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반가사유상 반출 소동 사대주의 쩌든 소국근성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3.09.15 10:13 수정 2014.02.11 11:24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미국 아니라면 그난리쳤겠나

편들어달라고 제3국들에 졸라대기 이제는 그만할때도

조선 건국 후 중국 천자의 재가를 받아 정통성을 세우고자 했지만, 오랑캐라 하여 이성계를 조선 왕으로 호락호락 인정해주지 않아 무던히 애간장을 태웠다. 해서 꾀를 낸 게 바로 한양 천도다. 개경(開京)에서 남경(한양)으로 옮기면서 수도를 ‘중국(漢)에 속한 작은 마을(城)’이란 뜻을 담은 ‘한성(漢城)’이라 하여 스스로 중국의 일개 성(城)으로 격하시켰다.

개경 역시 개성으로 낮춰 이 나라엔 경(京)이 없음을 알렸다. 철저하게 신하의 나라가 된 것이다. 그리고 한성의 각 성문에다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자를 넣어 유학을 신봉하는 예의지국으로서 대명(大明)을 섬길 것을 맹세하고서야 겨우 천자의 재가를 받아내었다.

1910년 일제 총독부에 의해 한성부(漢城府)로 불려오던 것을 경성부(京城府)로 개칭하였는데, 이를 두고 한국인들은 일제가 고의로 격하시켰다고 분개하지만 기실 격상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아무튼 지금도 대다수 중국인들은 습관적으로 한국을 ‘朝鮮’이라 하고 서울을 ‘漢城’이라 한다. 지난번 박 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때에 시진핑 주석도 분명 ‘朝鮮’이라 했다. 일본인들이 ‘朝鮮’이라 하면 분개해 하면서도 중국인들이 그렇게 칭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친근해했다.

조선 시대 중국에 사신으로 간 벼슬아치 중 황제에게 잘 보여 허울뿐인 벼슬 하나 하사받아 오면 마치 황제의 흠차대신이라도 되는 양 위세를 부렸다. 때로는 정승 부럽지 않은 권세를 누린 역관(譯官)들도 있었다. 이들 친중파를 통해 중국은 녹봉 한 푼 주지 않고도 조선 조정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었다.

어느 중국 고대 문헌에 ‘동방에 예의를 아는 오랑캐가 있었더라’고 한 구절의 그 오랑캐가 바로 우리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지금까지 천 년을 넘게 스스로 ‘동방예의지국’이란 별호로 사용하며 우쭐해하고 있다. 하여 그 별호에 맞추려고 공자를 제 시조인 단군보다도 높이 받들며 길들인 강아지마냥 중국에 순종해왔다.

또 그리 멀지 않은 때 주요한 선생이 인도의 타고르가 한국을 위해 ‘동방의 등불’이란 시를 써줬다며 애국적 사기를 치는 바람에 우리는 진짜 그렇게 고상한 영혼을 지닌 순하디 순한, 착하디 착한 민족인 줄 착각하고 살았다.

작년에 작고한 모 춤꾼이 예전에 곱사춤을 춤을 추어보이자, 철없는 교수들과 평론가들이 ‘한국적 한(限)을 승화시킨’ 춤이라고 하늘높이 띄웠었다. 뭐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차돌도 바람이 들면 천리를 난다더니 드디어 해외공연까지 나가게 되었다. 헌데 영국에서 그만 공연도 못하고 쫓겨 오고 말았다.

장애자가 된 것도 서러운데 그걸 흉내 내서 희롱하는 걸 춤이라니 이런 정신 나간 사람들이 어딨느냐며 내쫓아버린 것이다. 원래 병신춤이란 조선시대 선비나 한량들이 술 처먹고 놀다가 또 놀다가 더 이상 재미가 없을 때 웃자고 병신 흉내 내며 깔깔대던 천박한 놀이였다.

예전에 모 참모총장이 대통령의 유럽 순방에 따라가 가슴에 그동안 받은 훈장을 모조리 달고 영국의 찰스 황태자를 예방했었다. 그러자 찰스 황태자가 그 총장의 등을 쓰다듬으며 “여기에도 달고 오지 그랬소!”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한다.

얼마 전 안철수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직을 맡았다가 석 달 만에 사퇴한 한국의 대표적 진보학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두고 안측에서는 완전한 결별이 아니라고 구차스럽게 계속 우기다가 망신을 당했다.

