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전북 남원]5월의 가볼만한 곳①

데일리안 여행 = 정현규 객원기자
입력 2014.05.13 20:57 수정 2014.05.13 20:58

“봄 향기 넘치는 우리 고장으로 놀러오세요!”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분홍빛 풍경, 지리산 바래봉

한국관광공사는 “봄 향기 넘치는 우리 고장으로 놀러오세요!” 라는 테마 하에 2014년 5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분홍빛 풍경, 지리산 바래봉 (전북 남원)’, ‘볼거리·명소가 가득, 대청호오백리길 대전 구간 (대전광역시)’, ‘연둣빛 신록으로 빛나는 숲, 갈모봉산림욕장 (경남 고성)’, ‘꽃향기에 취해 걷고, 봄 햇살에 쉬어 가는 소백산자락길 (경북 영주)‘, ’보릿고개 함께한 대표 봄나물, 정선 곤드레 (강원 정선)’, ‘금빛 물결 너머 가슴 푸근한 풍경, 옥천 향수 100리 길 (충북 옥천)’, ‘모든 이들에게 열린 숲,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전남 보성)’, ‘기차 타고 만나는 세계 5대 기후대, 서천 국립생태원 (충남 서천)’ 등 8지역을 각각 선정, 발표했다.

바래봉 철쭉 ⓒ 남원시청 바래봉 철쭉 ⓒ 남원시청

춘향과 몽룡의 사랑을 닮은 분홍빛 풍경, 지리산 바래봉

위치 : 전북 남원시 바래봉길

매화, 산수유, 벚꽃 등 흐드러지게 피어 봄을 알리던 꽃 잔치도 끝나고, 연둣빛 신록과 더불어 계절의 여왕 5월이 찾아왔다. 해마다 5월이면 남원의 지리산 자락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며 정상을 향해 불길처럼 번진다. 진분홍빛으로 물드는 바래봉 일원의 철쭉 군락이다. 바래봉은 바리때(승려의 공양 그릇)를 엎어놓은 모양을 닮아 ‘바리봉’이라 부르다가 음이 변한 이름이다. 바래봉 아래 운봉 사람들은 산이 삿갓처럼 생겼다고 ‘삿갓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바래봉의 철쭉은 특별한 사연이 있다. 1960년대 말 박정희 전 대통령이 호주와 뉴질랜드를 방문한 뒤 면양 사육이 시작되면서부터다. 1972년 남원의 운봉에 면양시범농장이 들어섰고, 바래봉 일대에 면양을 방목했다. 면양 수천 마리가 바래봉 일대를 휘저으며 나뭇잎과 풀을 모조리 뜯어 먹었다. 하지만 독성이 있는 철쭉은 먹지 않아 그대로 남았고, 면양의 이동 통로를 따라 차츰 영역이 확대되어 지금처럼 군락을 이뤘다. 1990년대 이후 경제성이 떨어지는 면양 방목이 중단되자, 철쭉 군락이 명성을 얻었다.

바래봉은 운봉읍 용산리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시작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에둘러 올라야 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운지사 삼거리까지는 아스팔트가 깔렸다. 길 옆 소나무 숲을 따라 300m 정도 데크가 이어져 밋밋한 등산길을 대신한다. 운지사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본격적인 탐방로가 시작된다. 해발 1165m 바래봉 정상까지 3km가 채 안 된다. 가파른 길을 따라 꼬박 한 시간쯤 힘겹게 오르면 비로소 능선에 닿아 편한 길이 이어진다. 바래봉에 오르는 산길은 박석을 깔거나 시멘트 길을 내지 않았지만, 두 시간이 채 안 되어 바래봉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점은 매력적이다.

바래봉 철쭉은 가축유전자원시험장을 지나 만나는 산 하단부와 바래봉으로 오르는 구릉지,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정상부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인근의 철쭉 군락은 바래봉 철쭉의 개화 지표로 가장 먼저 핀다. 4월 하순부터 피기 시작한 철쭉은 5월 초순에 700~900m 8부 능선, 5월 중·하순이면 정상 부근 능선에 만개한다. 특히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 정상을 거쳐 팔랑치로 이어지는 2km 구간은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철쭉의 향연이 펼쳐진다. 바래봉 철쭉은 사람 가슴 높이 정도로 빽빽하게 군락을 이뤄 잘 가꾼 정원 같다. 40여 년 전 면양과 산철쭉이 만든 작품이다. 진분홍 꽃과 푸른 하늘이 어우러지면 천혜의 비경이 따로 없다.

