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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나가 추태 부리는 '꽃보다 할배' 망신살

  • [데일리안] 입력 2013.10.27 13:20
  • 수정 2014.02.11 11:17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식당에 소주 등엔 배낭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만찬서 한국식 유치 건배

정권이 바뀌면 임명직 기관장들의 진퇴 문제로 홍역을 치르는 것이 이제는 아예 관례화되어 국가의 에너지를 소모시키고 있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이니 끝까지 해먹고 나가겠다는 측과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니 좀 비켜줬으면 좋겠다는 측의 줄다리기, 그 사이에 끼어들어 역성드는 야당. 모두가 국민을 짜증나게 한다.

법대로? 선비는 불사이군(不事二君)이라 했거늘 언제부터 이 나라 선비들이 이토록 뻔뻔해졌을까? 아무리 보장된 임기라 해도 그건 자신을 간택했던 옛 주군의 세상에서나 통할 일이다. 이미 정권 말기에 임명 받을 적엔 그 임기를 다 못 채울 것이란 각오를 했어야 했다. 법을 핑계대기 전에 체면과 지조를 지켰어야 했다. 정히 봉사이군(奉事二君)하고 싶으면 새 주군에게 재신임을 물을 일이다. 국민이 뽑아 준 것도 아닌데 국민을 위해 봉사 운운 하는 것도 억지스럽고, 설사 계속해서 그 자리를 맡아달라고 해도 뿌리치고 나오는 것이 선비의 도리겠다.

한국식 건배사 때와 장소는 가려야

지난 달 안홍준(새누리당)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이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발언들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거나 확정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논란이 되었었다. "전작권 이양, 구체적인 연도 아닌 조건 협상 중“ "방위비 분담금 2000억 증액 협상 중" 등등 민감한 현안과 관련해 사실과 다른 얘기를 특파원 간담회서 늘어놓는 바람에 정부를 진땀나게 했다 한다.

아니나 다를까, 안 위원장은 그날 저녁 한미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케네디센터에서 열린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리셉션에서 축사를 한 뒤 건배사로 '사우디'를 제안했는데 무슨 의미인지 아는 참석자는 드물었다. ‘사’는 사랑을, ‘우’는 우정을 뜻하고 ‘디’는 경상도의 비속어 ‘디지도록(죽도록)’에서 따온 것이라는 부연 설명까지.

그나마 통역자가 이를 "영원히(Forever)"라고 영어로 옮겨 천만 다행이었다고 한다. 한국식 억지 유치 개그 건배사를 미국에까지 들고 나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자초한 것이다.

한국 산악인은 왜 글로벌 사회에서 존경받지 못하는가?

언젠가 케이블TV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에베레스트 산 밑 자원봉사 응급 의료캠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주목받은 내용인즉슨, 한국 원정대 베이스캠프의 전속요리사가 고산병에 걸렸는데 하필 응급 의료캠프에서 주사약 처방을 잘못하는 바람에 사경을 헤매는 급박한 모습이 실황 취재 방영되었다.

이때 서양인 간호사가 환자를 마구 흔들어대며 눈물로 울부짖으며 절규하는 말이 방송에 나왔다. “그렇게 살인적인 박봉을 잘 견뎌냈는데, 이처럼 허무하게 죽게 되다니… 안돼!” 사경을 헤매는 동양인 화면 밑에는‘한국원정대 쿸’이라는 영어자막 글자가 선명하게 나타내 보이며 이 광경이 전 세계에 방영되었다.

한국의 산악인 누군가가 히말라야 14좌를 완등하고 북극점, 남극점 정복했다 해도 뉴질랜드 출신 등산 영웅 에드먼드 퍼시벌 힐러리 경(卿)처럼 영국 왕실에서 기사작위와 칭호를 주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하겠다. 한국 산악인들이 인격체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회의 시각으로는 히말라야의 영웅이 아니라 임금을 착취하는 야만인으로 보일 뿐인 게다.

'꽃보다 할배' 한장면. 공식 홈페이지 화면 캡처.

꽃보다 할배? 꽃보다 할매?

