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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시장 남의 눈 티보다 제 눈의 들보를...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3.03.04 14:43
수정

<칼럼>전임시장 흠결 캐는 거울프로젝트 자신의 반값 시리즈는?

박원순 시장의 모습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2011년10월 이후 서울시민은 서울특별시장을 뽑은 것인지 시민단체 대표를 뽑은 것인지 의아해 했는데 최근 그 모습이 명확하게 보여지고 있다.

그 동안의 행보를 보면 박원순 시장은 자신이 서울시장이라기보다는 아직 시민단체 대표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개 자치구에 인구 천만명이 넘는 거대한 도시의 내일을 제시하는 서울시장 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전임시장 업적 뒤집기에만 온 정열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서울시장들은 자신의 임기 중 그 시대의 핵심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민선 1기 조순 시장은 찬반 의견은 잔존하지만 여의도 공원을 만들었다. 민선 2기 고건 시장은 오늘날 어디든 갈수 있는 지하철 노선 건설계획을 주도했다. 이후 민선 3기 이명박 전 시장은 세계적으로 주목 받은 청계천, 다른 나라에서 견학이 쇄도하는 버스전용차로 중심의 편리한 대중교통체계를 제시했다.

민선 4기 오세훈 전 시장은 창의시정을 통해 청렴도 연속1위의 일하는 서울시 공무원 조직을 만들었다. 그런 일하는 공무원들과 더불어 서울 구청사를 시민도서관으로 변모시키는가 하면 서울시 고질숙원이던 원지동 추모공원을 완성했다. 장기전세 주택인 시프트(SHIFT) 등을 확산시켜 집값도 안정시켰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만큼은 ‘반값 시리즈와 협동조합’ 외에 이렇다 할 자신만의 성과가 없다. 이 성과 얘기만 나오면 “보궐선거로 당선 돼서 임기가 짧다”느니 하며 시간 탓 남 탓에만 열중이다. 시간은 없다면서도 아직도 자신의 시정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시민단체 대표인양 착각하는 일들의 연속이다.

박 시장의 역점사업인 마을공동체 사업마저도 “담장허물기 등 기존 사업의 이름만 바꾼 전형적인 이벤트사업” 이라는 서울시의회의 질타를 들었다.

모두 나열하기에도 민망하지만, 취임 초기는 시청옥상에서 벌꿀을 키운다며 양봉을 설치해 보는 이들은 “아마 처음이니 그럴거다” 라고 생각하려 했다. 그런데 웬걸 여름이 되더니 도시농업을 한다며 저녁이면 시민들이 걸터앉아 이런저런 무료 공연을 관람하던 세종문화회관 계단과 광화문 광장에 온통 벼포기를 심어놓았다. 자신의 취향대로만 거대도시를 해석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550억원을 들여 어렵게 매입한 노들섬에 도시농업을 한다며 텃밭을 만들어 1일 평균 170여명이 겨우 찾아오는 세계최고로 비싼 도시텃밭을 기록했다. 예의 그 노들섬은 한강 그것도 한강대교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이 섬은 모 건설회사 소유였던 것으로 당초 강(江)중간 유원지나 아파트 등으로 계획되었지만 서울시가 시민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막대한 토지보상비를 주고 매입을 결행한 아주 소중한 섬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이 땅을 사서 문화컨텐츠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 설계안까지 마련했고, 이어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예술섬이라는 복합문화콤플렉스 완성안을 만들어 모든 교통수단이 이곳에 이르도록 계획했다.

이렇듯 전임 시장이 계획했던 것을 그 다음 시장이 더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것이 서울시정의 단계이다. 상암 디지털미디어단지 역시 고건, 이명박 시장을 거쳐 오세훈 시장 때 비로소 완성됐다.

무슨 사업이든 서울같은 대도시의 얼굴을 바꾸는 것은 역대 시장의 노력이 쌓이고 쌓여 이뤄지는 것이다. 반면에 전임 시장의 업적 뒤집기만으로 자신의 성과를 삼으려는 박시장의 자세는 수도 서울 발전에 이롭지 않은 태도다.

이렇듯 550억원을 주고 어렵게 산 땅을 후임시장은 큰 고민 없이 600여 가구에 텃밭 분양을 했으니 비용대비 최악의 전시행정을 하고 있는 셈이다.

‘거울 프로젝트’라는 명분으로 전시행정, 예산낭비 사례 등 과거 행정에 대해 비판적인 내용의 백서 발굴·발간을 강요해 서울시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열심히 추진해온 업무나 실적을 스스로 부정해야 하는 참을 수 없는 모욕감을 겪고 있다. 더구나 이 ‘거울프로젝트’는 전임시장 흔적 지우기의 다른 말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거울 프로젝트를 통해 첫번째 내놓은 백서 1편은 한강르네상스 사업 중 하나인 서해주운 연결사업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한편 양화대교 공사 추진 경과와 배경, 착공부터 공사재개까지의 과정, 추진과정상 문제점을 반대론자들의 시각에서 나열했다.

