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기아 ´레이´를 타는 남친, 당신의 점수는?

데스크 (desk@dailian.co.kr)
입력 2011.11.30 11:08 수정

<시승기>연비나 동력은 단점…디자인은 여성들에게 어필

기아자동차가 새롭게 출시한 경차 '레이'

2011년 11월 29일 기아자동차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상당히 의미 있는 선물을 안겼다.

´경제성´과 ´비웃음´의 양면성을 가진 ´경차´라는 세그먼트 내에서, 경차에 부여되는 몇 가지 혜택을 받기 위해 억지로 짜맞춘 차량이 아닌, 나름의 독창적인 강점을 가진 ´레이´라는 차량을 내놓은 것.

경차의 경제성과 박스카의 공간 활용성을 갖춘 ´레이´의 탄생은 분명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일정한 한계 내에서의 장·단점 조정은 제로섬 게임이다. 장점을 극대화하려다 보면 어느 정도의 단점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미 ´레이´는 출시 이전부터 국내 경차 기준인 1천cc 엔진 대비 큰 차체 구성에 따른 동력성능의 한계와 개방성을 높이기 위해 택한 ´B필러리스´ 구조의 불안정성, 경차 치고는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9일 제주도에서 기아차가 제공한 두 시간 여에 걸친 시승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짚어봤다.

흔히 시승기에서 언급되는 가속력이 어떻다느니,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걸리는 시간)이 어떻다느니 하는 얘기는 ´레이´에는 의미가 없다.

´레이´는 경차다. 그것도 기존 경차인 ´모닝´과 동일한 엔진(카파 1.0 엔진. 78마력)을 채택한 주제에 덩치는 더 크다. 철판 몇kg이라도 더 들어갔을 테니 ´레이´의 동력 성능이 ´모닝´ 보다 못할 것임은 굳이 말할 것도 없다.

연비 기준 조정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모닝´보다 떨어지는 17km/ℓ의 연비 역시 별 의미는 없다.

시승 코스 역시 레이의 특성에 맞춰졌다. 속도제한 60~80km에 적당한 오르막과, 신호등과 정체 구간이 포함된 제주도 내륙 국도. 최소한 이 정도 코스를 달리기에는 레이는 부족함이 없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디자인

정식으로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레이´의 등장은 제주도민들에게도 화제였다. 신호등이나 정체 구간에서 차를 멈출 때마다 호기심 어린 질문이 쏟아졌다.

전반적으로 디자인에 대해서는 좋은 평가가 많았다. ´1천cc급 경차´라는 설명에 놀라움을 표할 정도로 실제 차급 대비 체감 차급도 높았다. ´쏘울´ 정도의 준중형이나, 최소 소형차 정도는 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레이´의 미학적 가치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전장(3595㎜)에 비해 길게 늘려 놓은 휠베이스(2520㎜)로 인해 바퀴가 극단적으로 앞뒤로 쏠려있고, 전면 디자인은 그릴이 밑으로 처지고 헤드램프 사이가 텅 빈 모습이 맹꽁이 같아 보인다.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상당히 잘 어필하는 디자인인 듯 하다. ´레이´를 직접 본 여성들의 대부분은 ´예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른 시승팀에서는 한 중년 여인으로부터 "며칠 전에 ´모닝´ 샀는데 후회된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소리도 전해졌다.

실내 디자인은 박스카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각종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특히, 2열 좌석은 융통성이 높다. 전부 접어 적재공간을 최대화하거나, 6대 4 비율로 나눠 접을 수도 있다. 전후 조정이 가능해 레그룸을 넓힐 수도 있다.

곳곳에 숨겨진 수납공간도 다양하다. 변속기 위치를 센터페시아로 옮겨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수납공간을 넓혔고, 조수석 하단이나, 2열 바닥에도 수납 트레이를 숨겨놓았다. 짐을 싣지 않는 1열 쪽의 천장은 굳이 높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장착한 루프 콘솔도 돋보이는 아이디어다.

다만, 다른 차량을 운전할 때는 항상 우측에 있던 변속기가 센터페시아로 옮겨가니 조작감이 다소 낯설다. 전반적으로 운전석 형태가 승합차의 축소판 같은 모습이다.

높은 전고, B필러리스 차체특성

레이의 가장 큰 구조적 특성은 전고가 높고, 조수석쪽 B필러(앞 뒤 도어 사이의 기둥)가 없다는 점이다. 그 덕에 경차로서는 상당히 뛰어난 적재능력과 개방성을 갖게 됐지만, 안전성 면에서 몇 가지 우려를 낳는다.

