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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비 아껴 ´사랑의 목도리´ 짠 환경미화원

연합뉴스
입력 2010.12.31 09:43 수정 2010.12.31 09:43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무실에 소포 상자 하나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목도리 22개와 모자 6개, 작은 쪽지가 담겨 있었다.

쪽지에는 ´우리 회사의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아주머니께서 월드비전 아동을 위해 손 뜨개질하신 목도리와 모자입니다. 성큼 다가온 겨울에 아이들이 추울까 걱정하시며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하시네요´라는 글이 적혀 있었다.

31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의 광고기획사 ㈜비전크리에이티브 사무실에서 목도리와 모자를 짠 환경미화원 고덕자(61·여)씨를 만나봤다.

고씨는 "그냥 아이들이 다 내 자식 같아서 한 일인데 무슨 인터뷰까지 하느냐"며 수줍어했다.

비전크리에이티브는 1995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국내 복지기관 아동 10여 명에게 매달 3만~5만원씩 지원금을 보내고 있다. 사무실에는 지원금을 받은 아이들이 보낸 사진과 감사글이 붙어 있었다.

직원들이 어려운 아이를 돕는 것을 본 고씨는 자신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형편이 어려워 매달 돈을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난해 겨울 한 아이가 보낸 감사편지에 보내준 돈으로 목도리를 샀다는 내용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고씨는 ´아 돈은 못 보내더라도 목도리는 떠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고씨는 올봄부터 한 뭉치에 2만원가량 하는 털실값을 마련하려고 버스를 타지 않고 혜화동 집까지 걸어서 퇴근했다.

버스비를 아껴 털실을 산 고씨는 직장과 집에서 틈이 날 때마다 목도리를 떴고 계획에 없던 모자 6개도 완성했다.

올 한 해 고씨가 정성스럽게 짠 모자와 목도리는 11월 중순 월드비전을 통해 복지시설의 아이들에게 전달됐다.

고씨는 내심 ´별 것 아닌 선물에 아이들이 실망하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순수한 아이들은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의 진가를 한눈에 알아봤다.

고씨의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고씨에게 감사편지와 목도리를 두른 자신의 사진을 보내왔다.

한 아이는 "직접 손으로 짜셨다니 더 감사합니다. 정말 예뻐요. 이번 겨울은 목도리 덕분에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했고, 다른 아이는 "직접 만든 선물을 받은 건 처음인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보통 받은 선물보다 백배 천배 더 기분이 좋고 정성이 느껴져요"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고씨는 "순수한 아이들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내가 들인 노력보다 100배는 더 큰 보답을 받은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사진을 보던 고씨는 "여기에 따뜻한 조끼도 입으면 더 예쁠 것 같아요. 올겨울에는 조끼 짜는 연습도 좀 해야겠습니다"며 미소 지었다.[연합뉴스 = 김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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