한강에 놓인 30개의 교각 가운데 당초 군사목적으로 시간을 다퉈 건설된 양화대교만이 유일하게 당산철교를 빠져나온 배들이 좁은 교각사이에서 충돌해 왔던 배경은 일체 생략한 채 오로지 오 전 시장과 연결된 사업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비난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박 시장 후보시절 선거캠프 자문교수들을 내세워 ‘한강르네상스 비판백서’를 내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다. 행정을 공개한다며 시청 서류들을 온통 인터넷에 올려놔 진행 중이거나 설익은 정책들이 언론에 보도되어 혼선을 주는 부작용을 빗기도 한다.

이왕 거울 프로젝트를 제대로 하려했다면 오 시장 당시 시민들의 호응이 좋았던 사업은 빼놓았다. 예를 들어 모든 민원을 전화로 해결하는 120콜센터는 전 세계에 없는 서울시민들만의 자랑으로 오 전 시장이 언론 인터뷰때마다 “임기중 대표적인 성과를 내놓으라면 120 다산콜이다”라고 할 정도로 자부심도 높고 시민호응도 높았다.

또 서울공기를 맑게 한 것도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다. 오 시장 당시 경유차량 매연차단을 위해 수천억원의 재정이 투입돼 오늘의 맑은 공기 수준을 만들었다. 북서울꿈의 숲을 비롯한 강서, 동북 등 각 지역의 공원들도 오랜기간 죽어있던 땅들을 그때 사들이고 공을 들여 시민들이 마음 놓고 달리고 걷을 수 있게 만들었다.

박 시장의 자랑도 있을 것이다. 취임하자 마다 무상급식을 제1호로 결재한 것이나, 시립대학교 등록금을 공약대로 반값으로 만들었다. 반값 고시원에 이어 한 끼 2500~3000원만 내면 되는 반값 식당도 만든다고 밝혔다. 서울시 예산관리 정책을 퍼주기에 우선 순위를 두고 실행하면 되는 얼마든지 가능한 사업들이다.

거울프로젝트의 취지를 살리려면 이런 대표 사업들을 비교하는 것이 우선이다. 서울시 예산이 연간 22조원이다. 방대한 사업들 그리고 공무원들이 창의적으로 추진하던 일 가운데 흠잡을 몇 건만 골라내 공개하며 마치 전체 예산이 낭비된 양 하는 것이 거울프로젝트라면 속이 너무 보인다.

자신이 스스로 서울시장이면서 시정에 대한 공무원들의 자아비판 강요, 전임시장 비판백서 발간 등이 주는 후유증도 심각하다. 오세훈 시장 때 어렵사리 도입한 창의시정을 통해 공무원들이 스스로 일하는 자세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창의시정을 통해 앞을 다퉈 많은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이것이 실제업무에서 실행되어 공무원들의 사기도 올라갔다. 그러나 거울 프로젝트라는 상호비판 풍토를 도입해 새로운 시도 중에 발생한 공무원들의 실수조차 범죄취급을 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풍토는 사라져가고 있다.

거울프로젝트를 하려면 시민들이 좋아하는 전임시장 임기 중의 사업도 내놓고, 박 시장이 평소 자랑하는 사업도 내놓고 거기서 평가를 시작해야 옳지 않은가.

이밖에도 기준도 모호한 행정공개, 뜬금없는 양봉, 전시행정의 표본인 도시농업, 자신들만의 협동조합운동 등 시민단체가 해야 할 일을 마치 시장의 일인 양 착각하고 있다.

이런 시정에 대한 비판과 지적 기능은 시의원들이 해야 할 일이고, 양봉이나 텃밭 가꾸기는 구청장들의 부분사업으로 이관해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고유의 실적과 업적이 없다보니 막무가내로 시정(市政)은 안중에 없고 시민단체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취임하던 해 준공까지 한 한강 세빛둥둥섬에 대해 선거때부터는 물론이고 취임하자 마자 ‘첫번때 조정대상사업’이라고 하더니 기어이 특별감사를 지시해 자신이 마무리해야 할 사업을 스스로 좌초시키고 있다. 조정대상 사업 선언에 이은 특별감사 지시로 사업자들을 얼씬도 못하게 했다. 서울의 미래를 위해 협조한 투자자들을 특혜업자로 매도하기도 했다.

그런 박 시장은 민간자본 1390억원을 들여 완성한 세계가 칭송하는 건축물을 흉물로 만들어 놓고 오가는 시민들에게 자신이 아주 큰 일을 한 듯이 알리고 있다.

다지어진 세계 최초의 수상건축물(Floating Island)을 개장도 못하고 있으니 여기서 1천억원 이상에 동대문에 있는 자하 하디드의 세계적인 건축물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용도 재활용을 하겠다며 1년이나 공사지연·개장지연을 시켜놓고 있으니 여기서 또 1천억원을 손실했을 것이다.

