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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가 중국진출 입문서? 중국이 만만한가

  • [데일리안] 입력 2013.10.06 10:16
  • 수정 2014.02.11 11:17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정글이라면 '생존필살기'를 담아야

소설로 홍보하면 좋을것을 저명인사 동원해서 판촉 유도라니

전세계에서 일본과 중국을 가장 우습게 여기는 민족이 바로 한국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뭘 모른다는 말이겠다. 누천년 그토록 당하고서도 아직도 정신 못 차린다는 핀잔이겠고, 그러니 미래에도 또 그렇게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충고겠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너무 가까운 이웃이다 보니 만만해서인가?

예나 지금이나 한국 지성인들의 특징은 동서남북좌우를 막론하고 과거지향적이라는 사실이다. 당연히 미래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전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문단의 대표적인 작가 조정래의 '정글만리'는 한국문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하겠다.

하지만 이 작품은 중국 문제를 비즈니스 당사자의 시각이 아니라, 외부인(손님, 구경꾼)의 시각에서 씌어져 있어, 읽는 이가 중국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런 점은 작가가 선택한 작은 소재들의 특색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겠다.

우선 대부분의 소재들이 남에게서 들은 에피소드, 즉 한중 수교 후 20년 가까이 한국 비즈니스맨 사회에서 떠돌던 낡은 얘기들이다. 해서 남의 말과 글들에서 옮겨온 게 엄청 많다. 이는 조정래 씨가 진정 상상력을 갖고 창작하는 작가인지 비정론 주간신문 기자인지 헷갈리게 한다. 게다가 소설 어디에도 주목할 만한 중요성 있는, 등장인물 간의 서면 문서 소통 내용이 없다. 기업소설에서 빠져서는 안 될 부분이다. 이메일, 편지 방식에 의한 비(非) 대면(텔레) 커뮤니케이션 전개가 없다.

한국의 젊은이거나 30, 40대 비즈니스맨들이 중국시장으로 진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면서도 이 책은 결코 제대로 된 가이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하겠다. 그저 역시 여타의 유명 한국작가들이나 여행기작가와 별 차이 없는 우물안 세계관으로 자신이 책임지지 못할 외국 문제, 거대시장 문제, 글로벌 문제를 다루는 무모함을 보이고 있다. 비록 8번이나 중국을 여행했다고 자랑하지만 중국이나 글로벌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보는 눈을 가지지는 못한 듯하다.

일례로 제1권 10쪽에 보면, 중국인들은 목소리가 크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 이유를 잘못 짚고 있다. 물론 일부는 그들의 과시욕에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것은 중국말이 한 옥타브에서 사성으로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그 의미를 명확하게 전달하자면 목소리가 자연 커질 수밖에 없음이다.

또한 책에는 여러 외국인(글로벌 인물)들이 나오는데, 이를 표현하는 작가의 와인 매너, 테이블 매너에 대한 식견 즉, 성숙된 사회적 인격체로서 선진문명인 의식은 완전 오류 상태다. 제1권 114쪽에, 비행기 일등석에서 불어를 쓴다는 손님이 손가락 끝으로 스튜어디스를 불렀다거나 와인을 주문하면서 영어로 “와인!” 한 마디만 했다는 데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영어라면 마땅히 “플리즈(please)!”가, 불어라면 “실 부 플레(s'il vous plait)!”가 자동적으로 붙어야 했다.

더구나 손가락으로 스튜어디스를 불렀다는 건 완전히 '라면 상무' 수준이다. 그 책을 읽은 점잖은 분들이 이게 평소 작가의 글로벌 매너 수준이라 단정하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런 작품이 혹 외국으로 번역되어 나가면 그만큼 뱃속에서 갑자기 꾸르르 구역질날 것 같은(disgusting) 반응을 반자동 초래, 코리아디스카운트당하는 거다.

비단 한국문학뿐 아니라 많은 영화, 스포츠, 예능 등이 이 같은 무매너 때문에 평가절하되고 정작 선진국 시장에 진입도 못해 보는 것이다. 한국 작가가 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하는가? 노벨상위원회가 세계 최상류사교클럽임을, 작가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글로벌 내공과 품격을 간접적으로 표현해내야 한다는 사실쯤은 상식적으로 알고서 그런 말을 해야 한다.

