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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합의도출 '다행' 명분없는 투쟁 이제 그만

이충재 기자
입력 2014.03.17 16:42 수정 2014.03.17 16:44

정부와 의협 '원격진료' 합의…집단휴진 철회 예상

여론 따가운 시선 부담…노회장 취임후 최근 2년간 3차례나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정 협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정 협의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17일 최종 협상안을 도출해냈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부터 예고된 의사들의 집단 휴진은 일단 철회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이날 협상 끝에 핵심 쟁점이던 ‘원격진료’와 ‘투자 활성화 대책’, ‘수가 인상’ 등 3가지에 안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제1차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결과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기조 하에 원격진료와 투자활성화, 건강보험제도, 의료제도, 의료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등을 보완하고, 전공의들의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특히 가장 큰 이견을 보였던 원격진료 도입과 관련, 의료법 개정에 앞서 다음달부터 6개월 동안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유효성을 검증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의 기획과 구성, 시행, 평가 등은 정부와 의협이 공동수행하기로 했다.

‘영리법인 허용’은 의협과 약사회 등 의료계 전체를 아우르는 논의기구를 마련해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수가 인상 등 건강보험제도 개선’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을 연내에 추진하고 조정소위원회를 통해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논쟁 사안으로 떠오른 전공의의 ‘주당 최대 88시간 수련(근무)’ 등 수련제도와 관련, 주당 최대수련 시간을 단계적 하향조정하기로 했다. 또 ‘전공의 수련환경 평가기구(가칭)’를 신설해 전공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수련환경 평가 대안을 오는 5월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의사들의 불만은 여전, 여론 압박에 파업은 부담스러워"

이와 관련 의학계 안팎에서는 “정부와 의협이 합의를 도출한 만큼, 예고된 집단휴진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의료계에 쌓인 ‘불만’이 사그라진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번 합의로 의사들이 실질적으로 얻게 된 것이 있느냐”, “전공의와 동네병원의 불만은 여전하다”, “의협과 정부의 합의는 선언적인 성격에 불과하다”는 등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했다.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의협이 오늘의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그동안 집단휴진을 하고, 국민들을 볼모로 투쟁을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집단휴진을 선언하기 전 정부와 진행한 1차 의료발전협의회 협의 결과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들의 불만은 여전하지만, 집단휴진 여부를 묻는 의협의 찬반투표에서는 ‘반대’가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협 회원들의 생각은 두 가지다. 우선 ‘추가적인 파업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투표로 물으면 대부분 ‘하지 말자’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고 의협이 정부와 진행한 협의가 잘 됐다는 것은 아니다. 정부와의 합의안에 만족하느냐를 물으면 ‘만족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이 없다. 의협 회원들이 파업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서 협상이 잘 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다.”

박 교수는 이어 “의협과 정부가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해서 의사들의 불만이 해소된 부분이 크게 없다”며 “이번 합의안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고, ‘검토하겠다’, ‘향후 논의하겠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의협이 이것을 성과라고 포장하니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오늘 나온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이런 아젠다를 가지고 앞으로 어떤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가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파업 8차례 중 최근 2년간 3차례…"'먹고살기 편한데 파업한다'고 비쳐져"

의료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여론’에 대한 우려도 작지 않았다. 의협이 지난 2000년 이후 8차례 단행한 집단휴진에서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사례는 찾기 어렵다. 노환규 의사협회 회장이 2012년 취임 후 2년 동안 3차례나 집단휴진을 주도한 것 역시 “명분 없는 의사들의 기득권 투쟁으로 비쳤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가정의학과 의사 A씨는 “최근 의사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런저런 불만이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 때나 파업카드를 꺼내면 ‘쟤들은 먹고살기 편한데 파업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며 “의협이 전략도 없이 막무가내로 집단휴진으로 몰고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도 “파업은 극도로 제한적으로 해야 한다. 의협이 ‘정부의 의료정책이 도저히 안되겠다’고 판단했을 때 꺼낼 수 있는 카드인데, 명분이 확실치 않은 투쟁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의협이 국민들에게 진정성을 보이고 신뢰를 주는 방향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한편 의협은 이날 협의 결과를 회원 투표(17∼19일)를 통해 추인 받기로 했다. 투표에서 회원 과반수가 협의 결과를 수용하면 의협이 24∼29일로 예고한 집단휴진 선언은 철회된다.

앞서 정부와 의협은 의료 영리화, 원격진료, 건강보험체계 개선 등을 의제로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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