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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의 협동조합, 관주도하며 볼로냐 꿈?"

김소정 기자
입력 2013.03.09 09:56 수정 2013.07.02 17:53

<인터뷰>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좌파들의 독무대 폐단"

"선거에 이용할 생각이라면 수천개가 생겨나도 제역할 못한다"

[기사수정 : 2013.07.02. 17:50]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데일리안 임헌조 '한국협동조합연대' 이사. ⓒ데일리안

“협동조합을 잘 운영하면 선거에서 이긴다는 말이 좌파 진영에서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선거에 이용할 생각이라면 협동조합 수천개가 생겨나도 사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향후 10년 안에 8000개의 협동조합을 운영하는 ‘협동조합도시’를 선포한 배경에는 지난해 12월1일부터 시행된 협동조합기본법이 있다. 앞으로 공동의 목적으로 5명 이상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면 시가 상담을 포함해 컨설팅과 사업비의 일부까지 지원할 수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서 풀뿌리 조직으로 시작해 100년 이상을 변신을 거듭한 협동조합을 시가 주도해서 조직적으로 사회에 이식시키면서 세금을 투입하려고 한다면 큰 오류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 1월 민간이 주도하는 협동조합을 육성하기 위해 출범한 ‘한국협동조합연대’의 임헌조 이사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기본법을 시행하면서 충분한 홍보기간을 갖지 못한 까닭에 대다수 국민이 협동조합에 대해 잘 모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관이 나서 주도한다면 지금의 서울시처럼 좌파 조직에만 협동조합을 몰아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협동조합법 시행 3개월만에 서울시에만 100여개의 조합이 접수됐다고 한다. 벌써부터 성격이 비슷한 협동조합의 통합 및 연대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활성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 시장은 10년 안에 협동조합을 8000개로 확대할 목표를 세우고 협동조합 종합지원센터를 만들기로 했다.

임 이사는 “서울시에서 인가한 협동조합 중에 사실상 시가 관여하는 조합이 여러 개 포함돼 있다. 마을기업과 협동조합 실무팀에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 등 박 시장이 만든 시민단체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탓에 좌파 내부에서조차 개량주의라는 시선이 있다”며 “결국 조직화사업에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파 시장이 나서 주도하는 협동조합은 박 시장이 최근에 내놓은 ‘반값식당’처럼 반시장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협동조합도 시장경쟁을 통해 건강하게 성장해야 하는데 관이 주도한다면 사회·경제 양극화 문제 해결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임 이사는 “박 시장이 성공 모델로 삼는 이탈리아 볼로냐의 협동조합은 태생 자체가 풀뿌리 조직으로 150년 이상 변신을 거듭해왔다”면서 “볼로냐가 대표 좌파도시이지만 지금은 시장과 조율·보완해 나가는 순시장적으로 변화·발전해 ‘뉴레프트’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조직 활용 주장에 좌파조차 개량주의 비판”

임 이사의 우려는 이제 막 시작하는 협동조합의 좌우 균형차가 큰 데서 비롯된다. 한마디로 보수 진영에선 네트워크 형성도 안 된 상태이지만 좌파는 1992년 민중당이 실패하면서 시작된 생활협동조합의 역사를 갖고 있다.

따라서 협동조합에 있어서 좌파는 20년의 역사를 갖고 있지만 우파는 이제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이런 탓에 최근까지 서울시가 최종 승인한 91개 협동조합도 대다수 좌파 세력이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임 이사는 “사실 협동조합이란 게 운영하는 사람에 따라 성격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지금처럼 협동조합이 운영되면 좌파 일색으로 균형감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면서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좌파 내부에서 협동조합을 선거조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한 점”이라고 했다.

임 이사는 “실제로 좌파 인사들이 ‘협동조합을 잘 운영하면 선거에서 이길 것’이란 말도 공공연하게 한다. 야당이 주도해 조직적으로 협동조합을 스터디하는 이유이기도 하다”면서 “작년 협동조합법이 통과되고 1년여 유예기간 동안 민주통합당은 각 지구당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의 재정 기반이나 조직 운영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고 전했다.