소설 소설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작가가 지난 7월 16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소설에서 글로벌 비즈니스 매너는 필수

그러나 어찌 보면 위에 지적한 것들은 사족일 수도 있겠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작품에 나오는 한국 사람들이 중국인과 사귀어 가는 과정, 대화 방식에 대해 아주 지겨울 정도로 상세하게 다루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너무 소홀했다는 거다.

중국인과 비즈니스 탐색전을 벌이고 합작 의사를 끌어내는 데는 오피스에서의 상담뿐 아니라 식사자리에서의 고품격 인문학적 식담(食談)이 절실함에도 작가는 거의 다루지 않았다. 아마도 이에 대한 ‘심각한’ 경험이나 전문(傳聞) 없음으로 지식이나 인식 자체가 없어서겠다.

과연 한국의 엘도라도를 개척하기 위해 쓴 '정글만리'를 읽은 한국의 젊은 비즈니스맨들이 어떻게 중국인 카운터파트(business counterpart) 인적 정글을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심히 걱정이다. 그런 점에서는 이 책은 무용지물이겠다. 오히려 헛바람들어 무모하게 도전했다가 인생 망칠까 염려된다. 차라리 그 3권 전질 고가의 책값으로 차라리 시중에 오래전부터 회자돼온 일본 만화책 '시마과장', '시마부장', '시마사장'을 추천하고 싶다.

이 책들은 꼭 사지 않아도 동네 책대여점에서 한 권당 5백 원으로 부담 없이 빌려볼 수 있다. 여기에는 '정글만리'보다 백배 넓고 깊은 콘텐츠가 들어 있다. 이 일본 만화책의 내공에 대해서는 언젠가 삼성전자 스토리를 다룬 동아일보 기획기사에서 언급할 정도다. 여기에는 과거 일본이 대동아공영을 외치며 준 글로벌, 아시아 경영에 나선 실질적 글로벌 경영전략은 물론 '대망', '미야모토 무사시', '불모지대' 등에서의 노하우들까지 진하게 녹아들어 있다.

아무렴 '태백산맥'을 누비던(실은 숨어다니던) 빨치산적 비정규전 마인드로 '정글만리' 중국대륙에서의 정규전 포함 토털 전쟁, 비즈니스 생존필살기를 제시하는 것은 무리이겠다. '정글만리'를 통해 뭔가를 얻으려 했던 젊은이들, 구체적인 콘텐츠를 제시하는 과정 없이 마치 중국대륙이 노다지인 양 막연한 헛바람을 불어넣기 전에 작가 자신부터 환골탈태, 진짜 글로벌 내공을 제대로 쌓았어야 했다. 그냥 소설로서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마치 그 책이 중국진출 입문서라도 되는 양 홍보하는 것은 너무 오버했다 하겠다. 그 사회적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가?

더욱이 이 책의 최근 신문 광고에는 국내에서 누구나 알 수 있는 10인의 VVIP 저명인사들이 실명으로 판촉을 유도하고 있다. 소경 작가 혼자가 뭇 소경들을 인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제도권, 진보인사 지원군까지 대거 합류하여 한국의 차세대 꿈나무들을 외지 구렁텅이로 유혹해대고 있는 것이다. 흡사 한국전쟁 때 총알받이로 학도병 내몰 듯. 실패의 통곡 메아리가 하나하나 국내로 전해질 때 이 10인의 VVIP들은 실질피해 보상 분담은 고사하고 50만 부, 백만 부 베스트셀러에 속은 독자들이 입을 심리적 배반감 피해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어찌 조정래 한 작가뿐이랴. 온전히 깊이 있는 글로벌 실전 경험 없는 많은 한국인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작가들도 중국을, 개혁개방이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뀔, 물경 30년도 넘게 지났음에도 자신의 하루살이 시간감각, 좁은 시야대로 마치 신대륙이라도 되는 양 안이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해서 감히 글로벌 선진국을 배경으로는 작품을 쓸 엄두도 못 내면서 만만하게 일본이나 중국 문제를 다룬다.

