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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YJ 승리했어도 한국기획사 안바뀐다 왜?

김헌식 문화평론가 (codessss@hanmail.net)
입력 2013.07.26 10:50 수정 2013.07.26 10:55

<김헌식의 문화 꼬기>스타와 기획사 관계에 은혜 의리 보은 개념 사라져야

아이돌 그룹 JYJ가 지난 2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식전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이돌 그룹 JYJ가 지난 2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서 식전행사를 펼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의 연예기획사의 초기모델에서는 한 사람의 대표가 전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매니저와 대표가 분리되지 않았다. 이러한 형태는 아직도 한국 연예기획사의 대부분을 이룬다. 하지만 대형기획사는 이런 점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싸이더스나 SM은 이런 통합 수직적인 면보다는 분업 전문화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완벽하게 의사결정구조가 수평적이고, 분산되어 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에이전트ㅡ대리인 개념이 아니라 소유자 개념이 강했다.

10년 전에는 각종 연말 시상식에서 가수들이 소속사 사장님에게 울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소감발언이 미디어를 장식했다. 울면서 고마워하는 가수들은 이제 없어졌다. 왜 그들은 울면서 감사했고 지금은 없어졌을까?

어린 10대 소년 소녀들에게 차량과 숙소 그리고 음반 방송에 발매는 물론 방송 출연도 가능하며 더구나 최고 스타 위치에 올려놨으니 감사할 수밖에 없다. 잘 알지도 못하는 이들을 이렇게 무한 투자하여 부와 명예를 쥐게 해주는 소속사 대표들은 사회 봉사자들일까.

그 연거푸 감사를 하던 소년 소녀들은 왜 그렇게 거대한 투자를 하며 자신들을 트레이닝 시켰는지 알게 된다. 자신들이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데뷔 시키며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사회 기부가 아니라 수익 창출 때문이었다. 이미 90년대 초반 SM은 초등학교 5학년 보아의 데뷔에 30억 이상을 투자했다. 물론 그 돈이 전부 들어갔는지는 따져야겠지만 빚을 내서 투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는 보아를 1조원의 가치로 평가했다.

이수만 SM회장은 한 방송 프로의 인터뷰에서 "당시 프로젝트 예산이 30억이었다. 그런데 그때 우리 회사에 30억이 없어서 빌려서 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까 싶지만 그만큼 꼭 해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자료에 따르면 다른 기획사의 그룹들의 경우 데뷔전과 데뷔 활동 과정 4~5년간 20억~30억을 투자한다.

한 사람 당 4억~5억 이상이 들어간다. 이는 소속사가 밝히는 내용이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대형화 전문화되어 있을수록 투여 되는 돈은 비례한다.

요컨대, 스스로 자기 자본이 아니라 돈을 투자받아 즉 빚을 내어 그간 먹여주고 입혀주고 공연시켜준 것은 본격적인 수익 회수를 위한 바탕에 불과했다. 천문학적으로 수익이 들어오는 지점들은 감사가 원성으로 바뀌는 지점이기도 하다.

수많은 투자를 통해 길러낸 연예인들은 소속사의 재산이다. 따라서 함부로 스스로 옮겨갈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의리가 없고 은혜를 저버리는 금수와 같아진다. 노예 계약이라는 것은 소속사의 리스크 헷징의 하나이다.

많은 돈과 자원을 들여도 뜨지 못했을 경우, 혹은 너무 많은 비용을 들였을 경우에 함부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 못하게 하여 수익을 뽑아내야하기 때문이다. 수익을 제법 가져다주어도 이런 불공평한 노예계약이 존재하는 것은 소유의 개념이 강하기 때문이다. 너를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강한 집착을 당연하게 한다.

이는 한국적 현실에서 자식에 대한 집착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장윤정과 가족 간의 갈등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장윤정도 그러할 진 데 기획사는 당연히 더 심할 수 있다. 하나의 아이돌에게 수 십 억 원을 빚내어 투자해 잘하면 해외에서 수 천 억 원에서 1조원이상을 벌수 있다.

빚을 내는 이유이며 빚을 주는 이유다. 한번 뜨면 기하급수적인 수익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몫을 더 챙기려는 심리가 강하다. 자신들이 만든 상품, 소유물이라는 인식이 강할수록 계약은 불공정하게 이뤄지는데 그것은 그룹 멤버들의 입장에서 그렇다.

JYJ가 2009년 7월 동방신기 전속계약이 불공정하다며 SM을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계약시산이 13년으로 너무 장기간이며, 수익분배가 매우 기획사에 이롭다는 이유였다. JYJ 가 동방신기를 탈퇴하자, SM이 소속되어있는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문산연)은 각종 방송 프로그램에 이들을 출연하지 못하게 방송사에 공문을 발송했고, 기획사의 위세에 눌린 방송사들이 이를 수용해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지 못했다. 심지어 그들을 다룬 다큐 프로그램도 방영되지 못하거나 극장에서 조차 쫓겨났다. 그들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

그런데 음원과 음반 유통에도 문산연의 힘이 미쳤음에도 1집 음반이 30만장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런 경이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국내외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에 SM과 한국대중문화예술산업총연합에게 방송출연과 음원 음반 유통 등을 방해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리게 된 배경에도 팬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팬들은 바로 대형 기획사의 엄청난 자본력과 마케팅 역량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만약 그들은 그러한 토대에 있지 않았다면 국내외 팬들을 확보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을 기획사들은 문제 삼는다. 이러한 점은 역설적으로 이제 예전처럼 기획사가 아이돌을 만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아이돌을 둘러싼 상품 회전 주기가 매우 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에이전트 시스템은 기획사가 발굴 육성에 덜 에너지를 투입한다. 어느 정도 반응이 있는 이들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 주고 수익을 챙기는 모델이다. 우리 처음 아무것도 없는 이들을 길러내는 개념이 아니다. 어느 것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을 상품으로 간주하고 오래도록 그들은 자체 독립성을 억압하며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공정한 기업행위도 아니고 반인권적인 행태다.

따라서 JYJ 사례 이후 한국이 미국의 에이전트 개념으로 이동할 수 있을지 궁금증이 인다. 하지만 한국식 모델로 한류 현상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에이전트 개념이 아니라 소속재산 개념이었다. 커넥터나 대리자가 아니라 소유주 개념이 강해버렸다.

집합적 기획제작은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이 있다. 그것이 통하는 시장이 있고 그렇지 않은 시장이 있다. 만약 통하는 시장이 멈추고, 새로운 시장이 확장되지 않으면 홍콩영화와 같은 트렌드 운명을 맞게 된다. 많은 돈을 들이고도 원하는 수익이 덜 나오고, 표준계약이 준수된다면, 오히려 투자 자본은 위축될 수 있다.

기획 제작된 음악이 아니라 독자적인 콘텐츠를 연결해주는 21세기 새로운 거간꾼 개념의 기획사 모델이 나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그러려면 많은 재능동이들이 스스로 대중에게 선을 보일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많아야 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의 개성을 키워 독자적인 자생적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없는 상황은 여전히 몇몇을 통하지 않고는 대중과 접점을 가질 수 없는 비극을 반복하며 불공정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뛰어난 창조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라 그들은 소유물이 아니다." 과도한 애정과 투여도 옛날 이야기가 된다. 의리와 신의, 은혜와 보은은 전근대적 개념으로 사라질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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