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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당선 결정적 역할한 서청원 내치다니"

윤경원 기자
입력 2009.12.09 10:16 수정

<인터뷰>´지자체 선거 참여 선언´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경선후 박근혜 ´선택´에 영향…향후 한나라와 선 그을 것"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밝힌 이상 당명 개정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은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밝힌 이상 당명 개정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당원이 곧 우리당 당원이 될 수 있다.”

나긋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꽤 도발적인 발언이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지역을 자신 있게 자신의 ‘구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 정당은 바로 친박연대, 발언의 주인공은 전지명(55) 대변인이다.

전 대변인은 지난 7일 여의도당사에서 이뤄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승리를 자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나라당과의 어떤 사정에 의해서 이 결정이 유보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 직을 맡은 지 1년째를 맞은 전 대변인은 서청원 전 대표가 의원직 상실과 실형을 받는 등 최대 위기상황에서 당의 ‘입’을 맡았다. 총선 이후 지금까지 크고 작은 부침이 많았던 정당이었던 터라 당의 정책이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꿋꿋이 주요 사안에 대한 논평을 꾸준히 발표해왔다.

종종 촌철살인격 문구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는데, 이해찬 전 총리가 친박연대에 대해 “그런 것도 당이라고…”고 비난하자, “‘저런 것도 국무총리였다고… 참 이상한 나라가 됐다’라고 화답(?)하고 싶은 마음이 꿀떡 같지만 인내한다”고 받아친 논평이 대표적이다.

조용하지만 꾸준한 그의 움직임이 친박연대가 외부적으로 ‘살아 있음’을 알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선거 참여 선언과 당명개정 계획 같은 굵직한 계획도 그의 입을 통해 발표됐다.

인터뷰에서 전 대변인은 형 집행정지 상황에 있는 서 대표와 관련, ‘이색’발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의 1등 공신은 서 대표”라고 강조했다. 경선 당시 도곡동 땅 소유 의혹을 제기하는 등 MB에 아픈 칼날을 들이댔던 서 대표였기에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발언.

이에 대해 전 대변인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가 2007년 대선에 출마하면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를 구했던 ‘운명’의 순간에 서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세한 언급은 피했지만, 당시 박 전 대표의 ‘선택’에 서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 대변인은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숨은 결정적인 역할을 다해준 서 대표에게 이런 가혹한 정치형벌이 내려진 것은 정치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CEO이자 시인, 또 당 대변인이라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전 대변인은 국회의원 도전이라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는 “다양한 길을 걸어왔지만 정치인의 길은 이런 길과는 사뭇 다르다”며 “국가와 사회에 직접 봉사할 수 있는 길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친박연대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참여 선언을 했는데, 어떤 배경에서 나온 결론인가.

“어떤 배경이 특별히 있다기 보다는, 우리 정당의 존립 목적이 선거에 참여해 국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아닌가. 당 사정에 따라 지난 두 차례의 재보선에는 참여를 유보해 왔지만, 이제는 독자도선의 필요성을 느껴 그에 대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어서 이 결정을 앞당겨 발표한 것이다.”

-친박연대의 선거 참여, 어떤 의미로 봐야 하는가. 이젠 한나라당과의 합당 또는 복당에 대한 가능성을 완전히 접은 것인가.

“크게 보면 현재 한나라당, 민주당 양당 구도의 작폐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치 역학적 개편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본다. 한나라당과의 합당 문제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와의 관계는 이름만 다를 뿐이지 한 배속에 태어난 쌍둥인데, 이제 선을 긋고 나가는 걸로 보면 된다. 내년 지방선거 전면 참여를 선언한 만큼 한나라당과의 어떤 사정에 의해서 이 결정이 유보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친박연대의 선거 참여,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는가.

“예상 밖의 큰 성과가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그에 따른 노력도 수반되어야만 하겠지만 말이다.”

-전국 선거에 나가려면 아무래도 조직이 구석구석 있어야 하는데, 시·도당 조직도 좀 더 확충해야 하지 않겠나.

“그럴 필요도 있다. 대구 같은 경우에는 우리 당원들이 없다. 우리 당에서 당선된 의원들이 대구에 많은데, (한나라당으로)복당을 하다 보니까 친박연대에 오지 못하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서는 한나라당 당원이 여기로 올 수도 있다고 본다. 대구·경북 한나라당 당원이 곧 친박연대 당원이 될 수도 있다.”

-당명도 개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체성이 흐려진다는 이유로 그간 이 문제에 대한 당내 갑론을박이 많았었는데, 당명 개정 가능성 어떻게 보고 있나.

“가능성이 없진 않다. 이미 내년 지방선거에서 독자노선을 밟겠다고 밝힌 이상 선거참여와 당명 변경은 실과 바늘의 관계가 아니겠나. 시간도 이제 어느 정도 흘렀기 때문에 우리도 당당히 고유의 이름표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친박연대가 그간 선거에 참여하지 못했던 것은 서청원 대표의 선거법 관련 재판과 형집행정지 상황 때문이었다. 이젠 이 문제에 개의치 않겠다는 뜻인가?

“이런 문제와 관계 없이 당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이다.”

-서 대표의 현 상황은 어떤가. 또 이번 결정은 서 대표의 의중도 반영된 것인가.

“병세가 크게 호전되지 않고 있다. 심리적으로도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왕조시대로 이야기 한다면, 유배생활과 마찬가지다. 서 대표는 당무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결정에 대해서는 인지하고는 계신다.”

