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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그릇 싸움' 의료파업에 '힘 없는' 환자들만 눈물

이혜진 인턴기자
입력 2014.03.11 16:54 수정 2014.03.11 17:06

의료대란 없대도 피해 고스란히 국민에…24일 집단휴진에 벌써 ‘벌벌’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전공의들이 휴진에 일부 동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입원접수 및 초진등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발해 대한의사협회가 집단휴진에 돌입한 10일 오후 전공의들이 휴진에 일부 동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환자들이 입원접수 및 초진등록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아무 힘없이 지켜보는 사람으로서 피해보는 환자가 없길 바랄 뿐.”

의사들이 ‘의료수가 상승’을 뒤로 숨긴 채 ‘국민을 위한 파업’이라는 푯말을 들고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료파업의 피해는 온전히 힘없는 국민들의 몫이 됐다.

14년 만의 의료대란을 예고하며 국민을 불안의 도가니로 밀어 넣은 대한의사협회의 10일 집단휴진이 마무리됐다. 동네 의원의 파업 참여율이 예상보다 낮은 29.1%로 나타났으나 병원 10곳 중 문 닫은 3곳에 들른 환자들은 큰 낭패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환자들이 혹시나 하는 기대에 집 근처 단골 의원을 찾았지만 굳게 닫힌 문에 아픈 몸을 다시금 일으켜야 했다. 그 중에는 당장 치료가 위급한 환자도 있었다.

이날 병원을 가려다 헛걸음을 한 조모 씨(25)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손을 크게 다쳐 어렵게 반차를 쓰고 병원을 찾았지만 허탕을 쳤다”며 “근처 병원이 다 문 닫아버려서 찾는데 시간을 다 버리고 말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온라인에서도 피해 사례는 심심찮게 발견됐다. 트위터리안 daeh*******은 “급작스런 복통으로 겨우 택시를 타고 근처 병원을 찾았는데 문이 닫혀 있더라”며 “배는 너무나 아프고 지금 꼭 치료를 받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 같은 무서운 상황에서 힘들게 찾아갔는데 치료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더라”고 급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특히 이번 집단 휴진 사태를 모르고 있던 엄마들은 눈물로 아픔을 호소하는 아이를 안은 채로 발을 동동 굴릴 수밖에 없었다. 네이버 아이디 cchh****는 “오늘 아픈 동생이 가는 소아과가 휴진이라 동생과 엄마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서 휴진이 끝나서 아픈 사람들이 불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애처로워했다.

의사들의 책임 소홀은 병원의 다른 식구들에게 그대로 전가됐다. 안산 소재 종합병원의 홍보실장 최모 씨(53)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하루 종일 환자로부터 걸려온 문의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업무를 제대로 볼 시간조차 없었다”며 “24일 2차 파업 때 이같은 일이 되풀이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환자의 아픔을 등한시하고 직업적 의무를 져버린 것으로 평가받는 의협의 파업은 국민들 다수의 진정성 있는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가진 자들의 횡포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네이버 아이디 kjhp****는 “의사 때려 치고 사업이나 해라. 환자 목숨 담보로 공갈 협박하나”라고 울분을 토했고, ylyl****는 “환자 생각하는 척은 다 하면서 이득만 빼 먹겠다는 게 아닌가?” 라며 쓴소리를 냈다.

또한 네이버 아이디 jung****는 “직업마다 특성이 있고 의사라는 직업이 힘든 것 모르고 시작한 거 아니잖아”라며 “인턴, 레지던트 힘들게 일시키는 것은 사람 살리는데 필요하니까 그런 것이고 다른 나라도 똑같다”고 일침을 가했다.

아울러 네이버 아이디 sdh9****는 “의사협회에서 의료수가 올려달라고 신문광고 냈더라”며 “결국엔 병원비 더 받을 수 있게 상한선을 올려 달라는 거고 환자들이 내는 병원비 상승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네이버 아이디 dhki****는 “근무시간 줄여 달래서 9급공무원 채용하듯이 넉넉히 의사면허 발급하면 의사들 밥그릇 줄어든다고 난리치겠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지금 의사협회에서 주장하는 원격진료나 의료 자회사 같은 경우는 그 자체로 큰 논란거리가 아니다”면서 “이것을 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것은 결국 협상의 지렛대로 삼기 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직 사태는 끝나지 않았다. 현재 의협은 '주 40시간 근무'의 준법 근무를 실시하며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오는 24일은 2차 집단 휴진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과 중환자실에 배치된 전공의들까지 집단 휴진에 전면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의료대란의 우려는 이달 말로 고스란히 넘어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경제실장은 “다음 투쟁(2차 집단 휴진)이 어떻게 진행될지 현재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에서 수가 인상의 여지를 보인다면 의협에서도 자연스럽게 퇴진하는 모양새를 갖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혜진 기자 (hattch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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