실은 그만한 경륜을 지닌 학자가 지난 대선 중 안철수의 멘토역을 했던 김종인, 윤여준 등 원로들과 주변머리 안타까운 사람들이 팽(烹) 당하는 것을 보고도 그 인간 됨됨이를 미루어 짐작도 못하고 손을 잡았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였다. 똥인지 된장인지는 찍어 맛을 봐야 안다는 속담을 재확인한 한국적 해프닝이었다.

몸에 밴 사대(事大)

대한제국 말기 고종의 밀명을 받은 이준 열사가 헤이그 만국평화회의에서 열강을 상대로 일본의 무도함에 대한 하소연을 시도한 이래 이제까지 한국의 외교는 항상 그 기조를 유지 해왔다. 누천년 동안 중국에, 그리고 지금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물론 약소국의 외교란 그럴 수밖에 없는 면도 있지만, 대한민국은 지나치게 강대국에 기댄 사대외교로 일관해왔다고 볼 수 있다.

굳이 먼 예를 들지 않아도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만 해도 제 형제한테 얻어맞고 “쟤가 때렸어요!”라고 동네방네 울고 다녔다. 하지만 뭐 그렇게 주변 나라들이 역성들어줘 본들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날조, 정신대, 독도 문제, 북한의 핵실험도 그저 미국한테 매달려 하소연하며 미국이 어찌 해주길 오매불망 매달리고 있다. 해서 광고를 해도 미국에다 한다.

 국외 반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문화재청은 10월 29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전에 반가사유상의 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국외 반출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은 국보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문화재청은 10월 29일부터 내년 2월 23일까지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열리는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Korea's Golden Kingdom) 특별전에 반가사유상의 반출을 허가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한국에 오는 외국의 유명인사(특히 미국인)들은 거의 예외없이 매스컴과 인터뷰가 있다. 한데 언제나 대담 끝머리는 역겨울 정도로 상투적인 질문과 상투적인 대답이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며 엎드려 절받기식 대답을 강요한다. 물론 당연히 빤한 찬사를 바라고 한 질문이니 그 자리에서 대놓고 한국을 흉볼 사람 없겠다. 그리고 그걸 가지고 누가 한국, 한국문화, 한국제품에 대해 칭찬했다거나 호감을 보였다며 반색을 한다.

한국을 방문한 정치인들도 그런 대답을 강요당하기 일쑤다. 북한의 무도함에 대해, 일본의 부당함에 대해 한 말씀 구걸하는 게 기실 초청의 목적인 게다. 진정성이 있을 리 없는 허례의 덕담, 실은 자화자찬에 삶의 의미를 두고 희열을 느끼는 가련한 민족이다. 사대근성의 발로겠다.

소국근성 버리려면 무게감부터 지녀야

지난 6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이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일본은 역사를 바라보면서 미래지향적 관계를 발전할 수 있도록 해주기를 바란다. 일본이 동북아의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해 협력해나갈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번 G20 회의를 앞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정상회담 제안을 뿌리쳤었다. 그러면서 과거사 반성에 적극적인 독일을 상대로 일본의 과오를 지적했다. 그에 앞서 아베 총리와 조우한 박대통령은 가볍게 인사만 나누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앞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과거의 일을 정직하게 인정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고 한데 이어 미 의회 연설에서는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월 한중정상회담 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채택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에 역사인식에 대한 부분을 명시해 일본이 반발한 바 있다.

