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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한식당 미취학아동 출입금지는 당연하다

  • [데일리안] 입력 2013.09.08 09:14
  • 수정 2014.02.11 11:16

<신성대의 이제는 품격>고품격 레스토랑 더 많이 생겨나야

비즈니스를 위한 글로벌 기준의 식당이 있어야할 때 아닌가

전면적인 내부 보수 공사를 마치고 이달 초 다시 문을 연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가 또 구설에 올랐다. 9년 전 문을 닫았던 한식당 ‘라연(羅宴)’을 다시 개장하면서 미취학아동 출입을 제한하자 이에 비난하는 여론이 일었다. 지난 번 한복 사건으로 혼이 난 호텔 측은 얼른 그 문구를 삭제했다지만 그렇다고 그 방침까지 철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이 나라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그저 남들 하는 대로만 따라야 욕을 안 먹는다.

호텔신라 한식당 라연의 ‘미취학아동 입장 불가’를 두고 어떤 이는 “해외 출장이 잦아 수많은 호텔을 방문했지만 이런 황당한 일은 처음”이라며 분개했다는 주장은 억지다. 그 분이 해외의 어느 수준의 호텔, 어떤 수준의 식당에 아이들을 데리고 다녔는지 모르겠으나, 만약 이번에 호텔신라의 한식당이 아니고 다른 호텔의 프랑스식당 혹은 이탈리아식당에서 그런 방침을 내걸었어도 그처럼 분개했을까? 삼성패밀리이니까, 신라니까, 한식당이니까 감정적으로 더 분개하는 건 아닌지?

그 소식이 퍼져 나가자 다른 한국 호텔의 한식당들은 그런 방침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맞췄다. 그렇지만 이제까지 그런 제한을 두는 식당이 없었기 때문에 모든 식당이 그래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식당이 공공 복지기관이 아닌 다음에야 특정 손님만을 위해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데 누가 말리랴? 게다가 호텔 내 한식당이 호텔신라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미취학 아동을 데리고 식사를 하겠다면 다른 호텔의 한식당을 찾으면 그만이다. 어린이 손님을 받지 않겠다는 식당을 굳이 이용하겠다는 심사가 더 문제인 게다.

아이가 온 세상의 중심은 아니다

업무상 파트너와 식사하러 갔다가 부근 옆 자리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주 불편할 때가 많다. “내 돈 내고 내 새끼 밥 사 먹이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부모들은 도무지 아이들의 부산스러움이 타인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디 식당뿐이랴! 전철, 기차 등등 거의 모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의 횡포(?)는 아무도 못 막는다. 흡사 인도(印度)에서 길거리 소떼나 사원의 원숭이들을 어쩌지 못하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광경과 같다.

2011년 7월 미국 필라델피아 서부의 먼로빌에서 맥데인(McDain's)이라는 패밀리 식당을 운영하는 마이크 뷰익(64)씨는 시끄럽게 떠들며 뛰어다니는 아이들과 이를 방관하는 부모들에게 질린 나머지 손님들에게 이메일 등으로 "6세 미만 아동 동반 출입을 금하니 양해해 달라"고 알리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아이는 그 부모에겐 세상의 중심이겠지만 온 세상의 중심은 아니잖아요!" 결과는? 일단 매출이 20%쯤 늘었으며 전국에서 수천 통의 격려편지를 쇄도해 졸지에 유명 인사가 되었다.

호텔 신라 전경. ⓒ호텔 신라호텔 신라 전경. ⓒ호텔 신라

식당은 공공영역이며 어린이라 할지라도 성인에 준하는 행동을 해야 하고, 더불어 성인에 준하는 대우를 하는 것이 정격이다. 서구에선 기실 아동이나 비정장 차림(반팔, 반바지, 운동화 금지, 남자는 상의, 구두, 양말 필수)의 손님의 출입을 불허하는 식당이 흔하다. 다른 손님들을 불쾌하게 만들고 대화를 방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급한 정규 레스토랑이지만 드물게는 패밀리 식당도 그런 경우가 있다.

