정 2014.06.04 12:38

“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지역 100배 즐기기”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연천 민통선 생태 여행

한국관광공사는 “생태계의 보고 민통선 지역 100배 즐기기” 라는 테마 하에 2014년 6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숨겨진 청정 습지에 희귀 동식물이 살다, 화천 민통선 지역 (강원 화천)’, ‘임꺽정이 호령하던 한탄강의 비경, 철원 고석정 (강원 철원)’, ‘초여름 녹음과 햇살 사이 비밀의 계곡, 양구 두타연 (강원 양구)’,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연천 민통선 생태 여행 (경기 연천)’ 등 4지역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고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 연천군청 관광과 고대산 정상에서 바라본 철원평야 ⓒ 연천군청 관광과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연천 민통선 생태 여행

위치 : 경기도 연천군 미산면 동이리(임진강 주상절리)

남과 북을 가로막은 철책과 지뢰, 군부대로 상징되는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은 분단의 아픔을 상징하는 동시에, 문명 세상의 발길에 차이지 않은 생태계를 품은 자연을 선물한다. 민족의 비극을 여실히 보여주는 땅이지만, 마냥 슬프지 않은 것은 순수한 자연 속에서 여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 최북단이자 최전방 접경 지역인 연천은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 안 자연 생태와 안보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최적지다. 연천에서 남북 군사분계선을 가로질러 흐르는 임진강을 따라가면 한탄강과 합류하는 동이리에서 중국의 적벽에 비견할 만한 절벽과 마주한다. 한반도 내륙에서 볼 수 있는 강안 주상절리다. 주상절리는 단면이 다각형 기둥 모양인 절리를 말한다. 용암대지에 임진강 물이 흘러들면서 절리 면을 따라 침식되어 수직 절벽이 형성된 것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지질구조에서 신생대의 지질 운동을 볼 수 있는 장소다.

임진강 주상절리는 높이 40m, 길이 1.5km에 달한다. 강을 따라 평화누리길이 펼쳐져 트레킹하며 병풍처럼 펼쳐진 수직 절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가 내린 뒤에는 절벽에 수십 개 폭포가 생겨 커다란 물줄기를 쏟아낸다. 일교차가 클 때면 물안개가 피어올라 몽환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가을에 단풍이 들면 바위 틈 단풍잎이 붉게 물들어 적벽이라고도 부른다.

주상절리에서 임진강 상류로 계속 올라가면 징파나루가 나온다. 자갈이 훤하게 비칠 정도로 물이 맑다고 해서 맑을 징(澄), 물결 파(波)를 쓰는 징파강에 있던 나루. 예전에는 한양과 함경도를 오가는 주요 길목이었으며, 1970년대까지만 해도 경운기 엔진을 단 배가 강을 건너다녔다. 지금은 북삼교와 군남댐이 생기면서 너른 자갈밭으로 변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징파나루 뒤에는 여행객의 발걸음이 잦은 나룻배마을이 자리한다. 계절에 맞는 농사 체험을 할 수 있으며, 트랙터를 타고 민통선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굉음을 내는 트랙터 소리에 흠칫 놀라지만, 체험객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나름대로 비장한 각오도 엿보인다. 민통선 초소에서 수속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면 트랙터는 몸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달린다. 바닥에 연신 부딪혀 엉덩이가 얼얼해도 신이 난다.

승전OP에서 바라본 임진강 ⓒ 오주환 승전OP에서 바라본 임진강 ⓒ 오주환

민통선은 사람들의 발길을 불허한 금단의 땅과도 같다. 차량이라야 농부들의 트랙터 몇 대와 군인 차량이 간간이 오가는 게 전부다. 1953년 7월 27일 미국과 중국, 소련에 의해 155마일(약 250km) 휴전선이 그어지고, 이듬해 2월에는 미국 육군 사령관 직권으로 DMZ 바깥에 민통선이 정해졌다.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 속에서 천천히 달리며 적막한 분위기를 만끽한다. 민통선 안을 마음껏 누비는 데 한 시간 정도 걸린다.

민통선 출입은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다. 나룻배마을 체험은 20인 이상 단체에 한해 가능하다. 가족 여행객은 7~8월(월 2~3회) 캠프가 진행될 때 참여할 수 있다. 캠프는 나룻배마을 홈페이지에서 확인·신청하면 된다.

