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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박근혜는 준비됐는데 안철수는..."
"정부, 정치권 복지정책 제동은 웃기는 짓"

동성혜 기자 (jungtun@dailian.co.kr)
입력 2012.02.25 13:26 수정

<인터뷰>"박근혜 위원장은 최소한 약속에 대한 신뢰는 할 수있어"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데 ‘재벌 때리기’로 착각하면 안된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로 많이 준비해왔지만 5년 후 한국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무슨 미래청사진이 있겠느냐. 2030세대와 공감으로 박수를 받는 것이지 해결방안을 내놓은 게 하나도 없다.”

‘새누리당의 쇄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는 평을 듣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 김 위원이 바라본 여권의 대권주자 박근혜 위원장과 야권의 대권주자 안철수 교수에 대한 평은 명확히 갈렸다. 박 위원장에 대해서는 ‘준비성’에 후한 점수를, 안 교수에는 상당히 인색했다.

본인은 손사래를 쳤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안철수 멘토’로 불렸고 이명박 정부 4년여 새누리당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 온 박 위원이지만 인터뷰 내내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박 위원을 만난 것은 지난 20일 박근혜 위원장이 방송기자클럽토론회를 가진 그날 종로 부암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다. 비대위 활동에 대한 평가, 경제 민주화, 복지에 대한 시각, 비정규직 문제, 국가 통치자의 덕목, 그외 정치 현안에 이르기까지 1시간 30여분 동안 그는 거침없었고 특유의 냉소와 날카로운 비판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박근혜 비대위’가 추진하려는 정책과 정치쇄신 이른바 ‘국민과의 약속’에 대해 그는 “그동안 새누리당이 생각했던 것과는 새로운 시각으로 앞으로 우리 경제와 사회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며 “확고한 의지를 갖고 실천하면 우리나라에 큰 변화를 갖고 올 요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두달이 가까워오는 비대위에 대한 평이기도 했다.

과연 새누리당이 실천을 담보할 수 있을까. 그는 “박근혜 위원장의 경우에는 다른 것은 몰라도 자기가 한 약속에 대한 신뢰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다”며 “만약 박 위원장이 다음 정권을 맡게 된다면 상당 부분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이 높았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또한 비대위 발족이 심화된 사회 양극화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고 전제한 뒤 “박 위원장은 종전과 같은 정국운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기업프렌들리라고 하는데 기업만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고 자연스럽게 ‘경제 민주화’ 주제로 넘어갔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이야기하는데 ‘재벌 때리기’로 착각하면 안된다”며 “자본주의가 경제 효율도 많이 창출했지만 이 탐욕이 끝나지 않으면 경제를 파괴할 수 있는 요인이 돼 재벌 역시 절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하는 것일 뿐이지 그것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우스운 것”이라며 “‘암탉의 목을 비트는’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재벌개혁 차원에서 주장했던 ‘재벌세’와 관련해서는 “정책을 합리적으로 수행하는 사람들은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 없다”며 “난 상식을 초월한 이야기는 안한다”고 잘라 말했다. 민주당의 출자총액제한제도 부활 역시 그의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가 준비하고 있다는 대기업 규제책은 무엇인가. 그는 “말 안한다”며 “그것은 대기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고 경제민주화를 어떻게 재대로 반영하느냐는 것인데 지금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머릿속 큰 그림을 꺼내놓지 않았다.

“복지의 한계는 바로 ‘경제력의 한계’, 국가운영자 의지에 따라 예산 조정 가능”

그는 정책에 있어 ‘보수’ ‘진보’ 등의 이념이나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는 ‘상식’과 ‘비상식’을 설명했고 “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한 구분”을 주장했다. 될 수 없는 정책에 대해서는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될 수 있는 정책으로는 ‘복지’를 예로 들었다. 통치자라면 이런 판단 능력이 갖춰져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그는 이날 기획재정부 복지 태스크포스(TF)의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대 340조원이 소요돼 재정 지속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발표에 대해 “웃기는 것”이라며 “당의 정강정책을 만들거나 선거공약을 하는 사람은 행정부에 있는 사람들을 우둔하게 만들도록 공약할 수 없다”고 현재 새누리당이 내놓은 복지정책이 현실성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복지의 한계는 바로 ‘경제력의 한계’에 달려있다”며 “경제의 범주 내에서 복지를 하는 것이지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게 아닌데 무조건 (복지는)안되는 것으로만 생각하면 안된다.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의 의지에 따라 예산이 얼마든지 조정 가능하다”고 정부의 발표에 반박했다.