´레이´의 전폭은 1595㎜로 모닝과 동일하지만, 전고는 1700㎜로 모닝(1485㎜)보다 215㎜ 높다. 폭이 좁고 전고가 높으니 시각적으로 불안정해 보인다. 경상용차 ´다마스´에 붙었던 ´옆에서 발로 차면 넘어질 것 같은´ 불안감을 안고 있다.

기아차 측은 급제동이나 급선회시 엔진 토크와 제동능력, 스티어링 휠을 종합적으로 제어해 차체 자세를 유지하는 VSM을 장착했고, 조향과 서스펜스 등을 차량 특성에 맞게 튜닝하는 등 전복 위험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전고가 높은 차량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해서인지 주행 중 급커브 구간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급격히 낮추게 된다.

B필러리스 구조는 우측면 충돌시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차체 프레임과 연결된 기둥이 없이 달랑 문짝만 있으니 조수석 쪽에 앉으면 영 불안하다. 통상 B필러와 연결되는 안전벨트도 ´레이´의 조수석은 시트 측면에 매달려 있다.

이에 대해, 기아차는 조수석쪽 1열 도어에 강성빔을 적용하는 등 전방위 차체 보강 구조를 적용했고, 초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해 안전성을 높였다고 밝혔다. 또, 사이드와 커튼 에어백을 포함한 6에어백 등 안전 사양을 대거 적용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자체 연구소 시험 결과 안전등급 1등급을 확보했다지만, ´레이´의 안전성 문제는 공인된 외부 시험기관의 평가를 통해 확인받기 전까지는 의문으로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모닝보다 비싼, 쏘울에 필적하는 가격

´레이´의 가격은 경차 치고는 상당히 비싸다. 가솔린 모델은 1240만~1495만원, 가솔린과 LPG를 모두 사용하는 바이퓨얼 모델은 1370만~1625만원이다.

엔진 가격이 비싼 바이퓨얼이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가솔린 모델만 해도 최상위 라인업은 준중형 박스카인 쏘울의 기본 모델(1355만원)보다 140만원이나 비싸다. 차급을 두 단계나 넘어선 가격 역전이다.

이에 대해 기아차 측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비용과 고가의 편의사양을 대거 적용한 만큼 가격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레이´에는 경차로서는 다소 과분한 버튼시동, 페달식 파킹 브레이크, 전좌석 열설시트, 전동식 허리지지대 등의 고급 편의사양을 다수 갖추고 있다.

단순히 ´경차´ 레벨에 맞추는 게 아닌 ´프리미엄 경차´를 지향하고 있는 것.

기아차 측의 주장대로 같은 가격으로 럭셔리한 경차를 살 것인지, 기본 기능만 갖춘 준중형차를 살 것인지는 소비자가 판단할 일이다.

´경차의 한계´ 극복할까?

´레이´가 ´프리미엄 경차´를 추구하는 데 있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경차´를 우습게 보는 일반적인 시각이다.

´나는 티코나 마티즈와 다르다´고 아무리 외쳐도 그들이 경차였기 때문에 받았던 비웃음에서 ´레이´도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차의 한계 내에서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 기아차의 도전 정신은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특히, 4년 여의 연구기간과 1500억원의 개발비를 오로지 한국에만 판매할 차를 개발하는 데 투입했다는 점은 국내 소비자로서는 고마운 일이다.

이날 ´레이´를 시승한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기본 스펙을 감안하고 레이를 직접 몰아보니 기대 이상"이라며 "그동안 천편일률적 디자인이었던 경차 세그먼트 내에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것만으로도 레이의 탄생은 큰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시승을 마치고 대기 중인 ´레이´를 구경하던 세 명의 20대 남녀에게 평가를 부탁했다.

여성 두 명은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정말 갖고 싶은 차"라는 평을 내렸다. 한 명의 남성 역시, "출퇴근이나 레저용으로 다양하게 쓸모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시 여성들에게 물었다. 남자친구, 혹은 남편이 이 차를 몰고 다니면 어떨 것 같으냐고.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래도 경차보다는 상위 레벨이 돼야 하지 않느냐는 반응이다. 옆에 있던 남성 역시 여자친구를 태우고 다니기에 좋은 차는 아닐 것 같다고 말한다.

이들과 잠시 토의를 거쳐 내린 ´레이´에 대한 최종 평가는 ´남자친구가 타고 다니는 차가 아닌, 남자친구가 사주면 좋은 차´였다.[데일리안 = 박영국 기자]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