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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목 죽음과 바꾼 ´충격의 민노총 보고서´


입력 2009.03.12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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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백화점-파업공화국-말뿐인 민주노조" 출판기념회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민주노총 충격보고서´ 출판기념회에서 임헌조 뉴라이트전국연합 사무처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12일 오후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열린 ´민주노총 충격보고서´ 출판기념회에서 책을 탈고하고 운명을 달리한 고 권영목 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대표의 아버지 권철흥 씨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내부 비리를 폭로한 책자가 발간돼 충격을 주고 있다. ‘민주노총 충격보고서’가 그것. 민주노총은 “조직적이며 부당한 민주노총 흔들기”라며 본문 내용 중 허위 사실이 확인될 경우 명예훼손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개혁과 바람직한 노동 문화를 싹 틔우기 위해 책을 발간했다”는 저자의 변처럼 민주노총이 이번 일을 ‘흠집내기’라고 불만을 터뜨릴 것이 아니라 자성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는 지난 달 심장마비로 작고한 뉴라이트신노동연합 권용목 상임대표가 집필했다. 권 상임대표는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을 지내는 등 민주노총 탄생에 산파역할을 했다. 그러나 ‘노사 상생의 새로운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던 권 상임대표는 민주노총을 떠난 뒤 ‘변절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같은 비난에도 권 상임대표는 ‘노동운동이 한층 더 성숙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대표적 노동운동가로서 현재의 민주노총의 위기를 눈 감을 수 없다는 책임감도 강했다. ‘곪은 부분을 도려내 새 살을 돋게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뉴라이트신노동연합 상임대표를 수락한 것도, 작고하기 직전까지 열흘 가까이 밤을 새며 집필에 매달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권 상임대표는 “민주노총은 선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범이자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괴물”이라며 비판하면서도 “지금의 민주노총에서는 노동운동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기던 전태일 정신이나 선배 노동운동가가 가졌던 치열한 헌신을 발견할 수 없다. 민주노총이 왜 심지어 노동귀족화, 부패집단화됐다는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있는지 스스로 잘 생각하고 성찰해 봐야한다”는 말로 변화에 대한 바람을 피력했다.

“민주노총, 대립과 분열 조장하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

‘민주노총 충격보고서’는 ▲부패백화점 민주노총 ▲파업공화국 민주노총 ▲회의조차 하지 못하는 말뿐인 민주노조 ▲일 안하고 노는 노조 전임자, 그들만의 현장 권력 ▲비정규직 문제에 립 서비스 하는 민주노총 ▲민주노총 이념과 정체성 등 6개 주제 아래 민주노총의 부패와 비리, 불법파업, 비민주성 등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이 책은 민주노총이 주요 정파의 이해관계에 따라 충돌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면서도 국민이나 현장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력화된 노조 지도부는 ‘일 안하고 놀고 먹는 특권층이 되어 인사에까지 손을 대고’ 공금을 유용하거나 ‘협조’의 대가로 돈을 받는 등 부패했다고 꼬집었다. 투쟁은 묻지마식 극렬로 치달으며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그들의 구호’와 달리 이중적 태도를 취하는 모순적 행태에 대한 서슬 퍼런 비판도 이어진다.

이 책은 대표적인 비리 사례로 1997년 ‘재정위사건’을 소개하고 있다. ‘재정위 사건’은 민주노총 최초의 비리사건이다.

설립 초기 돈가뭄에 시달리던 민주노총은 부위원장을 책임자로 하는 재정위원회를 출범시켜 조합원들의 지원을 받아 노조물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도부 일부와 재정위 내부의 몇몇이 예산 5억 2000만원을 빼돌려 주식투자에 나섰다가 원금까지 날렸다.

수뢰 시건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2001년 8월부터 4년여간 민주노총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이 6회에 걸쳐 택시운송사업조합 간부들로부터 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가 구속된 사건, 현대차 노조 이헌구 전 위원장이 임금 및 단체협상과 관련해 회사측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된 사건,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2001년 9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38명을 취업시키는 대가로 7억8000만원을 받은 사건 등이 그것이다.

민주노총 지도부의 비민주성과 권력화도 문제삼았다. 책은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 폭력성을 띠고 있으며 의사결정 과정도 일방적으로 진행된다”며 1998년 2월 9일의 대의원 대회를 기점으로 지난 10년간 치러진 회의는 2번을 빼고는 내부적으로 폭력성을 드러냈다고 폭로했다. 저자는 2005년 3월 임시대의원회의에서 발생했던 폭력사태를 예로 들었다. “이때 회의장은 강경파와 반대파 간의 몸싸움으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소화기가 터져 상대방 얼굴을 향해 분사됐고 시너가 담긴 폭발물은 하늘을 날라 다니는 등 죽기 살기로 서로를 향해 거칠게 부딪혔다.”

이에 대해 저자는 생각의 차이를 폭력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은 비민주적이며 “단결을 생명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회의조차 진행 못하고 폭력과 욕설에 의존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받고자 하는 것은 참으로 염치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일방적인 모습도 생생히 묘사됐다. 결정이 난 안건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처음으로 되돌리기 위해 온종일 논쟁이 벌어졌다. 안건에 대한 발전적 논의보다 상대방을 무력화시키는 회의가 일상화됐다는 것. “주류가 된 쪽은 수를 앞세워 밀어붙이기를 줄기차게 시도했고, 비주류들은 마음에 안 드는 안건은 참여 대의원 수를 세어보고는 몇 개 조직이 서로 연합하여 퇴장하기를 시도해 정족수 미달로 회의를 무산시켰다”면서 “특히 실제로 파업을 주도하는 강경파는 1%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몇 명이 짜놓은 각본대로 움직이는 비이성적인 회의를 열고는 그들만의 총파업을 위해 나머지 조합원들을 희생시켰다”고 꼬집었다.