바래봉 탐방로에서 만난 진달래. ⓒ 문일식 바래봉 탐방로에서 만난 진달래. ⓒ 문일식

바래봉의 철쭉은 빛깔이 진한 산철쭉이다. 철쭉은 연분홍빛을 띠고 꽃잎과 잎이 둥그스름한데, 산철쭉은 빛깔이 훨씬 진하고 꽃잎과 잎이 뾰족하다. 꽃이 먼저 피는 진달래는 먹을 수 있어 참꽃, 꽃과 잎이 같이 나는 철쭉은 독성이 있어 먹지 못하기 때문에 개꽃이라 부르는 점도 기억해두면 좋다.

이왕 나선 김에 바래봉 정상에 올라보자. 바래봉삼거리에서 바래봉까지는 0.5km, 절반쯤 숲길을 따라가나 싶더니 어느새 공양 그릇을 엎어놓은 듯 둥그스름한 바래봉이 보인다. 바래봉에서는 지리산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바래봉삼거리에서 정령치를 거쳐 성삼재로 이르는 능선 가운데 세걸산과 만복대가 보이고, 성삼재에서 노고단을 거쳐 반야봉, 토끼봉, 명선봉, 연하봉, 천왕봉 등 지리산의 고봉들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진분홍 철쭉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철쭉 군락이 이어지는 팔랑치를 거쳐 세걸산에 다녀오기를 권한다. 지리산허브밸리에서 바래봉 정상까지는 왕복 7.4km로 여유 있게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남원의 5월은 바래봉 철쭉뿐만 아니라 춘향과 몽룡의 사랑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광한루는 춘향과 몽룡의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자, 남원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광한루와 연못, 오작교가 어우러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 정원으로 광한루원으로 불린다. 광한루는 조선 시대에 황희 정승이 양녕대군 폐위를 반대하다 남원으로 유배 왔을 때 광통루를 지은 것이 그 시초다.

세종 때 집현전 학자로 잘 알려진 정인지가 전라관찰사로 부임했을 때 이곳에서 본 풍경이 마치 달나라에 있는 광한청허부의 모습 같다 하여 광한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남원부사 장의국이 연못과 오작교를 조성했고, 1582년 전라관찰사로 내려온 송강 정철은 연못에 삼신산을 상징하는 봉래·방장·영주섬을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정유재란 때 남원성이 함락되면서 광한루도 불탔고, 인조 때 복원해 지금의 모습에 이른다. 광한루원은 명승 제 33호, 광한루는 보물 제 281호로 지정됐다.

오작교를 건너는 사람들과 광한루 ⓒ 문일식 오작교를 건너는 사람들과 광한루 ⓒ 문일식

광한루원과 춘향테마파크에서 매주 열리는 상설 공연과 신관 사또 부임 행차, 국립민속국악원의 무료 공연도 소리의 고장 남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다. 광한루원 완월정에서는 목요일 오후 2시 〈광한루원 음악회〉가 열리고, 춘향테마파크 축제의 장에서는 수~일요일 사물과 타악기가 어우러지는 타악 공연(오전 11시)과 전통 마당극 〈신춘향전〉(오후 2시)이 펼쳐진다. 토·일요일 오후 2시부터 진행하는 신관 사또 부임 행차는 꼭 찾아보자.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상설 문화 관광 프로그램 중 하나로, 소설 《춘향전》 속 변학도의 남원부사 부임 행차를 각색해 변학도의 부임 행차, 기생 점고 마당극 등 재미있고 해학이 넘치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목요일 저녁 7시 30분 남원관광단지 내에 위치한 국립민속국악원에서는 〈춘향고을 국악이야기〉 공연이 무료로 열린다.

광한루원 그네뛰기 체험, 오작교에서 견우직녀 되기, 추어탕거리에서 조형물과 친구 되기 등 다섯 가지 미션 중 세 가지 이상 실행한 뒤 SNS로 후기를 올리면 1만 원 상당의 남원 특산물을 선물로 받을 수 있는 ‘남원 관광 미션을 찾아라’도 챙겨보자.


〈당일 여행 코스〉
바래봉(용산마을~바래봉)→서어나무 숲→황산대첩비지, 동편제탯자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춘향테마파크→광한루원→만복사지→만인의총→교룡산성
둘째 날 / 바래봉(용산마을~바래봉)→서어나무 숲→정령치→지리산 천년송(와운생태마을)→실상사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남원시 문화관광 http://tour.namwon.go.kr
- 광한루원 www.gwanghallu.or.kr
- 춘향테마파크 www.namwontheme.or.kr

정현규 기자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