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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를 보물’로 알고 줍는 환경지킴이, 조갑식씨


입력 2008.10.23 10:15 수정

17년동안 남한산성에서 쓰레기 줍기하는 전설 같은 환경파수꾼!

해맑게 웃는 조병식씨, 하산주로 마신 100% 친환경 경기미로 만든 참살이탁주가 일품이었다 해맑게 웃는 조병식씨, 하산주로 마신 100% 친환경 경기미로 만든 참살이탁주가 일품이었다
필자가 조갑식(61세)씨를 만난 것은 지난 18일이다.

한국등산연합회와 인터넷신문 경기데일리안이 11월 1일 ‘제1회 남한산성 등산문화 축제’를 공동주최를 한다. 그래서 코스를 점검할 겸 가을산의 정취를 맛보기 위해 집결지인 성남 남한산성유원지로 향했다. 남한산성은 민족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성남 남한산성유원지에는 중원구청의 한마당 축제로 사람들이 많았다. 유원지에는 무대장치와 동별 행사부스를 설치하는 등 주변에는 약 3000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있었다.

성능 좋은 확성기에서 축제장은 사회자의 목소리와 노래자랑이 하루 종일 이어졌다.
언제부터인지 축제는 먹자판, 놀자판으로 스피커 소리가 너무 요란하여 산천을 시끄럽게 한다.

산성에서 만나기로 한 다른 일행은 남한산성 입구에서부터 오르고 필자는 유원지 코스에서 출발해 약사사 코스를 택했다. 가능하면 자연 상태의 길을 잡아 산길을 오르는 습관 때문이다.

남한산성의 환상적인 오솔길, 가족과 연인과 함께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자 남한산성의 환상적인 오솔길, 가족과 연인과 함께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자

남한산성은 동쪽은 긴 계곡으로 이어졌고 남쪽과 북쪽, 서쪽은 가파른 산이다. 그래서 남한산성은 천혜의 요새로 백제, 신라, 고려, 이조를 거쳐 민족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산성은 여러 길로 접근할 수 있고 길마다 특색이 있으며 올라가는 길은 힘들고 숨이차다. 그러나 중단없이 오르면 정상은 도달하는 게 산행이다. 천리길도 한걸음 부터이며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등산의 진리이다. 남한산성은 서울 근교에 있는 산중에 아름드리 소나무와 각종 산림이 우거진 곳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至和門(지화문)´이라고 쓴 남문, 화목에 이르는 문이란 뜻이다. 정조대왕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至和門(지화문)´이라고 쓴 남문, 화목에 이르는 문이란 뜻이다. 정조대왕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수어장대에서 만나기로 하고 혼자 호젓하게 산을 오르는데 가을은 이제 막 산성을 찾아오고 있었다. 산은 철따라 다른 색의 옷을 갈아입으며 아무 말 없이 자연 그대로 존재한다.

산에 나무가 많으면 옷을 잘 입은 것 같고, 물이 많이 있으면 혈이 잘 통하고 윤택한 것 같으며, 바위가 많으면 뼈대가 튼실하고 흙이 많으면 육산으로 편하다. 아마도 인체에 비유하면 뼈대와 혈색이 좋은 균형 잡힌 몸매에 옷도 잘 입은 잘생긴 사람이라고 할까? 남한산성이 바로 그랬다.

이 사람들은 ‘전문 산악인들인데 왜 이리 늦지?’ 라고 생각하며 기다렸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이유인즉 ‘쓰레기 줍는 자연보호 운동 하느라 늦었다‘며 미안해 한다. 이 말을 들으니 필자가 오히려 미안하고 부끄럽다.

아무 보상도 없이 자기의 신념을 지키는 일은 때로는 주변의 눈총으로 이상한 사람으로 비쳐져 정상적이 아닌 사람으로 여겨진다.

폐침목 계단 옆에 방치된 비닐 쓰레기 뭉치들,  아마 계단공사를 하며 버린 폐침목  조각들이 보였다. 폐침목 계단 옆에 방치된 비닐 쓰레기 뭉치들, 아마 계단공사를 하며 버린 폐침목 조각들이 보였다.

