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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노무현은 보수를 꼴통으로 몰았지만
박근혜 정부, 진보 끌어안아야 성공한다"

김소정 기자
입력 2013.01.16 11:14 수정

<인터뷰>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 "MB정부에 말했지만 못알아들어"

"좌우 이념갈등 깊은데 한번도 봉합 못하고 눌러만 온 것도 사실”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난 18대 대통령선거를 치르며 여야 후보 할 것 없이 '대통합'을 기치로 내세운 것은 시대의 열망이 반영된 것이었다. 또 ‘안철수 현상’으로 표출된 새정치에 대한 환호 역시 사회대통합을 지향하고 있었다.

한 시대를 사회주의자로 살았고 지금은 보수진영의 대표 이론가로 꼽히는 안병직 시대정신 이사장(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 보수 재집권을 이뤄낸 박근혜 정부의 시작을 앞두고 사회대통합의 기치를 다시금 높이 내걸었다.

지난해 말 좌파진영의 대표 인사인 박상증 전 아름다운재단 이사장과 함께 ‘국민통합시민운동’을 발족시킨 안 이사장은 “대통합 자체가 정치 중의 정치”라는 말로 사회대통합을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주문했다.

그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현 정권까지 한국사회가 겪어온 이념 갈등은 반대진영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됐다”면서 “이제 새 정부는 사회대통합을 위해 진보 진영까지 끌어안아야 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산업화의 주역을 수구꼴통으로만 몰던 것과 분명 달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념적으로 전향한 뒤 뉴라이트 운동을 이끌면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이념대립 해결을 위해 ‘국민대통합’을 주창해온 안 이사장은 대통합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기에 앞서 우리 국가의 형성사가 갖는 특수성을 먼저 논했다.

“6.25전쟁의 종식과 분단국가의 현실을 맞으면서 처음부터 남한 내부에 우파정부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기류가 심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권을 잡은 우파정부는 국가의 외형을 만들어가면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산업화에 주력했고, 그러는 사이 좌파세력은 민주항쟁의 흐름 속에 숨어들어 김일성과 통일연대를 시도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산업화의 역사와 민주화 역사가 평행선을 그리면서 만들어져갔고 그럴수록 내부의 이념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박정희 정권은 민주주의를 완성시키기 위한 발판으로 우선 중산층을 형성하는데 주력했지만 이런 과정에서 나타난 억압과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세력도 커져갔다.”

“군부시대를 종식시키고 노태우 정부 때에야 비로소 민주화 선언이 이뤄졌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에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으로 이 땅에 좌파 정부가 들어서는 변화를 맞았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과거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시대 산업화의 주역들을 수구꼴통으로 몰아가면서 사회분열을 심화시켰다. 그리고 이런 저류는 이명박 정부 때 다시 거꾸로 흐르면서 반복됐다.”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 이사장은 “김대중 정부 때 제2건국위원회를 설립시켜 꾀한 정치변혁운동은 상하이 임시정부를 토대로 하는 건국 자체를 부정하고 산업화의 역사를 청산하려는 의도에서 시작됐다”며 “이렇게 국가 정체성을 뒤흔드는 발상이 지금까지도 대한민국을 ‘태어나서는 안 될 국가’ ‘정의가 패배하는 사회’로 몰아가고 있는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했다.

이번 대선을 전후해서도 민족문제연구소는 ‘100년의 전쟁’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원흉’으로 선전했다. 이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된 지 한달 사이 클릭수가 무려 193만을 기록했다고 하니 백신도 맞지 않은 젊은이들 사이에 증오의 역사관이 또 한번 각인됐을 것이다.

안 이사장은 “역대 정권마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다. 우리 건국의 역사는 한반도에 공산화를 막아 냈고, 산업화로 중산층이 형성됨으로써 비로소 민주주의가 세워질 수 있었는데도 ‘긍지’대신 ‘증오’만을 심으려는 행태는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한국사회에서 좌우가 벌여온 이념갈등의 뿌리가 깊은데도 단 한번도 갈등 봉합의 수순을 밟지 못하고 정부의 힘으로만 눌러온 것도 사실”이라며 “이제 좌파세력으로부터 독재자로 불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지금이야말로 묵은 통합의 숙제를 풀 수 있는 적기”라고 했다.

“역대 정권마다 반대진영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리더십 부재”

안 이사장은 사실 지난 이명박 정부가 시작될 당시에도 사회대통합 강력하게 주문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의 일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의 17대 대통령후보 경선 결과 박근혜 후보가 패배하는 것을 보고 이명박 후보에게 ‘박 후보의 지지세력을 먼저 끌어안고 다음 좌우를 아우르는 대통합을 시작하라’고 주문했던 일이 있었다”고 했다.