반면에 G20에 함께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첫 접촉을 가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일본은 마땅히 역사를 똑바로 보고 미래를 대하는 정신의 기초 위에서 양국 간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할 말을 하는 대통령? 주권국가라면 당당하게 나서 당사국에 직접 꾸짖었어야 했다. 이웃 간의 다툼을 직접적인 이해당사국도 아닌 미국, 중국, 독일 지도자를 만난 자리에서 꺼내어 지지, 응원을 애걸하는 약소국의 사대적 외교는 이제 지양해야 할 때다. 이는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는 약소국임을 세계만방에 선전하는 꼴이다. 실익도 없고 국격을 디스카운트 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정히 하려면 소리 소문 안 나게 조용히 지지를 부탁했어야 했다. 그리고 일본 총리의 회담제의를 무조건 뿌리칠 것이 아니라, 만나서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열번 백번이라도 그렇게 해야 한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입장을 고려해서도 그런 말은 꺼내지 말았어야 했다. 그들은 그들 나름 일본과의 이해관계가 있음에 굳이 한쪽 편을 들 이유도 없겠다. 그냥 들어주는 척 할 뿐인 게다. 매사를 그런 식으로 상대방 입장 고려치 않고 막무가내 떼를 쓰거나 감정적으로 처리해서야 문제해결이 될 턱이 없다. 그런 귀한 시간을 주변머리 긁는데 쓸 수야 없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외국 정상들과의 회담할 때 지나치게 자기주장을 설파하는데 열중한다.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자세가 아니다. 혹여 “잠깐만요!”를 남발해서 생떼 쓰는 여성지도자란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남긴 건 아닌지? 그래 가지고는 외국 정상들과 진정한 소통을 이루었다고 보기 힘들다. 자칫 큰 나라에 애걸하며 매달리는 소국근성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대국이든 소국이든 대범하면서도 동등하게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무게감 있는 자세가 아쉽다.

왕기사상과 반가사유상 반출 소동

조선의 왕릉은 모두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의 경기(京畿)는 곧 왕기(王畿)를 의미한다. 왕이 직접 관장하는 구역이다. 왕기의 법도는 왕은 절대 이 지역을 벗어날 수 없음이다. 당연히 죽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를 벗어난 지역에 천하의 명당이 있다 해도 그곳에 묻힐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경기도 밖에 능을 쓰면 다음 왕들이 왕기의 법을 어기고 그곳까지 능행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새로 취임한 변영섭 문화재청장은 오는 10월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전시하기로 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을 비롯한 3점에 대해 반출을 불허했다가 한바탕 소란을 치른 끝에 반가사유상만 예정대로 내보낼 것이라 했다. 기실 어느 나라든 그 정도 급의 보물을 해외에 내보내는 일은 없다. 넘버투급이라면 모르겠지만 한 나라의 넘버원급 보물이라면 어림없는 일이다. 남대문이 불탈 줄 누가 짐작이나 했던가? 비행기 사고 안 난다고 누가 장담하랴.

이는 안전상의 문제를 넘어 문화국가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다. 문화재청장의 판단이 백번 옳았다. 미국 전시 흥행의 성공여부가 뭐 그리 대수던가? 그런 이유를 갖다붙이는 것 자체가 일급보물에 대한 모욕이다. 그저 큰 나라 국민들에게 우리 문화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하는 조급증도 뒤집어보면 사대근성의 발로라 하겠다. 미국이 아닌 다른 작은 나라였어도 과연 그리했을까? 비즈니스로 치면 밑천 다 보여주고 협상에 들어가는 꼴이다.

이왕지사 논란이 일어난 김에 해외는 물론 경기(서울) 밖으로도 절대 내보낼 수 없는 불가천(不可遷) 일급보물 목록을 정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 문화재의 소중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화의 존엄성 확보를 위해서다. 이제 우리도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도 어찌하지 못하는,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된다고 해야 하는 그런 게 각 분야에 몇 개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어디 문화재뿐이던가? 평양 감사도 때로는 싫다고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설사 보잘 것 없어 보일지라도 개인이든 국가든 그런 게 ‘존심’이고 ‘체통’이겠다.

체통은 자신감에서 나온다

김치나 막걸리도 일본에서 알아주는 바람에 바람을 탔다. 만약 일본인들이 막걸리를 마셔주지 않았다면 아직도 노동자의 술로 푸대접 받고 있을 것임은 불문가지겠다. 싸이의 말춤도 처음엔 뜨악하다가 미국에서 뜨니까 그제서야 반색을 하며 세계제패 어쩌구저쩌구 난리법석을 떨었다.

왜 스스로는 자신이 없는 걸까? 다시 강조하지만 대한민국은 세계 10위의 무역대국이다. 무역대국도 대국이다. 언제까지 개도국, 후진국, 약소국 어리광으로 강대국 치맛자락 붙들고 살아갈 수는 없다. 지금같이 번영을 누릴 때야말로 누천년 묵은 식민사대근성의 때를 벗겨내고 바로 설 기회다. 가벼움이나 조급증으론 국격을 높일 수 없다. 여유를 가지고 온화하게, 그러면서도 당당하게 대국다운 풍모를 가꿔야 한다. 진정한 동방예의지국, 동방의 등불이 되려면 우리 스스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