분단의 현실을 피부로 느끼려면 태풍전망대로 가야 한다. 육군 태풍부대에서 관리하는 전망대는 비끼산 정상 수리봉에 위치한다. 북한과 가장 가까운 전망대로 휴전선까지 800m, 북한 초소까지 1.6km에 불과하다. 맑은 날에는 개성이 보인다. 전망대 앞으로 남방 한계선의 철책이 길게 늘어섰고, 그보다 멀리 북방에 휴전선이라 부르는 군사분계선이 있다.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남북 2km 사이에 국군과 북한군의 관측소와 초소가 빼곡하다. 사소한 움직임도 금방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시야가 확 트였다.

전망대 너른 터에는 군인들이 종교 집회를 할 수 있는 교회, 성당, 성모상, 법당, 종각 등이 있고, 한국전쟁 전적비, 소년전차병 기념비가 세워졌다. 전시관에는 임진강 필승교에서 수습한 북한 사람들의 생필품과 일용품, 휴전 뒤 여러 차례 침투한 무장간첩이 사용한 침투 장비 일부가 전시됐다.

태풍전망대에서 내려오면 임진강 평화습지원이 있다. 군남홍수조절지로 인해 두루미 서직지가 사라져 새로 조성한 인공 습지다. 민통선 안에 둥지를 틀어 겨울철에 두루미 무리를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인위적인 기교가 더해졌지만, 태초의 자연이 남아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노란 원추리가 무리를 이루고, 데이지와 창포가 곳곳에 피어 아름답다. 두루미의 먹이가 되는 율무를 재배하는 밭도 있다.

임진강주상절리와 동이1교 전경 ⓒ 오주환 임진강주상절리와 동이1교 전경 ⓒ 오주환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남과 북이 대치한 현실을 확인할 수 있는 곳으로 상승OP와 승전OP가 있다. 현재 상승OP는 부대 사정으로 출입이 통제되어 승전OP만 출입 가능하다. OP(Observation Post, 초소)는 전망대와 달리 육군 25사단이 북한군의 활동을 관측하기 위해 운용하는 최전방 관측소다. 망원경 시설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우리 군 관측소와 북한군 관측소의 거리가 가까워 북한 땅을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연천을 지나 북쪽으로 달리던 경원선 열차의 남쪽 종착지가 백마고지역이다. 서울과 원산을 오가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던 열차는 반세기가 넘도록 북녘으로 가지 못한다. 백마고지역과 옛 철원역까지는 철길이 놓였으나, 휴전선 너머 평강 사이에는 철길이 없어진 상태다. 신탄리역 근처에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푯말이 분단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신탄리역에서 해발 832m 고대산에 오르면 철원평야와 북녘 땅이 바라보인다.


〈당일 여행 코스〉
임진강 주상절리→나룻배마을→태풍전망대→임진강 평화습지원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승전OP→임진강 주상절리→나룻배마을→징파나루
둘째 날 / 신탄리역 철도 중단점→고대산→태풍전망대→임진강 평화습지원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 연천군 문화관광 www.iyc21.net/_yc/tour/a06_b01_c01.asp
- 나룻배마을 www.narubea.kr

○ 문의 전화
- 연천군청 문화관광체육과 관광팀 031)839-2061
- 나룻배마을 031)833-5005
- 신탄리역 031)834-8887

○ 대중교통 정보
경원선 열차와 시외버스를 이용해 전곡에 도착, 백학행 버스를 타고 임진강 주상절리에 갈 수 있다. 그러나 태풍전망대, 승전OP 등을 함께 돌아보기에는 배차 간격이나 도보 시간이 용이하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 자가운전 정보
의정부→동두천→한탄강 건너기 전 한탄대교사거리 좌회전→고능사거리 좌회전→37번 국도 문산·적성 방면→적성→어유지리→임진강 주상절리

○ 숙박 정보
- 초성모텔 : 청산면 청신로, 031)835-2610 (굿스테이)
- 조선왕가 한옥호텔 : 연천읍 현문로, 031)834-8383, www.royalresidence.kr
- 허브빌리지 클럽플로라 : 왕징면 북삼로20번길, 031)833-3322, www.herbvillage.co.kr

○ 식당 정보
- 언덕너머매운탕 : 쏘가리민물매운탕, 군남면 솔너머길, 031)833-0447
- 하남식당 : 매운탕, 전곡읍 선사로, 031)832-0625
- 경춘막국수 : 막국수, 신서면 연신로20번길, 031)834-9595
- 약수식당 : 순두부, 신서면 연신로, 031)834-8331

○ 주변 볼거리
연천 전곡리선사유적, 재인폭포, 허브빌리지,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 숭의전

정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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