노조 지도부의 권력화 문제도 지적됐다. 저자는 “노조 지도부가 지나친 특혜를 누리면서 권력화 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연간예산 규모는 다른 시민단체에 비해 엄청난 액수로, 2007년 예산은 79억 9000만원에 달했다. 수입 내역 중 68억원가량이 가맹조합의 의무금으로 충당 되고 나머지가 기타수입이다. 노동부에서 노사 안정과 발전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2002년 9억7100만원, 2004년 10억2700만원, 2005년 10억원 등 총 29억9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저자는 “정부의 국고 보조금을 받아쓰면서 민주노총은 걸핏하면 정권퇴진운동으로 정부를 협박하고 총파업으로 엄청난 사회비용을 낭비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 지도부에 대해서 “대의원에 당선되면 그날부터 일을 안 하고 감독자처럼 현장을 어슬렁거린다. 노조 전임자들이 업무시간에 자기 볼일 다 보고 다녀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 특권층이 되는 것은 현장권력을 쟁취했기 때문”며 “현대차 노조는 노조 활동만 하는 전임자가 총 734명에 달하며, 이들은 연간 450여억원의 임금을 지급받는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책은 민주노총 설립 10년을 “파업으로 해가 뜨고 파업으로 해가 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표현하면서 불법파업 문제를 직접 거론했다. 울산지역 중소기업인 대덕사는 회사 사정은 돌아보지 않고 중앙의 지시에 따라 파업만 하는 노조를 견디다 못해 2005년 2월 말 끝내 폐업했다. 협상이 진행중이던 2004년 말 갑자기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나선 보건의료노조처럼 협상보다 힘부터 과시하는 노조도 있다. 교섭안에 ‘신자유주의 철폐, 비정규직 철폐’ 등의 요구를 적어놓고, 민노총 중앙의 지시에 따라 파업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노조의 사례도 소상히 밝혔다.

저자는 “해외에서 뉴스가 될 정도로 우리나라를 ‘파업공화국’으로 만들었다”며 “대형 노조가 파업할 때는 보통 20억∼30억원이 들고 심지어 50억원까지 파업비로 쓴 노조가 있지만 정확한 영수증은 거의 없고 주변 식당 영수증만 잔뜩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비정규직에 대한 모순적 행태도 고발했다. 저자는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를 항상 산하노조 임금, 단체 교섭안의 최상부에 올려놓지만 첫날 노사가 마주 앉은 자리에서 안건에 대해 설명하고 나면 그대로 끝이다. 정부와 기업에게 책임을 물으면서도 자신들은 비정규직들의 문제를 해결한 어떠한 노력도 통일된 지침도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밝힌 사례는 더욱 충격적이다. “구내식당 반찬도 다르고 휴게실도 다르고 심지어 식권에 그려진 그림도 다를 정도로 주요 노동조합들은 현장에서 비정규직들에 대해 차별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해 비정규직들을 노조에 가입시키는 문제로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비정규직이 정규직화 되면 정리해고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걱정 때문에 결국 부결돼 비정규직들을 노조에 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이에 대해 어떤 제재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저자는 “정규직의 과도한 보호와 대우는 비정규직 문제를 점점 더 심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면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은 정규직의 일자리에 대한 보호를 해제하고, 임금 등을 나누는 방식으로 찾아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적 갈등도 지적됐다. “민주노총에서 정파의 얼굴들은 위원장 선거나 사회적 쟁점에 민주노총이 대응하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다. 주요 정파 사이의 대립과 충돌은 민주노총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방침 등을 둘러싸고 매 시기마다 벌어지고 있다”는 것.

또 전국회의, 현장연대, 노동전선, 노동자의 힘,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 등 민주노총 현장조직들의 전·현직 간부 이름을 실명으로 거론하고 각 파벌별 문제점도 밝혔다. “주도권을 행사하는 정파는 민중민주(PD)노선의 현장파와 중앙파, 민족해방(NL)계열의 국민파 등 세 갈래로 고착돼 있다. 이들은 노동조합의 활동을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이나 복지 안전 등의 문제보다 반미, FTA 반대, 재벌해체 통일사업 등에 대한 선전교육과 정치 활동을 우선시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정치투쟁이나 파업투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민주노총은 “책이라고 볼수 없다 저질스러운 인쇄물”이라며 “경제불황을 몰고 온 이명박 정부를 도와 준 세력으로 반성을 해야 할 당사자들이 염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노총측은 “민주노총을 흔들기 위해 부당한 헐뜯기를 하고 있다”면서 “이미 과거에 법적인 처벌이나 내부징계가 내려진 사항들인데 책자까지 발간하면서 마치 지금 벌어지는 일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건, 정부와 보수진영이 임금삭감 등을 통해 경제위기의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면서 그에 대한 저항을 무력화하기 위해 민주노총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책의 내용을 검토한 뒤 허위사실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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