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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상황실 직원 "진 의원님 어떻게 그럴 수 있나요"

윤정선 기자
입력 2014.05.18 07:47 수정 2014.05.19 11:18

<인터뷰>안행위 공개 편집된 녹취록 음성 당사자

"생명구조 담당하는 우리는 의전이 뭔지 모른다"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행위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사진 왼쪽)과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연합뉴스 14일 국회에서 열린 안행위에서 눈물을 닦고 있는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사진 왼쪽)과 안경을 고쳐쓰고 있는 남상호 소방방재청장.ⓒ연합뉴스

“우리에게는 의전의 개념이 없다. 그런 건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119 상황실에서 전화를 받았던 소방방재청 상황실 김모 팀장은 16일 '데일리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구조활동을 하지 않고 ‘의전’을 했다고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진선미 새정치연합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안행위 전체회의에서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 지난달 16일 119 상황실과 해경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진 의원은 119 상황실이 중앙부처에서 내려온 고위공무원을 의전하기 위해 해경의 구조활동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진 의원이 공개한 녹취록만 보면 119 상황실이 ‘중앙부처’나 ‘보건복지부’에서 진도로 내려오고 있다며 “어떻게 하느냐”며 해경을 재촉했다. 해경은 이에 “높으신 분이 오든 팽목(항)으로 오든 저희는 모르겠고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는 게 우선 아닙니까”라고 응수했다. 이 부분만 보면 119가 의전 때문에 해경을 압박하는 것처럼 비쳐진다.

하지만 당시 통화를 했던 김모 팀장은 “어떻게 이를 의전으로 볼 수 있느냐”며 답답해했다.

김 팀장은 세월호가 기울었다는 처음 전화를 받은 후 모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다고 기억했다. 그는 “육상사고는 정확히 알지만, 해상사고는 우리가 감이 조금 떨어진다”며 “배가 기운다는 말에 바로 해경에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큰 사고로 판단해 부상자가 많이 나올 것으로 판단했다. 사고지역과 가장 가까운 팽목항으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야겠다고 결정하고 해경과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통상 대형사고의 경우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이 심한 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하고, 급한 치료가 필요하거나 경미한 환자에 대해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그는 해경과 통화 과정에서 말한 중앙정부나 보건복지부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에서 재난의료팀을 보낸다고 해서 ‘보건복지부에서 내려온다’고 말했다”며 “또 중앙부처는 중앙119구조본부에서 보낸 구조단이나 헬기를 말한 것이다”고 답했다.

실제 통화내용 전문을 보면 119 상황실은 해경에 “중앙정부에서 (팽목항으로) 집결하고 있는데 거기서 대기하고 있다가 서거차도에서 다른 데로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 다 붕 뜨게 된다”고 호소한다. 그러자 해경은 “그러면 구급차 몇 대입니까”라고 묻는다.

해경도 119 상황실이 말한 ‘중앙정부’가 구조팀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이야기다. 해경의 답변 부분은 진 의원이 ‘의전’이라고 주장할 당시 생략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는 진 의원이 자신이 ‘구조’가 아닌 ‘의전’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열었다. 그는 “그런 식으로 오해할 수 있나 싶었다”고 한숨을 내쉰 뒤 “지금은 어린 학생들이 이런 사고를 당해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우리 스스로도 한계가 있었다고 생각해 죄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아빠가 겪는 일에 대해서 자식들이 알 필요가 뭐 있겠느냐. 혼자 속으로 삭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가족을 먼저 걱정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세월호 침몰 신고전화를 처음 받았을 당시상황을 설명해 달라.

"처음에는 저희 직원이 전화를 받아서 통화를 했다. 제가 컨트롤 하고 있지만 하루에 1200콜 정도 들어온다. 처음에는 잘 몰랐다. 바로 그 직원이 끊고 나서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육상사고는 정확히 알지만 해상사고는 감이 조금 떨어진다.

배가 기운다는 얘기 듣고 해경에 연결해줬다. 그때부터 당황스러웠다. 거기에 위치도 파악하고 그대로 전화 오면 누가 탔는지 어느 정도 알아야 판단이 가능하다. 그때부터 본부장 보고하고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다. 아무 생각이 없을 정도로 전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바빴다.

8시58분 처음 통화가 끝나고 시간이 가면서 9시1분 정도에 이 사고를 담당할 수 있는 장비가 있는 기관, 그러니까 유관기관에 연락했다. 장비가 없으니, 그래서 해군사령부에 있다고 판단해 해군사령부에 가장 먼저 알려줬다.

상황파악하고 아무 생각이 안들 정도로 정신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보고하고, 헬기출동하고, 우리 같은 경우 해상에서 큰 사고가 나면 부상자가 많이 나오면 가장 가까운 항구에 응급의료소를 설치한다.

