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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행복은 얼마입니까?


입력 2008.06.14 07:33 수정

신간 ‘행복을 디자인하라’…과학적 분석 통해 행복의 본질에 접근

‘행복은 배려와 비움이 빚어내는 교향곡’…나눔·소통 통한 행복찾기 제시

‘행복을 디자인하라’(조승헌, 한스미디어, 248쪽) ‘행복을 디자인하라’(조승헌, 한스미디어, 248쪽)
당신의 행복을 수치로 환산한다면 얼마의 가치가 매겨진다고 생각하시는지. 100만원? 1000만원 아니면...1억?

타인의 행복과 나의 행복은 같지 않다. 양이나 질에 있어서 동일하지 않은 ‘상대성’이 작용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일지라도 행복의 강도는 다르다. 추운 겨울, 찬 물에 설거지를 하면서도 남편의 ‘고마워’ 한 마디에 가슴이 따뜻해지는 아내가 있는가 하면, ‘내 인생은 지지리 궁상맞다’고 푸념하며 퉁퉁 부은 얼굴로 하루를 마감하는 아내도 있다. 그녀들의 인생은 똑같이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고 남편의 월급날을 앞두고 간당간당한 생활비를 보며 한숨짓는 소시민의 그것. 그런데도 그녀들의 마음가짐과 행복은 다르다.

‘행복을 디자인하라’(조승헌, 한스미디어, 248쪽)는 ‘행복의 차이’를 ‘배려’와 ‘비움’에서 찾는다. ‘대한민국 행복백서’를 자처하는 이 책은 행복과 관련된 항목에 대해 경제학과 심리학, 사회학 등을 통해 세밀한 과학적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저자는 행복은 결코 물질적 풍요나 사회적 권위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한국의 경제규모, 교육수준, 평균수명이 전 세계 중상위권이지만 행복수준은 중하위권이다. 이처럼 저자는 통계청의 통계자료를 조사 분석하여 ‘경제학’적으로 부끄러운 우리의 속내를 가감없이 보여준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10위권위 경제규모에도 행복수준은 6000달러에 턱걸이 수준인 우리의 실상은 오늘의 불안정함과 내일에 대한 불안, 초조로 색칠되어 있다.

이 책은 ‘잘 살아 보자’며 주먹쥐고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가 경제성장의 대가로 잃은 일상의 행복이 무엇인지 되묻는다. 하루 8시간을 기준으로 미국보다 70일이 긴 노동시간을 감수하지만 ‘물질적 풍요’와 그에 따른 심리적 안정은 우리의 기대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올 2월 영국 BBC와 일본 요미우리가 발표한 조사결과는 한국이 경제성장이라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놓친 것에 대해 상징하는 바가 크다. 세계 34개국을 대상으로 ‘사람들이 경제 양극화에 불만을 느끼는 정도’를 조사한 결과 평균 64%일 때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86%로 1위를 차지했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행복은 10년 전보다 하락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 저자는 “경제성장에도 국민이 불행하다면 이런 방식을 계속 해도 되는 거냐”고 반문한다. 저자는 섣불리 행복을 돈으로 환산하진 않는다. 행복찾기에서 돈의 효과는 생각보다 적다는 카네만 교수의 ‘매몰환상이론’에서 보듯 돈은 단지 부수적 존재일 뿐이라는 것. 저자는 곳간은 가득 찼지만 마음은 늘 빈곤한 기형적인 자화상을 바로잡기 위한 단초를 한국적 특수성과 일상적 행위에서 찾는다.

개인과 가정의 행복이 축적되고 다시 사회적인 공동의 영역으로 불행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 이 책은 사랑과 배려가 기반한 부부관계, 실현 가능성이 낮은 헛된 욕망에 대한 포기, 돈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을 움직이는 소박한 감정의 교류 등 일상에서의 행복이 단단히 뿌리내릴 때, 아침을 먹고 연인과 손을 맞잡으며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유지될 때, 우리들은 허망한 욕망의 종착역 대신 안온한 행복의 교차로에 안착할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막연한 자기만의 행복셈법을 탈피하여 타인과의 행복의 ‘소통’을 한다면 보다 궁극적인 공공의 행복담론을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물질적 가치나 화려한 지식, 견고한 명예, 높은 지위가 행복의 척도라고 믿는 현대인의 맹점을 예리하게 꼬집는 이 책은 ‘행복은 나눔’이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지속가능한 원동력’임을 적시한다. 물론 여기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 사이의 조화를 이루는 현명한 내려놓음과 비움이 전제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행복의 파랑새가 멀다고 불만스러워 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의 근거리 법칙이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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