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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마라도나, 여전한 앙금 ‘신의 킥’ 사건!

이충민 객원기자 (robingibb@dailian.co.kr)
입력 2010.06.17 18:08 수정

경기 앞두고 ‘태권축구’로 옥신각신

감독 대결로 ‘최후의 승자’ 가린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한국축구에 대해 “축구가 아닌 태권도를 한다”며 또다시 비난하고 나섰다.

마라도나는 17일 오후(한국시간) 사커시티에서 펼쳐지는 ‘2010 남아공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한국전을 앞두고 “한국은 여전히 축구가 아닌 격투기를 한다”면서 “리오넬 메시가 다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1986년 멕시코 월드컵 한국과의 조 예선을 떠올리면서 “자신의 허벅지를 발로 찬 허정무의 반칙은 퇴장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허정무 감독은 물러서지 않고 맞대응했다. 허정무 감독은 “마라도나의 주장이 옳다면 심판이 레드카드를 꺼냈을 것”이라면서 “경기를 다시 본다면 분명히 태권도가 아닌 축구라는 것을 알 수 있다”라고 반격했다.

마라도나는 당시 허정무의 발차기에 허벅지를 맞고 정확히 4바퀴나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주심은 허정무에게 경고가 아닌 주의를 준 채 경기를 속개시켰다. 마라도나는 당시 허정무의 발차기에 허벅지를 맞고 정확히 4바퀴나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주심은 허정무에게 경고가 아닌 주의를 준 채 경기를 속개시켰다.

허정무 감독의 말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당시 반칙 상황을 자세히 파악해보면 알 수 있다.

마라도나는 당시 허정무의 발차기에 허벅지를 맞고 정확히 4바퀴나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주심은 허정무에게 경고가 아닌 주의를 준 채 경기를 속개시켰다. 허정무가 공을 향해 킥하는 순간 마라도나가 다가와 맞았다고 판단한 것.

공을 앞으로 쳐 놓은 순간 소유권은 누구에게도 없다는 게 축구규칙이다. 다만, 누가 공에 더 근접했느냐에 따라 반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마라도나는 공을 지나치게 길게 드리블했고 허정무의 킥은 심판의 눈을 교묘히 피한, 다분히 고의적이었지만 고의적이지 않게 보인 ‘신의 킥’이었던 셈이다. 마라도나가 밀집수비 지역에서 공을 앞으로 살짝 쳐놓고 돌파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유심히 분석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허정무의 발 빠른 대응도 주심의 완화된 판정에 힘을 실어줬다.

반칙순간 심판에게 다가가 두 손을 번쩍 들고 “잘못 했어”라고 말하는 동시에 거친 반칙에 화가 난 아르헨티나 선수들을 달래기 시작했다. 이어 엎드린 채 고통을 호소하는 마라도나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리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유럽리그 경험이 풍부한 허정무의 계산된 플레이었다.

한편, 한국-아르헨티나전은 두 감독의 지략대결로도 관심이 쏠린다. 선수 시절 명성은 물론 마라도나가 앞선다.

마라도나는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프랑스의 플라티니와 파팽, 영국의 리네커, 독일의 루디 푈러 등과 함께 월드컵을 빛낸 ‘별 중의 별’이었다.

마라도나는 그 명성만큼이나 축구경력도 화려했다. 1981년 아르헨티나 보카주니어스에서 천재적인 활약을 펼친 뒤, 1982년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스페인 명문 바르셀로나에 입단했다.

마라도나가 주축이 된 바르셀로나는 2시즌 동안 ‘앙숙’ 레알 마드리드를 격파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그러나 마라도나는 멕시코월드컵을 2년 앞둔 1984년 6월 30일 이탈리아 나폴리로 전격 이적한다.

마라도나는 나폴리에서 그야말로 절정의 기량을 뽐내기 시작한다. 이탈리아 세리아 중하위권 전력이던 나폴리는 마라도나 입단 이후 두 번이나 리그 정상에 올랐고, UEFA컵 왕좌에도 등극하는 등 단숨에 세계적인 명문으로 자리매김했다

허정무는 1980년 8월 네덜란드 명문 PSV 에인트호벤에 입단해 1983년까지 3시즌 동안 77경기에 출전해 15골을 넣었다. 체구가 작은 동양인임에도 힘 좋은 유럽 공격수들을 저돌적으로 막아내며 네덜란드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1980년대 아약스의 백전노장이던 축구영웅 요한 크루이프도 허정무의 밀착마크에 격분해 자제력을 잃은 바 있다. 이처럼 유럽리그 경험이 풍부한 허정무는 1986 멕시코월드컵에서 맞붙은 마라도나 아우라에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한편, 감독으로서의 능력만 놓고 본다면 단연 허정무 감독이 앞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마라도나는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말이 많았을 만큼 지도자로서 그의 능력을 믿는 아르헨티나 축구팬들은 많지 않다. 특히 남미예선에도 졸전 끝에 가까스로 월드컵 본선에 올라 마라도나에 대한 불신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러나 허정무 감독은 체계적인 목표를 세우고 차근차근 목표를 향해 달려온 명장이다.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초반엔 부진했지만 이청용, 기성용 등 신예를 발탁해 대표팀의 기둥으로 끌어 올렸다.

또 박지성을 ‘캡팁’으로 임명하고 월드컵 본선에선 이운재 대신 ‘신예’ 정성룡을 전격 발탁하는 결단력을 보여 세계 축구 전문가들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다.

허정무와 마라도나, 선수로 만났던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는 마라도나가 웃었지만, 지도자로 만난 남아공월드컵에서의 승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전력은 아르헨티나가 한 수 위지만 축구는 선수들의 능력만큼이나 감독의 능력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무려 24년 만에 선수가 아닌 감독으로 맞붙게 될 허정무 감독과 마라도나 감독의 운명의 라이벌전이 어떤 결과로 귀결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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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월드컵’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 vs 아르헨티나(사커 시티)
17일(목) 20시30분--SBS TV 현지 생중계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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