또한 그는 복지를 시혜차원에서 바라보지 말 것을 지적한 뒤 “보육과 공교육에 대한 투자 등을 복지예산이라고 생각하면 안된다”면서 “국가 경제성장 동력의 가장 중요한 저해 요인인 저출산 대책은 나라를 위해 빚을 내서라도 해야 할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과 보육은 원래 정부의 고유 과제”라며 현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고유 과제를 놓친 것에 오히려 질책했다.

이같이 국가가 국민에게 마련해야 할 ‘복지 그물망’을 주장하는 것은 그의 이력에서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그는 1975년 ‘의료보험제도’를 건의하며 공직을 시작, 지금의 의료보험제도 원형을 만든 경험이 있던 것.

그는 “지금까지는 성장, 성장만을 주장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사회가 갈등구조로 벌어졌다”며 “사회안정과 경제발전 사이에 역동적인 균형을 이뤄 가야한다. 성장과 복지는 같이 가야 한다”고 방점을 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경제민주화는 ‘별개’라고 그간 밝혀온 입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내부에서 한미FTA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를 해결 못하고 사회적 불안이 조성된다면 미국 역시 우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국내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답답해했다. 이는 야권의 경우 한미FTA가 경제민주화의 장애요인이라는 주장, 정부의 경우 정치권이 기업형 슈퍼마켓(SSM)규제를 주장하자 한미FTA와 충돌한다며 미뤘던 태도 등 여야 모두를 지적한 셈이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특히 SSM법 필요성에 대해서는 “내가 이 동네 10년째 사는데 동네 가게가 다 사라지고 큰 체인점들이 들어섰다”며 “소규모 자본으로 소상인 노릇하던 사람들이 전부 영세민으로 추락하고 그러면 그들은 복지의 대상이 된다. 다시 그들을 위한 실업대책이 필요하다”고 ‘악순환의 고리’를 짚었다.

이어 “이처럼 사회갈등구조 하나 해소하지 못하니 안철수 교수같은 사람에게 지지도가 쏠리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기존 정당이 다 망한 것 아닌가”라며 “제도권이나 정치권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민의 힘으로 해결하려 할텐데 그때 비용이 얼마나 될지 상상할 수 없다”고 ‘선 대응’을 강조했다.

“박근혜의 ‘과거와 단절’, MB 뿐 아니라 그간 25년 단절해야”

그는 정책만큼이나 정치현안에 대해서도 속시원한 입담을 과시했다. 더구나 이날은 박근혜 위원장이 방송기자클럽토론회를 통해 야권을 향한 날선 공격, 정책 의견, 과거와의 단절 등 민감한 현안을 조목조목 밝히기도 한 것.

자연스럽게 박 위원장 토론내용이 테이블 위에 올랐다. 박 위원장이 안철수 교수와 연대 가능성에 긍정 반응을 보인 것과 관련, 그는 “유치한 질문이고 한심한 언론”이라며 “질문이 그런데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런 식으로 냄비뚜껑처럼 이리저리 하는 것을 보니 장래가 점점 어두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이 말한 ‘과거와의 단절’에 대해서도 단순히 이명박 정부와의 단절이 아닌 과거 25년 동안 노정된 문제에 대한 단절임을 설명했다. 그는 “크게 봐서 그동안 우리는 압축성장 25년에 정치민주화 25년을 해왔다”며 “압축 성장 과정 속에서 각종 모순을 정치민주화가 되면 해결될 줄 알았더니 정치민주화 되고 25년 동안에 오히려 문제가 심화되고 갈등구조가 더 복잡해져 이 모든 것과 단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25년을 만들어야 하는데 박 위원장이 그에 대한 기본적 상황인식과 사전대비를 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5년후 한국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안철수 교수와 관련해서는 “무슨 미래 청사진이 있느냐”며 “안 교수는 2030세대와 공감하기 때문에 박수를 받은 것이지 저변에 깔린 사회문제들에 대해 해결방안을 내놓은 게 하나도 없다”고 혹평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지도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그는 두가지를 들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이 주장했다는 역사공부를 많이 해 나라의 흥망성쇠를 대해 잘 알 것과 사람보는 눈이 정확해야 한다는 것.