-당 대변인을 하신지 1년여가 지났다. 지난 기간의 소회를 한다면.

“대변인으로서 당의 의견을 종합해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사실 어려움이 없지 않았다. 서청원 대표의 재판과 구속 사태를 두고, 대변인으로서 정당한 결과를 기대하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해 봤지만 결국 무위로 끝나 가장 허탈했고, 일말의 정치무상도 경험해봤다. 나는 지금도 서 대표의 사건은 누가 무슨 말 할지라도 그것은 표본적인 정치적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친박연대는 시련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복당문제와 서 대표의 재판, 군소정당의 설움,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 등 부침이 많았다. 맺힌 게 많을 것 같은데….

“서청원 대표의 예상 밖 재판 결과에 따른 구속과 옥중 단식투쟁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우리 정치의 후진성에 대해 많이 느껴보곤 했다. 앞서 이야기 했지만, 서 대표가 현재 건강문제로 형집행정지가 돼 있지만 왕조시대의 유배생활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당대표가 그런 판국이니 우리 당도 사실상 준인질 상태로 붙들려있는 형국이라, 의기소침이 될 때도 있다. 솔직히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을 위해 숨은 결정적인 역할을 다해준 서 대표에게 이런 가혹한 정치형별이 내려진 것은 정치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본다. 이 대통령과 서 대표는 같은 배를 탔던 정치적 동지가 아니었나. 어떤 면에서 저희들 입장에서 보아 이 대통령 당선 1등공신은 서 대표라고 본다.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서로에게 불행한 일이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서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인가?

“서 대표는 알다시피 경선 때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서 치열하게 싸웠지만, 경선 이후에는 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그 당시 막판에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지지율이 20%대를 넘나드는 등 이명박 대통령에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이 총재가 박 전 대표의 지지만 얻어냈다면 지금 대통령은 누가 됐을 지 장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서 대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었다. 자세한 건 더 이상 밝히기 힘들지만, 이 대통령 측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대통령 당선 일등 공신은 이재오가 아니라 서청원이다.”

-지난 여름 미디어법 정국에서 ‘박근혜 미디어법 발언 안타깝다’발언으로 파문이 일었었다. 대변인직에서 잠시 물러나셨다 돌아오셨는데, 어떤 속사정이 있었을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구무언에는 변함이 없다. 과거는 이미 과거지사가 아닌가. 팩트(fact)는 말할 수 없다. 이미 지난 일이고, 과거는 과거지사다. 더 이상 논란을 지속하고 싶지 않다. 이해해 달라.”

-박 전 대표에 대한 친이계 인사들의 비판 공격이 계속되고 있고, 여기에 대해 반박 논평을 계속 해오셨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배은망덕한 언동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그들이 누구 때문에 잘 나가고 있는가. 아직도 그들은 2007년 경선과 본선을 혼돈해 마치 자기들이 한나라당 집권을 만든 것으로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경선을 통해 대통령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본선에서 이겨야 하는데, 소위 이재오, 정두언 등 실세 정치인들은 경선 때 뛰었지, 본선 때는 무슨 역할을 했었나. 그래서 분명히 말하지만,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하게 돼 사실상 죽게 된 당을 천신만고 끝에 살려냈고, 승리보다 더 아름다운 경선승복으로 감동을 준 박 전 대표가 있었기에 이 대통령이 오늘날 당선될 수 있었다는 건 우리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배은망덕이니, 표리가 달라도 너무 다르지 않나.”

-이명박 정권에 대한 평가를 간략히 해 달라.

“우선 대북문제와 관련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에 의한 대북정책으로 높이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금융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것도 평가받을 만한 일이다. 덧붙여 철도노조파업에 대한 원칙에 준한 정부의 단호한 대응도 국민의 지지를 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종시와 4대강 문제에 대한 정부의 해법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한나라당 친이계 의원들은 항상 이명박 후보가 530만 표 차이로 이겼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오만하다는 일각의 따가운 질타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투표의 절대 수를 봤을 때 사실 87년 직선제 부활 이후 최저 득표수를 올린 후보다. 지난 대선에서 많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기권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친박연대 전지명 대변인

-CEO이면서도 시인, 수필가로 한국문인협회 대변인도 맡고 있는 등 다양한 이력을 소유하셨다. 또 당 대변인도 겸하고 계신데, 어떤 역할이 본인에게 가장 맞다고 생각하는가.

“세 가지 모두가 저의 적성에 맞다고 자평해본다. 글을 사랑하고, 쓸 줄 아는 CEO, 그리고 글을 사랑하고 쓸 줄 아는 대변인이라는 것, 다 해볼 만한 일이 아니겠나. 당 대변인에 임명된 것도 글을 쓰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지난 4월 재보선 때 경주지역 출마를 고려하기도 하셨다. 정치를 하고자 하시는 의도나 목표는 무엇인가.

“주위 권유에 따라 출마를 고려한 바 있다. 또 나름으로 CEO와 문인의 길도 걸어봤는데, 정치인의 길은 이런 길과는 사뭇 다르다. 국가와 사회에 직접 봉사할 수 있는 길이기에 저 나름으로 평소 가졌던 정치철학으로 그런 뜻으로 입문한 것이다. 항상 진정한 자세로 국민의 발밑에 주는 자세로 정치를 하고 싶다.”[데일리안=윤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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