중한 환자는 병원, 경환자는 거기서 치료한다. 팽목항에 (응급의료소 설치하기) 좋겠다고 판단했다. 헬기도 (착륙할 지역이) 있고, 이런 것을 우리가 결정했다. 이게 쉽게 나오는 게 아니다. 짧은 시간에 판단해야 해서 모든 직원 동원했다. 모든 기관, 중앙부처 빠르게 움직였다고 느껴졌다. 중앙부처 그쪽에서 의사들도 온다고 해서 그쪽(팽목항)으로 가라고 안내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다."

-119 상황실 의전 때문에 해경의 구조를 방해했다는 진선미 의원에 주장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는 재난대응을 매일한다. 재난은 아니더라도 사고대응은 하루에 1200콜 정도 받는다. 출동도 350회 정도 한다. 그럴 때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응급의료소 설치하는 개념이 있다.

다른 기관은 낯설 수 있다. 우리는 응급구조하기 위해 가는데, 그때는 (세월호 침몰 사고가) 너무 커서 의사도 온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의사 보낸다고 하고, 그래서 우리는 응급의료소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나 그쪽(팽목항)으로 많이 가 있었다. (이들이) 다 오니까 이쪽(팽목항)으로 와달라고 (해경에 요청)한 것이다. 이를 (의전으로) 오해 할 수 있느냐."

-해경이 '높으신 분'이라고 했다.

"해경은 바쁘니까 그렇게 오해한 것이다."

-오해하게 표현한 부분도 있지 않느냐.

"(해경과 통화에서) 재난의료팀은 '보건복지부'로 표현했다. '중앙부처'는 중앙119구조본부, 구조단이나 헬기라든지 그런 구조작업자를 말했다. 시도에서 전부다 (구조작업자를) 파견했다. 전체적으로 '중앙부처'는 그것을 말했다."

-통상적으로 그런 표현을 쓰나.

"이런 경우(대형 인명사고)가 거의 없었다. 우리가 운영하는 응급구조사가 (치료)하지 대부분의 사고는 의사가 오는 경우가 없다. 표현 자체가 잘못된 부분도 있었다. 의사가 온다고 했으면 좋은데 보건복지부에서 파견해서 그렇게 표현한 게 (해경에게) 오해가 됐다."

-의전 조금이라도 염두에 두지 않았나.

"저는 전혀 의전을 염두하지 않았다. 소방기관은 재난대응기관이다. 육상은 구조도 하고 병원으로 이송도 하기 때문에 다른 기관에게 말할 필요가 없다. 해상은 해경이 (구조)하고 병원이송이 우리 임무다. 임무수행을 위해서 말한 것이지 의전은 전혀 아니다."

-이전에 상황실에서 의전을 준비한 적이 있느냐.

"그런 개념도 없다. 우리는 (의전을) 생각조차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의전’을 했다고 진선미 의원이 주장했는데...

"그런 식으로도 오해할 수 있나 싶었다."

-혹시 진 의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우리도 재난대응기관이다. 이런 사태 벌어지고 어린 학생들이 이런 사고를 당한 것에 대해서 어찌됐든 정부기관 중 하나인 재난담당하고 있는 우리의 한계가 있었다. 죄송스러운 마음 있어서 크게는 어차피 안타깝고... 저희들이 좀 더 잘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한계 있지만 이를 넘어서 국민들에게 그리고 어린 학생들에게 잘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

-가족들이 이 사실을 알고 있나.

"가족들에게 그런 이야기 뭐하려고 하겠느냐. 아빠가 겪는 일에 대해서 자식들이 알 필요가 뭐 있겠느냐. 혼자 속으로 삭여야 하지 않겠느냐."

-진 의원 주장 이후 주변에서 들은 얘기는 없나.

"저 같은 경우 (직업상) 누구를 만날 여유가 없다. 일 때문에 여유가 없다. 또 이번 (세월호) 사고로 감사원 감사도 받고 있다. 우리가 최초로 전화를 받아서 압수수색도 받고 있다. 지금은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중에도 근무를 서야 한다."

-의전 아니라고, 어디 호소하고 싶은 심정은 없나.

"이런 사고에 발생해서... 우리도 정부의 한사람으로서... 업무의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재난대응에 어떤 전문가 집단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 이게 더 크기 때문에 (진 의원이) 비판하신 것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소방은 의전하는 집단이 아니다. 우리가 담당하는 부서에 대해 문제가 있으면, 이런 일 안 생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우리가 100% 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지금 어찌됐든 소방공무원도 이번에 어떻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해명은 아니지만 당시(세월호 침몰 사고 전화대응) 우리는 노력했다. 하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으니 좀 더 잘해서 정말 좋은 시스템 갖췄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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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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