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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먹방에 '별풍선' 날리는 당신 심정은...

목용재 기자
입력 2013.09.28 10:48 수정 2013.09.28 10:53

음식먹는 VJ 바라보며 함께 밥 먹기 '솔로들의 탈출구'

"공감과 소통에 대한 만족으로 자발적인 시청료 지불"

아프리카TV BJ'범프리카'의 먹방 캡처 아프리카TV BJ'범프리카'의 먹방 캡처

아프리카TV BJ'초롱이'의 방송 캡처 아프리카TV BJ'초롱이'의 방송 캡처

“쩝쩝쩝. 오늘 제육덮밥 맛있네. 이거 우리 동네에서 시킨 거예요.”

인터넷 방송에 출연한 한 남성이 책상에 제육덮밥, 돈가스, 쫄면 등의 음식을 벌려놓고 허겁지겁 먹으며 잡담을 늘어놓는다. 이따금씩 먹고 있는 음식들을 웹캠 렌즈에 가까이 가져다 대기도 한다. 음식을 씹는 ‘쩝쩝’ 소리가 이 남성의 주된 방송 멘트. 형식적인 방송 진행 멘트조차 없다.

이른바 무료 ‘먹방’(먹는방송)이다. 1000여명의 네티즌들은 24일 저녁 이 방송을 보기위해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접속했다. 유익한 정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웃음을 선사하는 방송도 아니지만 이 방송에 접속한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이 남성에게 ‘별풍선’(현금화가 가능한 아이템)을 날렸다. 단지 먹는 것이 전부인 방송을 보고 시청료를 낸 셈이다.

이처럼 최근 ‘먹방’, 게임중계, 스포츠, 잡담방송 등 여러 주제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BJ(방송 진행자)들이 뜨는 것은 방송에 '별풍선'을 날리는 고정 팬층이 두텁기 때문이다.

BJ 방송을 시청하는 상당수의 네티즌들은 1개당 100원인 ‘별풍선’을 10~50개, 많게는 1000개 이상씩 ‘자발적인 시청료’로 지불한다. 한 여성 BJ는 24일 저녁 진행한 방송에서 5분 만에 10만 원 가량의 별풍선을 얻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는 “한 번에 16만개(1600만원)를 날린 사람도 봤다”는 얘기도 나온다.

무료 먹방에 자발적 시청료 지불…"외롭지 않은 식사에 대한 만족감"

이처럼 ‘무료 방송’을 자발적인 시청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시청하고 있는 네티즌들의 심리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에 관련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공감과 소통에 대한 만족’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대중들 사이에 확산되면서 불특정 다수의 타인 간 소통이 원활해지긴 했지만 대중들은 실제 오프라인 상에서는 소통 부재와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자취를 하는 등 1인 가구가 과거보다 늘어나 대중들은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과의 소통을 원한다는 설명이다.

최근 뜨고 있는 ‘먹방’도 같은 맥락이다. 퇴근은 했지만 같이 식사할 사람이 없어 ‘먹방’을 틀어놓고 BJ가 먹고 있는 동일한 음식을 먹거나 ‘함께 먹는다’는 느낌을 받으며 외로움을 잊을 수 있다는 것이다.

BJ들에게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는 ‘아프리카TV’에 따르면 먹방이 가장 많이 개설되고 인기가 많은 시간은 퇴근 후 7~9시 사이의 저녁식사 시간이다. 먹방을 시청하는 네티즌들은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끼고 이에 ‘별풍선’을 날린다는 것이다.

미모의 여성 BJ들의 ‘잡담’ 방송도 네티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방송에서 특별하거나 유익한 내용이 제공되지는 않지만 그들은 채팅을 통해 받은 메시지에 응답하며 소통을 하고, 종종 춤으로 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방송의 내용을 떠나서 시청자들은 방송에 공감했기 때문에 자발적인 시청료 지불하고 있는 것”이라며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에 대해 자신이 공감하고 좋은 느낌이 들면 뭔가 해주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교수는 “유명 BJ들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시청자들과 모임을 갖기도 하는데, 시청자들은 BJ를 만날 때 연예인들을 만나는 것과 비슷한 심리적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일종의 팬심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타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행하면 이를 통해 소통이 된다는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별풍선, 좋아하는 연예인한테 선물주는 마음으로"

아프리카TV의 BJ방송을 즐겨 시청하는 ‘lmh****’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도 “팬들이 아이돌 가수나 연예인들한테 선물이나 도시락을 주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별풍선을 보낸다”면서 “그냥 주고 싶으니까 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TV’의 BJ방송 가운데 50%를 차지하고 있는 게임방송을 시청하는 네티즌들도 마찬가지다. 혼자서 게임을 즐기기 보다는 BJ가 플레이하는 게임을 보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공유하고 대화까지 나눌 수 있다는 것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게임방송을 진행하는 BJ가 게임 플레이 도중 난관에 부딪히면 네티즌들은 방송 내의 채팅방을 통해 ‘솔루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에 안세림 아프리카TV 홍보담당 과장은 “‘별풍선’은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시청료로 보면 된다”면서 “게임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로 BJ와 네티즌들이 실시간 소통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은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방송을 통해 재미를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 사람들이 별풍선으로 자신의 만족감을 표현 하는 것”이라면서 “아프리카TV 내에 우수 BJ들이 100여명 가량 있는데 이들은 네티즌들의 외로움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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