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 위협에 눈물로 설득
학교 건물을 청소하던 여성 환경미화원이 20대 남성의 살해 위협에 침착하게 대처해 위기를 모면했다.
11일 제주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모 중학교 환경미화원 강모(50.여)씨는 10일 오후 2시께 학교 2층 복도에서 청소하던 중 갑자기 흉기를 들이댄 황모(22.회사 종업원)씨로부터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황씨가 "와이프랑 이혼해 더이상 살고 싶지 않으니 보이는 대로 다 죽여버리겠다. 당신도 아무도 모르게 죽여 버릴 수 있다"며 불쑥 흉기를 내밀어 강씨의 배를 건드린 것.
강씨는 순간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기지를 발휘했다.
"억울한 게 많은 것 같으니 나한테 한 번 얘기해보라. 얘기하면 함께 해결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황씨를 눈물로 설득하고 진정시켰다.
황씨는 강씨가 자신을 계속 타이르며 눈물을 흘리자 흉기를 든 채 머뭇거렸고, 그 사이 위협 장면을 목격한 당직교사 오모(49)씨는 1층으로 뛰어 내려가 경찰에 신고했다.
황씨는 강씨로부터 "내가 1층으로 내려가서 선생님이 신고하는 것을 말릴 테니 빨리 도망가라"는 말을 듣고 학교 운동장으로 내려가 배회하던 중 긴급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내가 위협을 했음에도 강씨가 마치 어머니처럼 눈물을 흘리며 나를 다독여줘 죽일 수가 없었다"며 "소주 3병을 마시고 이혼한 아내 생각이 나 홧김에 범행을 저지르려 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황씨를 살인미수 혐의로 긴급체포하고 흉기를 압수했다.[제주 = 연합뉴스 김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