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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이룬 합의 깬 의료 파업 백전백패할 것"

이충재 기자
입력 2014.03.09 10:18 수정 2014.03.10 09:07

<인터뷰>박종훈 고대 의대교수 "의협, 스스로 궁지"

"의협 회장 독단 견제할 장치 없어…여론은 정부편"

노환규 의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가운데 한 협회 회원이 파업 결정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연합뉴스 노환규 의협 회장 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총파업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가운데 한 협회 회원이 파업 결정에 반대하는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다.ⓒ연합뉴스

"의사들이 파업에 동참한 것은 정부 시책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집단휴진에 돌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의사들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진 것은 의협이 주장하는 '원격의료'와 '의료 영리화'에 대한 반대가 아닌 의료계 전반적인 불만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최근 '데일리안'과 전화인터뷰에서 "의협이 투쟁으로 협회를 끌고 오다보니까 파업이 습관화된 것도 있다"며 "습관적으로 전문가로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서 '정부에 본때를 보여 줘야 된다'는 생각이 녹아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협회장이 회원들의 뜻을 모으지 못하고, 준비도 전혀 되지 않은 파업결정이었다"며 "파업을 하면 백전백패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이어 "이번 파업은 병원단체의 참여를 담보하지 못하고 시작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며 "병원협회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는 성공할 수 없는 파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의협이 파업명분으로 '원격의료 반대'와 '의료 영리화 저지'를 내세웠지만, 속내는 '건강보험 수가(의사들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는 진료비) 인상' 등 의사들의 처우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달 의협의 총파업 찬반투표에서 76.7%의 높은 찬성률이 나온 것에 대해 "투표 당시에도 파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로드맵'도 없이 투표를 강행했다"며 "파업에 찬성 의견을 낸 회원들이 어떻게 파업을 할 것인지, 또 어느정도 적극적인지 등에 대해 전혀 파악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파업 투표를 진행하려면, 파업전략은 무엇인지 향후 전선이 무너지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등에 대한 시나리오가 있어야 했다"며 "회원들의 정서를 알아본 것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회원들의 찬성률 = 정부에 대한 불만'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투표결과의 의미는 개원의와 지역의사회 뿐만아니라 의사회 전반적으로 불만이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의사들이 사회와 정부로부터 전문가로서의 올바른 대접을 못 받고 있다는 불만"이라고 말했다.

"의협에 고언할 멤버도 없어…의료계 '공론화의 장' 열어야"

박 교수는 의협의 꼬인 스텝을 풀 대책에 대해 의협 회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변혁'을 주장했다. 그는 "의협이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개인의 역량으로 단체를 끌고가다 보니까 이렇게 문제가 된 것"이라며 "협회 내에서 고언을 할 만한 멤버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지도부가) 의협을 끌고 가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협에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과 규정도 있는데, 문제는 의협 회장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규정을 지키지 않는데 방법이 없다. 문제는 시스템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지도부가 제도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의협 회장이 규정을 사사건건 다 위반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투표 자체도 규정 위반이었다"며 "규정대로 하면 총회에서 결정 났을 문제인데, 의협 회장 본인이 투표로 끌고 갔다"고 했다.

그는 또 "회원들이 의협회장에게 '규정을 지키라'고 하면 회장의 측근을 동원해서 '규정타령한다'고 융단폭격을 하는데, 시스템이 무슨 소용이고,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의협회장의 신임을 다시 물을 수 있는 현실적인 제도가 없다"며 이는 의협 내 개혁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했다.

"협회 대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모여서 과반 이상의 찬성으로 협회장을 해임시키는 방법이 있지만, 단 한 번도 실행된 바 없다. 의협의 속성상 '우리 의사들끼리 어떻게 회장을 해임을 하는가'라는 무언의 정서가 있다. 그래서는 개혁이 안 된다. 이를 회장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무리하게 파업을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노 회장이 벌인 판이니까 본인 스스로 수습을 해야 한다."

그는 이어 "의사들 내부에서도 다양한 이해관계가 있어서 사안마다 의견이 엇갈리는데, 한 번도 의협에서 거대담론으로 결정을 내린 바 없다"며 "의료계의 목표와 목소리가 무엇인지 한번 공론화의 장을 열어서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협이 '사면초가'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파업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잘못된 상황이 벌어지면 시도의협 회장들이 충고를 하는 선에서 끝냈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고도 했다.

"명분 잃은 파업에 정부도 '이번엔 버릇고쳐야'…의료대란은 없을 것"

그는 이번 파업이 지난 1월 의료계와 정부 간 의료발전협의회가 도출한 '원격의료 법제화 추진'이라는 합의를 의사들이 스스로 무력화시켰다는 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명분을 잃은 파업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부는 성의를 갖고 의협 대표단과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했는데, 의협이 이를 원천무효를 하겠다고 하니 '의협과 더 이상 논의할 것 없다'고 나올 만하다"며 "국민 입장에서도 의협이 미리 파업을 결정해 두고 생떼를 부리는 것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총파업 강행 시 법적처벌을 포함한 엄중 대처 방침을 정한 데에는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서 우려되는 '의료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부가 의협의 파업에 강공드라이브를 거는 데에는 여론의 지지를 얻고 있고, 이번 파업이 얼마 못갈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이참에 의협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고, 의사들도 이번에 파업에 참여하면 과징금 등 징계를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일 하루 파업 후에 동력이 다 떨어질 것"이라도 했다.

그는 의사들의 파업참여율에 대해 "의료대란은 없을 것"이라며 "파업에 참여하는 개원의들의 경우, 오늘서부터 '10일 진료를 피해달라'면서 환자들을 오지 않게 할 것이다. 약을 받아야 하는 환자들도 미리 약을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동네 병원 3개 가운데 한군데 문 닫는데 무슨 불편함이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수술 일정이 잡혔는데, 수술이 연기되는 경우는 환자 입장에서 정말 화나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대형병원에서 벌어질 일"이라며 "(파업에 참여하는) 동네 병원은 하루 진료를 안 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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