안 이사장은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내 말을 이해조차 못 하는 것 같았다.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두어번 더 강조했지만 그때부터 나를 멀리하기 시작해서 그만뒀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이 이 대통령에게 통합을 강조한 것은 “보수진영이 집권했을 때야말로 사회대통합을 이뤄야 할 기회인 만큼 상대방을 끌어안기 위해 먼저 자기 진영부터 추슬러서 자신감을 얻으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민주주의 시대에는 국민의 자발적 지지가 없으면 나라를 끌고나가지 못한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이후 안 이사장은 “10년만에 정권을 잡은 보수진영 출신의 대통령이 대통합을 시작도 못하니 시민운동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으로 시대정신에서 사회대통합 운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 이사장은 “지난 수년간 좌우를 한데 모아 대통합을 논의하는데 주력해왔지만 이번 18대 대선을 치르면서 ‘드디어 때가 왔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선 후보로 나선 이들이 모두 대통합을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는 것을 보고 대단히 기뻤다”는 그는 “이제 적어도 이 나라에서 정통성을 부정해선 정치를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고 확언했다.

“지난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이나 이정희 전 대표의 ‘애국가 부정’ 발언이나 ‘남측정부’ 발언 등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이 하루아침에 논란이 되는 것에서 이전과 확연히 다른 사회 분위기를 느꼈다”는 설명이다.

안 이사장은 이런 현상에 대해 한마디로 “민주주의가 무르익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안철수 후보와 별개인 ‘안철수 현상’을 유심히 지켜봤다”며 “안철수 현상이야말로 한국사회의 묵은 갈등 그 자체를 반대하는 현상으로 새정치에 대한 욕구를 반영하는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비록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적 리더십이 부족한 탓에 결과를 얻지 못했으나 앞으로 안철수 현상을 기반으로 새롭게 형성될 정치세력은 적어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희망이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와 함께 안 이사장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이유에 대해선 “시대를 읽지 못한 탓”으로 평가했다. 그는 “민주당의 핵심 주류가 친노세력이다. 바로 주사파를 계승하고 발전시킨 세력”이라며 “세월이 흐르면서 이들도 다소 변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친북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민주당 내의 친북세력의 해체와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안 이사장은 “사실 ‘10년간 연옥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상적 전환은 힘들지만 민주당이 이번 대선 패배를 큰 교훈으로 삼아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명실공히 우리 사회의 진보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하다”고 주문했다.

이번에 안 이사장은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도 아끼지 않고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을 보면 필요한 요소마다 할 얘기는 정확히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도 당선되자마자 일본에서 특사를 보낸다고 할 때 일단 거절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두 나라를 대등한 입장으로 만드는 이런 것이야말로 정치이고 외교력”이라고 평가했다. 또 “지난 대선 때 한광옥 전 김대중 비서실장이나 김지하 시인을 영입한 것에서도 정치적인 판단력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이명박 대통령이 적어도 부시 대통령과 농장을 방문해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은 사진이 공개된 직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지만 않았더라도 광우병 파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진실성도 보여야 하지만 명분을 잃어선 안 되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또 사회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새 정부의 실천 과제도 제시했다. 그동안 표출된 갈등의 종류도 다양해졌지만 가장 오래되고 근본적인 지역갈등부터 종식시킬 것을 우선 제시했다. “이번 대선 투표율에서 확인하듯 동서화합은 여전히 대통합을 위한 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병직 시대정신 명예이사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안 이사장은 지역갈등을 위해 서해지역에 추가적인 투자를 요구했다. “목포를 중심으로 다도해를 관광지로 개발하고, 대중국 무역을 위한 정부의 투자로 대통합의 여건을 형성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중요한 것이 원할한 여·야간 국정 협의로 이를 위해 실무 기능을 하는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방안이 된다”고 말했다.

“어느 사회에나 보수와 진보의 양 세력이 존재하는 법이고 이 양 세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사회를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는 안 이사장은 “대통합을 이룬 뒤에 진보진영이 국민의 지지를 얻게 되면 자연스럽게 다시 정권을 잡는 것도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현상”이라며 “앞으로 시민사회는 좌우가 대결하고 투쟁하는 대신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는 활동을 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우리 사회가 아직까지 정치·사회적으로 해결 못한 과제들이 많지만 고구려 건국 이래 대한민국 2000년사 중에서 지금과 같은 번영과 발전이 없었다”고 확언했다. 그는 “이제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과 발전을 앞으로 어떻게 지키고 발전시켜나갈지가 최대 관건이 되었다”며 “분명한 것은 더 이상 나라의 정통성을 부정하면서 정치를 하지 못하는 시기가 온 만큼 오로지 미래를 향한 대통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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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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