현재 거론되는 대권주자들 가운데 그 기준에 맞는 후보가 궁금했다. 그는 “새누리당 대권후보는 확실하게 정해진 것 같은데 야권은 누군지 잘 모르겠다”며 최근 떠오르는 문재인 노무현재단이사장에 대해서는 “노무현 대통령 당시 사람 쓰는 것을 보니 그렇게 사람 보는 눈들이 밝은 것 같지는 않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 위원장은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는 “잘 모르겠지만 박 위원장은 대통령 후보로 열심히 수업했고 여러 가지 여건을 따지자면 ‘많이 준비해왔다’는 것은 확실하다”며 “물론 박 위원장에 대해 혹평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은 어쨌든 한 사람을 꼭 뽑아야 한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찾아야 하고 아니면 서드베스트(3위)라도 찾아야 하는데 대통령 후보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지 않는가”라고 박 위원장에 힘을 실었다.

이어 그는 “박 위원장이 이번 공천을 제대로 하면 금상첨화”라며 “좀 기다려보자”고 덧붙였다.

지도자 덕목과 관련, 그가 한가지 더 보탠 점은 ‘시대흐름’이다. 그는 “아무리 출중한 지도자라 해도 그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외면하고 엉뚱한 짓을 하면 절대 성공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아무리 시작을 영광스럽게 했더라도 시대 흐름에 따라 국민의 의식도 바뀌게 돼 지도자는 국민의 인식변화를 빨리 인식해 적응할 수 있어야 나라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 못하면 나라도 혼란스러워지고 지도자 본인도 불명예스럽게 된다는 지적이다.

‘사람 보는 눈’과 관련해 슬며시 현재 당내 인재영입이나 전략공천 등에 대해 물었다. 그는 “난 관계없고 솔직히 누구를 어떻게 공천하는 것에 대해 관심도 없다”며 “사람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답을 피했다.

그와 만난 이날은 유독 정치이슈가 많았다. 내친 김에 이날 오전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강북출마에 대해 ‘컴컴하다’고 표현한 것이라든가 최근 당내 유행처럼 번지는 ‘거취 일임’에 대해서도 질문했다. 그는 김 전 본부장에 대해서는 “웃기는 사람”이라며 “대한민국에 이렇게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 많아 안되는 것”이라고 비꼬았다.

아울러 불출마 선언이 아닌 ‘거취 일임’에 대해 “‘자신만만한 사람들’이라고 본다”며 “나를 빼놓고서 누가 되겠느냐는 자신감 아니겠는가. 그게 사실은 새누리당의 딜레마다. 대체인물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달갑지 않게 바라봤다.

김종필 새누리당 명예고문의 탈당에 대해 그는 “김 고문 말대로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뿐’이라고 하지 않았나.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야지 더 논평할 게 없다”고 말을 아꼈다. 불쑥 김 고문의 탈당을 질문한 것은 보수대연합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던 것. 물론 그는 이미 ‘보수대연합을 할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새누리당으로 다 들어오면 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둔 현실정치는 서서히 모양새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똑같은 생각”이라며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대표로 있는 국민생각에 대해서도 “그 정당 내가 봤을 때 잘 안된다”며 “남의 이삭을 주워 폐품수집 정당으로 된다면 무엇을 할 수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한편, 두달 가까운 비대위 활동에 대해 그는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며 ‘실천’을 전제로 나쁘지 않은 점수를 줬다. 다만 공천이 완성된 후 선거대책본부 중심으로 당이 운영될 때 “특별한 사안이 없을” 비대위 역할에 대한 고민을 내비쳤다.[데일리안 = 동성혜 / 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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