한국에 온지 좀 오래 된 유럽 친구들이 하는 말이 있다. 한국 드라마는 왜 그리 시끄럽고 과격하냐? 그리고 한국 영화에는 웬 욕이 그리 많으냐고 불평 겸해서 충고를 한다. 어렵게 살던 시절 지나자 지난날의 진중함은 간 데 없고 대신 가볍고 천박하기 짝이 없는 문화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요즘 TV에선 ‘꽃보다 할배’라는 새로운 ‘꺼리’가 부상하더니 곧이어 ‘꽃보다 할매’까지 나선다고 한다. 아무렴 이런 천방지축 프로를 국내에서 찍어 안방에서 우리끼리 보고 넘긴다면 누가 뭐라 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로케 현장이 외국, 더구나 유럽 한복판 파리를 휘젓고 다니면서 객기를 부렸다는 데에 있다.

다 늙은 탤런트들이 등산도 아닌 관광을 다니면서 웬 배낭? 그것도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갖은 객기(추태)를 다 부리고 있어 과연 현지인들을 얼마나 눈살 찌푸리게 했을지 짐작하고도 남겠다. 물통에 소주를 넣어가 식당에서 마시는 장면에서는 머리끝이 솟을 만큼 경악스럽다.

아무렴 식당측이 마지못해 허락했다고는 하지만 속으로 얼마나 비웃었을까. 언제까지 저런 눈물겨운 망가지기 가학적 코미디를 보고 있어야 할까? 이러다간 머잖아 ‘한국방송촬영사절’이란 안내문을 내건 식당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평균나이 76세 한국의 대표적인 탤런트라면 그래도 ‘노블레스 오블리주’ 모범적인 매너와 품격은 지켰어야 하지 않을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출연제의라면 거절해서 자기 관리를 해야 할 나이가 아닌가? 언제까지 도전정신에 불타 망가지기를 자초할 것인가? 늘그막에 애기놀이가 새삼 즐거운가? 아니면 세계를 제패할 야망이 없는 젊은이들에게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세상이 별거 아니라고 가르쳐주려는 가상함에서인가? 게다가 미국에서 대학 공부까지 한 40대의 적지 않은 나이 이서진까지?

아무리 대본대로 연기해야 하는 연예인이라지만 그만한 경륜이면 뭐가 달라도 남과 달라야 하지 않을까? 한국의 톱클래스 고소득자 연예인들이 술값 아끼려고 소주 숨겨 들고 가서 마시는가? 그런 거지 근성이 어찌 소문 안 나겠는가? 현지에선 그렇다 치고 한국에서 그 프로를 보는 외국인들은? 정히 소주 아니면 안 되겠다 할 정도면 정식으로 코르크 차지(Cork Charge)를 내고 품위 있게 서빙을 받았어야 했다.

그리고 시내 관광에선 배낭이 아니라 간단한 남성용 숄더백이 기본이다. 그 정도의 경험도 없고 매너도 모르는 한국의 원로 연예인들, 그것도 떼를 지어 다니며 코리아 디스카운트 시키고 있다. 그마저도 웃고 넘어간다 치자. 헌데 그 꼴을 보고 세상을 만만하게 여겨 막 살아도 되는 줄 착각하게 될 이 땅의 청소년들은?

예전엔 예비군복 입으면, 또 한 때는 남녀불문 '추리닝' 입고 너도 나도 망가지더니 요즘은 등산복에 배낭 매고 산과 도심을 헤집고 다니며 망가지고 있다. 그러다 이제는 인기 원로 연예인들까지! 글로벌 시대를 맞아 애들 따라 늙은이들까지 밖으로 나가 동서남북 모르는 막 캐주얼 복장으로 추태다. 애늙은이들이 늙은 애들을 가르치고 있는 꼴이다. 제발이지 해외 로케 나가기 전에 배우, 탤런트는 물론 작가와 촬영진들 모두 인성회복을 위해 글로벌 소양 교육 좀 받고 나가길 바란다. 무엇보다 망가질수록 재미있는 프로가 된다는 발상부터 좀 바꿨으면 한다.