설사 그런 제한을 써 붙이지 않은 식당이라 해도 어린이를 대동할 땐 먼저 웨이터의 허락을 구하는 것이 매너다(만일 어린이가 심히 소란을 떤다면 일행 모두 자진 퇴장하겠다는 구두약조 조건으로). 그건 전적으로 웨이터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시민들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어디 ‘미취학아동 출입금지’뿐이랴? ‘한국인 출입금지’를 써 붙인 곳도 있다.

예전에 한국의 식당 및 공공장소는 모두 흡연이었다. 당시에는 어떤 식당이든 흡연금지를 시켰다간 손님들이 길길이 날뛰었었다. 그러다가 정부에서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규제하자 이제는 당연히 모든 식당이 금연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한국인의 이 획일적 사고를 누가 말리겠는가? 미취학 아동 출입불가는 물론 미성년 출입불가, 혹은 그 이상의 제한도 있을 수 있어야 한다.

한복이니까, 우리 옷이니까 무시해서도 불평해서도 안 된다는 논리, 한식당이니까 한국인이라면 어린이까지 다 받아줘야 한다는 논리는 소국근성 콤플렉스에서 나온 편협한 애국주의겠다. 문제의 그 식당에 일평생 아동을 동반하고 간 적도 갈 일도 없는 사람들조차 부화뇌동해서 돌멩이질이다. 한 꺼풀 벗기면 자기비하다. 아동 출입을 금하는 식당 출현을 두고 차별 혹은 인권 무시라는 주장은 어린 아이에게도 투표권 주자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겠다. 어찌 알겠는가? 아동 출입을 불허하는 식당이 늘어나다 보면 아동을 환영한다고 써 붙이는 식당이 생겨날지. 흡연카페가 생기듯 말이다.

비즈니스 레스토랑 늘려야 글로벌

기실 이 나라에선 외국의 귀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접대할 만한 식당이 손가락 꼽을 만큼도 안 된다. 제대로 된 정통 프랑스식당, 정통 이탈리아식당도 고작 두어 개밖에 안 된다. 중국식당은 아예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년 전 중국 북경 조어대의 서울 분점도 중국 측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불과 2년 여 만에 문을 닫았다. 한식당 역시 마찬가지다. 어린아이들까지 출입할 수 있는 식당이라면 글로벌 비즈니스 식당으로선 자격 상실이라 할 수 있다.

모두가 똑같아야 한다는 사고방식 자체가 문제다. 비흡연 식당이 있으면 흡연 식당이 있을 수 있고, 애완견 동반을 허용하지 않는 식당이 있으면 허용하는 식당이 있을 수 있다. 어린이의 출입을 금하는 연극이나 음악회도 있다. 호텔 내 한식당이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모든 식당이 미취학아동 출입을 불허하는 것도 아니니 너도나도 공분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다양한 목표와 방침을 두고 운영하는 차별화 된 식당의 등장을 반길 일이다. 모두 식당의 존엄성, 고객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세계화는 말로만 하는 것 아니다. 수출 많이 한다고 세계화 되는 것도 아니다. 맹목적 애국주의 양념으론 한식의 세계화 어림없음은 지난 정권에서 확인했다. 고작 미취학아동 출입을 금하는 식당 하나 생겨나는 걸 용인하지 못하는 옹졸함으로 어찌 세계경영을 입에 담으랴! 획일성과 구태의연함, 무조건적 동질주의, 막무가내 평등주의에서 무슨 진보가 있으랴? 변화나 돌연변이 없이는 진화도 창조도 없다. 다양성은 창조의 밑거름이다. 아무렴 이번 사건을 정규(비즈니스·사교) 식당과 비정규 패밀리식당을 확실하게 구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그런 게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논쟁이다.

글/신성대 도서출판 동문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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