그는 “협동조합을 좌파가 장악하면서 벌어질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협동조합에 대해 올바른 의미를 규정하고 발전시키기보다 조직화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며 “민주당 원외 지구당 협의회장이 당원에게 협동조합을 홍보하고 있고, 민주노총 등에서 제안서 형태로 발표돼 통용된 일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국민 기본법으로 만들어져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이 전 국민에게 충분히 홍보될 기회도 갖지 못한 채 사전에 협동조합에 대해 잘 알고 있던 일부 세력의 전용으로 활용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임 이사는 “야당이 협동조합에 군침을 흘리는 이유란 바로 볼로냐의 경우 지난 200년간 보수 진영 시장을 단 한명 배출할 정도로 전통적인 야당도시로 꼽히고 있으며, 그 배경에 잘 발달된 협동조합이 뿌리를 내리고 있어 정치권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로냐 협동조합 최초 제안자는 공화주의자였다

하지만 볼로냐에 맨 처음 협동조합을 소개한 사람은 공화주의자였고, 그런 만큼 협동조합이 결코 진보 좌파의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한다. 임 이사는 “이탈리아에서 최초로 협동조합운동을 불러일으킨 사람은 공화주의자였지만 이 제도를 활용한 것이 공산당이었다”며 “그런 탓에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대체로 좌파 성향을 많이 띠지만 우파 성향의 협동조합의 영향을 받아 뉴 레프트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협동조합은 1900년 초까지만 해도 반시장적인 사회주의 협동조합이었다고 한다. 이후 1900년 중반부터 자유시장경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친시장적인 자유주의 협동조합이 생겨나면서 경쟁구도 속에서 자연스럽게 바뀐 것이다. 지금 이탈리아에선 자유주의 협동조합과 사회주의 협동조합이 양립한다. 친시장적 협동조합의 역사도 100년이 된 것이다. 지금은 이 두 세력이 균형을 유지하면서 경쟁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선 3명 이상만 모이면 어떠한 형태든지 협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따라서 볼로냐에는 노숙자협동조합도 있으며 젊은이들이 벤처기업을 창업하듯이 협동조합형태로 기업을 창업한다.

결론적으로 이탈리아는 우파가 집권을 하든 좌파가 집권을 하든 협동조합을 중요한 경제주체로 인식해 이를 지원하는 법률, 제도의 정비가 세계적으로도 앞서 있다. 노동자협동조합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는 출자금의 3배에 해당되는 돈을 정부가 지원하게 돼 있으며, 이 외에도 조합원 출자 및 대출법 등이 있다.

지난해 반기문 총장이 “한국도 선진국 진입을 위해 협동조합을 육성 발전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것처럼 협동조합은 미국,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경제위기의 완충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의 입법 목적도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한 발전 방안으로 협동조합을 잘 발전시키면 선진국 진입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으며, 경제위기에서도 중소기업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협동조합이 사회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국민에게 충분히 홍보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지 않으면 일부 준비해온 세력들로부터 전횡되고 원래 취지를 잃은 채 실패하기도 쉽다. 왜곡된 협동조합이 나오면 시장을 교란시키게 되고 후유증이 커진다.

임 이사는 “협동조합을 관이 주도하면 폐단이 생기기 마련으로 결국 부메랑이 돼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국가경쟁력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며 “이제라도 정부는 제도를 정비·보완해서 협동조합을 활동화시킬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국민 스스로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는 협동조합이 많이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 다수는 모르는 채 일부 좌파 활동가만 알고 있는 협동조합이 자라나고, 수혜를 받은 활동가들이 국민 속에서 협동조합이 아닌 사상을 이식시키는 폐단으로 이어진다면 앞으로 수년 내 우리 사회에 협동조합이 수천개가 생겨나도 결코 우리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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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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