박 시장이야말로 시장이 돼서도 시민단체 대표역할에 충실하느라 세빛둥둥섬과 동대문 디디피 개장지연 손실금 등으로 2천억원 정도의 막대한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 주인공 아닌가.

그런데 전임시장을 비판하면서도 전임시장의 잘한 일 칭찬 받을 일은 슬그머니 입을 다물고 자신의 일인 양 시치미를 뗀다. 대표적인 것이 시청사를 리모델링한 서울도서관이다. 서울시청사 도서관은 개관 100일만에 71만여명이 방문을 하고 1일 평균 8500명이 이용하는 등 인기있는 공간이 됐다.

이 도서관 계획은 전임 오세훈 전 시장이 서울시청사를 새로 지으면서 구청사를 업무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공무원들을 설득해 오늘의 도서관으로 계획했다. 이미 그가 떠나기 전에 공간 대부분을 마련했다. 그런 도서관이 인기를 얻고 있자 박 시장은 마치 자신의 계획인양, 자신의 자랑인 듯 입을 다물고 있다.

원지동 추모공원도 마찬가지다. 고건 시장때 부터 추진했지만 주민들의 반발에 서울시가 번번이 물러섰다. 그러자 시민들의 장례불편이 극에 달했다. 4일장은 물론이고 5일장례까지 이어졌다. 심지어는 강원도까지 시신을 운구해 화장장을 치루는 등 불편이 극에 달했다.

오 시장때에 이르러서야 시장과 담당국장이 지역에 상주하다시피하며 지역주민이 동의하는 추모공원을 완성하기에 이르렀고 이제야 시민들은 정상적인 3일장을 치르게 됐다.

흠잡을 일은 모두 전임시장에게 미루고 칭찬받을 일은 모두 자신 앞으로 당기고, 정직한 시민단체 출신에게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는 행보다.

그런 박원순 시장이 요즘 바뀌었다. 오세훈 표라며 한강르네상스는 돌아보지도 않을 것처럼 하더니 외국에 나가 한강유람선 벨트를 만들겠다고 했단다. 이미 오세훈 전 시장이 만들어 놓은 것에 뭘 더한다는 것인지? 있는 것 제대로 활용만 해도 세계적인 명물 한강이 될텐데 말이다.

또 세빛둥둥섬을 1년 넘게 흉물로 방치해 고사직전까지 만들어 놓고 시민비판이 심해지자 수익성이 좋다. 개장을 앞당기겠다고 말을 바꾼다.

서울특별시장은 16개 광역시도 자치단체 중에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런데 박원순 시장은 여기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이 각 부처 장·차관들하고 업무협조를 할 일이 얼마나 많을 것인데,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시민단체 대표로서의 정체성을 지키느라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2012년 3월 세계 50여개 국의 정상들이 서울로 모인 ‘2012서울핵안보정상회의’에선 주최 측에서 서울시장에게 홍보기회를 준다고 해도 박 시장은 이를 외면했다. 세계에서 서울을 찾은 수많은 기자들에게 서울을 알릴 대표가 서울시장을 빼고 누가 있단 말인가? 부시장을 보냈다고 주장하겠지만 역대 시장들은 왜 그리 서울홍보에 정열을 쏟았던가? 오늘날 서울로 몰려오는 외국인 관광객이 거저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박 시장이 해외 관광객 유치나 또는 세계적인 금융기관 등 국제기구를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듣지 못하고 있다. 역대 서울시장들이 동북아 금융중심지를 주창하며 세계적인 금융본부를 유치하기 위해 여의도 한복판에 서울IFC(서울국제금융센터)빌딩을 지어 물려줬어도 박 시장은 이 빌딩에 도대체 뭘 유치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서울시장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전임시장 비판으로 날을 세고, 시민단체에서 하던 일들을 시민의 최고 시정부(市政府)인 서울시로 가져와 백서발간, 시정감시, 시정공개, 도시농업, 특별감사를 나열한다고 일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특별시는 다종다양한 계층의 시민들, 중소기업에서 첨단 융합기업에 이르기 까지 여러 경제군들이 거미줄처럼 펼쳐져 있고, 주거의 형태도 방식과 격차에서 균질한 표준을 두기가 어렵다.

그야말로 미래로 끊임 없이 나가면서도 오늘을 유지 보수해야 하는 매우 복잡다기한 거대도시임에도 오세훈 전 시장은 역대시장의 시정을 연속선에서 발전시켜 취임전 27위였던 도시경쟁력을 2010년 9위(중국사회과학원 분석)까지 끌어올려놨었다.

시민들은 박원순 시장이 시민단체 대표 역할에 머무느라 역대 시장이 만들어 놓은 이런 업적과 실적에 한 치의 누라도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최근 재선 도전설이 보도되곤 하던데 서울시민들은 서울특별시를 시민단체 대표의 실험실로 다시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것을 박 시장은 알아야 한다.

글/이영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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