이제 한국이 노벨문학상 수상을 바란다는 것이 단체점수 과락이란 이 현실에서 얼마나 허황된 일인지 짐작할 것이다. 문학적 업적이야 문외한이 감히 뭐라 할 수는 없겠으나, 한국인 후보로 해마다 우리끼리 주목하는 그 분의 개인점수 글로벌 매너 품격이나 남에 대한 배려, 인류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고뇌가 과연 얼마나 깊은지 한국인인 필자도 잘 모르겠다.

아무렴 젊은 시절 한 때 얻은 명성으로 지금껏 대접받고만 살아온 건 아닌지? 글로벌 사회에 연줄이 닿아있는 국내 외국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꽃보다 할배’들과 얼마나 다른지? 혹여 우리가 남의 눈치도 읽지 못하는 억지스러움으로 해마다 김칫국 마시는 건 아닌지?

젊은이들 장래를 망치고 있는 배낭여행

한국에서 ‘세계화’가 화두가 된지 오래다. 유치원마다 일찍부터 세계를 가르친다며 세계지도, 지구본 갖다놓고 세계화 교육시킨다고 야단들이다. 그러고는 초등학교에서부터 조기유학 경쟁에 돌입한다. 그리고 예전에 모 굴지의 그룹에서 사원들에게 해외배낭여행을 시킨 일이 있다. 회사 망치려고 작정한 모양이라고 필자가 헛웃음 지었었다. 또 근래에는 어느 여성 여행가의 여행기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정규 사회생활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젊은이들을 무작정 글로벌 무대로 내몰아 국제 낭인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왕 글로벌 봉사를 하더라도 제대로 글로벌 매너를 익혀 글로벌 중상류층으로 올라서는 디딤돌이 되도록 했어야 했다. 그리하여 훗날 빌 게이츠 같은 거부가 되어 어마어마한 도네이션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진정 젊은이들을 바로 이끄는 길이겠다.

기실 저급한 배낭여행은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지구를 종횡무진, 모험과 도전, 극기? 말이야 그럴 듯하지만 실은 빌붙어 살아가는 거지근성만 익혀 세상을 막 살아도 되는 걸로 인식하게 만든다. 한 술 더 떠 어떤 이들은 아무런 준비없이 무작정 나가 헤매다가 갖은 고생 다 하고 온 걸 자랑인양 떠벌인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다. 그처럼 무지몽매하게 지도 밖으로 행군하다간 자칫 지구 밖으로 나가 진짜 인생 망가지는 수가 있다. 거지가 지구를 열 바퀴 돈다고 신사가 되지는 않는다.

홍콩에선 취업에서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연봉과 휴가 일수다. 당연히 긴 휴가를 원한다. 헌데 그들은 휴가를 가도 그냥 놀러가지 않는다. 반드시 비즈니스 건을 하나 심지어 몇 개씩 물고 돌아온다. 자기 비즈니스에 관한 것은 물론 집안 식구나 친척, 친구들 것까지 챙겨 온다. 그런 게 아주 몸에 배어 생활화된 때문이다.

이왕 여행을 가려면 그 나라에 대해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해서 비즈니스 감각을 익히고 오겠다는 키워드를 들고 나가야 한다. 고생스런 모험에 도전할 게 아니라, 그 나라의 진짜 잘 사는 중상류층에 도전해서 그들이 어떻게 해서 잘 살게 되었는지, 어떻게 품격 있게 노는지를 배워 와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를 모색해야 한다. 준비 없이 나가 인생을 막 사는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철저하게 비즈니스적 마인드로 무장하고 나가 지혜롭게 사는 법을 배워 와야 한다는 말이다.

세계여행 남보다 많이 다닌다고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선진사회 중상류층으로 들어가는 글로벌 매너 기본기를 익혀야 한다. 헌데 그런 막사는 매너를 먼저 익혀버리면 이후 제대로 된 매너를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심지어 불가능한 수가 있다. 세계화 교육은 정품격 글로벌 매너부터 시작해야 한다. 말을 타면 달리고 싶고, 칼을 쥐면 휘두르고 싶은 게 인지상정.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를 익힌 젊은이라면 나가지 말라고 말려도 뛰쳐나가려 할 것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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