조갑식씨와 성남 등산연합회 회장인 고태우씨이다. 오늘 두사람이 주은 쓰레기 양은 50ℓ봉투 4개이다.

산악회를 이끌고 있는 여성회원 3명도 동참하여 말없이 쓰레기를 줍고 자연을 지킨다. 어쩌면 자기 집을 청소하듯 자연을 청소하는 분들이다. 우리의 금수강산이 쓰레기천국이 안될려면 쓰레기를 안버려야 한다.

일행 5명이 거의 매주 토.일요일을 이곳에서 쓰레기 줍기를 하고 있다니 정말 놀랍고 존경스럽다. 조 선생에 따르면 자주 동행하는 사람들은 신홍범(61세),김윤섭(57세),김병팔(56세) 김경선(57세) 등이 매주 쓰레기를 보물로 여기며 줍기를 한단다.

조 선생은 남한산성 어디에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훤하게 꿰고 있었다.
필자는 부분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항상 되가져왔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산에 쓰레기기를 버리는 사람은 산에 올 자격이 없다고 생각된다.

남한산성의 노송 군락지,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은 남한산성은 역사와 생태의 보고이다. 남한산성의 노송 군락지, 아름드리 소나무가 많은 남한산성은 역사와 생태의 보고이다.

조 선생은 "17년 동안 이 일은 내가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고, 남이 뭐라고 하던 쓰레기를 보물로 알고 주었어요"라고 한다.

조 선생은 “내가 주은 쓰레기 때문에 우리강산이 깨끗하고 아름답다면 이게 보물이 아닙니까? 그런데 쓰레기 봉투만이라도 관공서에서 지급되었으면 한다" 고 소박한 바램을 밝혔다. “내가 뭐 재산이 많아서 후손에게 물려주겠습니까? 남한산성 덕에 건강을 지키고 혜택을 많이 보고 있는데 깨끗한 자연환경이라도 후손에 물려주는 게 내가 할 일라고 생각 합니다.”며 웃는다.

처음에는 부인까지도 남이 알아주지도 않고 돈도 되지 않는 쓰레기 줍는 남편이 딱해 보였던가 본다. 지금은 가끔 부인도 동참을 한다고 한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시설공단의 일을 잘 마치고 전국의 명산을 다니며 쓰레기를 줍는 일로 여생을 마치고 싶다고 밝혔다.

큰 신념은 사소한 시비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 선생은 한때 권투계에서 꽤 알아주는 사람으로 성남에서 권투체육관을 운영했던 사람이다.

성곽 여장에 핀 담쟁이 넝쿨은 벌써 가을이다 성곽 여장에 핀 담쟁이 넝쿨은 벌써 가을이다

조 선생의 소박한 꿈이 이루어지고 쓰레기가 없는 깨끗한 금수강산이 되기를 염원해 본다.
조갑식 선생같은 분이야 말로 금수강산을 만드는 환경지킴이며, 파수꾼이다. 필자는 이 분이 큰 산으로 느껴졌다.

필자에게 메일로 보내준 남한산성의 쓰레기 줍는 담은 사진이 50여장을 보니 살아있는 전설 같은 환경파수꾼들이다. 이런 분들에게 노후에 일자리를 마련해주는 정책을 펴는게 어떠한가? 일회성이 아닌 노인의 일자리와 환경보호 활동을 하면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을 것 같다.

백 마디 말로 자연보호를 외치는 것보다 한번 행동으로 자연보호를 몸소 실천하는 조병식 선생이 존경스럽다. 정녕 환경문제는 百言而不如一行(백언불여일행)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오는 11월 1일, 그린피플회원 및 성남 태원고등학교 2학년 선생님과 학생들과 함께 남한산성 속에 버려진 쓰레기를 보물로 생각하고 줍는 등산문화 축제로 개최하며 자연의 넉넉한 품으로 들어가고자 한다.

조병식씨와 고태우씨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폐침목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폐침목에는 역겨운 콜타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걸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자연환경에 안 좋 조병식씨와 고태우씨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폐침목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폐침목에는 역겨운 콜타르 냄새가 진동을 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걸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자연환경에 안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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