아무려나 사회 정치 관계를 소설로 다루려면 치열하게 생존필살기를 베이스 콘텍스트로 다루어야 함에도 우물안 세계관으로 그렇고 그런 소재를 다루고 있다. 하나같이 해방 후 북한의 김일성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수준의 담판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던 고 백범 김구(金九) 선생류의 글로벌 상황 인식 및 객관적인 세계관 제로, 감상적 낭만적 감성만으로 젊은이들에게 어쭙잖은 현실 인식 오류 및 위험천만 세계관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명저로 미국 여성 루스 베네딕트가 쓴 '국화와 칼'이 있다. 놀라운 것은 그 작가는 일본에 한번도 가본 적이 없다는 사실! 그러니 8번씩이나 중국을 여행하였다는 한국의 조정래 작가의 '정글만리'는 왜 세계적인 명저 콘텐츠가 못 되는지 의아해할 수밖에 없다. 조선의 왕은 자기 직할지(경기도)를 떠나지 않고도 자신의 영토 전체를 꿰뚫고 잘 다스려야 한다는 왕기(王畿) 사상이 없어서였을까? 다른 말로, 온전한 주인의식이 없어서 그러했던 건 아닌지?

중국대륙에서 성공하려면 ‘더러운 손’이 되어야

지구상에 유일하게 ‘사기'(詐欺)가 준학문으로 정립되어 있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손자병법, 오자병법, 육도삼략, 삼십육계 등등 말이 좋아 병법이지 실은 모두 속임수다. 역으로 그런 게 발달했다는 건 곧 그러지 않으면 그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심하게 말하면 중국의 역사서 '사기'(史記)는 사기(詐欺)의 기록이고, 소설 '삼국지'(三國志)는 사기(詐欺)문학의 정수라고까지 말할 수 있겠다. 그에 비하면 헤라도투스의 '역사'는 물론, 심지어 16세기에 나온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조차 얼마나 낭만적인 얘기인지 쉬이 짐작하겠다.

그 같은 환경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살아남아 성공하려면 그 마음가짐을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와인대사가 평소 읊조리던 말대로 “황하는 자신이 흙탕물 됨에 연연치 않고, 양안의 대지에 안겨줄 풍요를 먼저 바라본다”고 했다. 장 폴 사르트르의 희곡 '더러운 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중국을 그 옛날 고구려인들이 말 달리던 무인지경, 드넓은 북만주벌 초원이나 신개척지쯤으로 만만하게 생각했다간 반드시 큰 코 다친다. 오랜 세월 그 땅에서 모질게 살아남은 엄청난 숫자의 비즈니스 카운터파트들을 상대로 속으로는 오만 가지 계략과 술수를 품고, 겉으로는 더없이 고상하고 우아한 글로벌 매너로 포장해서 능란하게 구사할 줄 알아야 그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현실에서는 ‘더러운 손’이 될 각오를 해야 하고, 마음속으로는 겸손, 온유, 당당하게 온전한 극중(克中)의 자세로 명경지수처럼 깨끗하고 냉정하게 철저히 계산된 시나리오대로 움직여야 한다.

왜냐하면 현지 기업가든 지자체든 개인이든 중국인들은 상당수 처음부터 그들 땅에 들어오는 한국인들을 벗겨먹을 각오를 하고 인정사정없이 덤벼들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진출 1세대 기업들은 대부분 껍데기 다 벗기고 알몸으로 쫓겨났다. 다음으로 들어간 2세대들마저 지금 반타작 뜯어먹히고 있는 중이다. 홍건적의 지도자가 황제가 되고, 사기꾼도 영웅에 준해 존경받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들은 오천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다.

기실 중국뿐 아니라 글로벌 무대에서 초심자(beginners, the novice)를 위한 자리는 없다. 초심자에겐 죽음만이 기다린다. 그게 정글이고 그 정글이 만리나 뻗어 있다. '정글만리'라! 작가가 책 제목 하나는 기막히게 잘 뽑았다. 하지만 그 책을 읽는 독자들이여, 그 정글에 낭만적인 초식동물은 한 마리도 없다. 13억 마리의 하이에나만 우글거리는 인간 정글, 인간사냥터이다. 부디 필자의 충고를 받아들여 룸살롱 매너가 아닌 글로벌 정격 매너로 철저히 무장(武裝)해서 만리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거부가 되어 오길 바란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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